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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제단 - 개정판
심윤경 지음 / 문이당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33살. 두번째 소설. 착하게 생긴 작가의 얼굴을 들여다 보고 들여다 보고,,, 어찌 저 젊은 나이에 이렇게 노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소설을 써내려 갈 생각을 했을까? 동갑내기 독자로써 이 낯설었던 젊은 작가를 대단하다, 기특하네 마음껏 홀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책을 어루만지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야말로 쿨~한 작가들이 감수성의 예민함과 통통튀는 문장력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요즘의 시대에... 이 젊디 젊은 작가는 끼와 감수성 뿐만 아닌 문학적 노력까지 더해 무게있고 질펀한 소설을 엮어가고 있는 것이다.
종가집을 유지하기 위한 할아버지와 서자출신으로 늘 의기소침 하고 자신의 정체성이 미흡하기만 한 장손! 그들이 바라보는 인생의 흐름은 달라도 너무 달라 늘 아슬아슬 하기만 하다. 그들과 연관된 인간군락을 들여다 보는 재미는 작가의 신랄한 통찰력으로 신바람 나는 독서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가부장제라는 거대한 이념의 모순속에 사그라들었던 수많은 여성들. 나이가 많든 갓 태어난 아기든 여자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가부장제의 가족이념에는 마땅히 숨죽여야 할 존재들이다. 숨막히게 답답한 역사속 으로 헉헉거리며 한바탕 기분나쁜 여행을 하고 온듯한 느낌! 후유증이 꽤 오래 갈것 같은 여행 처럼 이 독서는 힘들고 답답하고 안타깝다. 결말의 허무함과 과격함때문에 더더욱 그리 느끼게 되는 이유다. 할아버지가 그다지도 지키고 싶어했던 정신적 우월의 종가집은 스르르 내려앉는 잿더미에 파묻혀 버린다. 아직도 면면히 존재하고 있는 이러한 악습의 행태또한 싸그리 태워내야만 할것 같은 의무감!! 여기까진 이 책에서 알리고자 했던 가부장제의 폐악이다.
서자출신의 손자. 이놈은 반듯하게 잘 생긴 외모와 할아버지의 재력빼면 스스로 내세울것 없다고 생각하는 그야말로 서자로써의 컴플랙스에 적잖이 찌들어 있는 혈기왕성한 사내다. 그의 주변에 등장하는 빼놓을 수 없는 여인 정실. 그녀는 다리가 부실한 장애을 가지고 있고, 흐물거리다 못해 자신의 임신조차 표가 나지 않을 정도의 뚱뚱한 몸매에 얼굴도 못생긴 그야말고 흉물스러운 존재. 처음 이둘의 관계가 기실 사랑이라는 것으로 발전되어 질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던 내용이다. 이 둘의 정사씬이 제법 많이 등장을 하는데 이 또한 젊은 작가치고 질펀하게 잘도 풀어내어 낯뜨겁게 읽히기도 한다. 욕망에 몸이 달구어진 청춘 남녀로써만이 아닌 그야말로 자신들의 아픔을 보듬어 안아내려 하는 존재들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이 안타깝지만 흐뭇했다. 어울릴것 같지 않은 존재들!! 계급의 차이! 혈통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고 주장하는 할아버지 앞에 이 못난쟁이 손자 상룡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랑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용기를 내어본다. 인간은 다를것 없이 다 구차하고 처절한 존재라고!!! 여기까진 이 책에서 알리고자 했던 사랑의 진실함이다.
커다랗게 두부류로 주제의식은 점철되어 지는 것 같다. 따라서 나의 독서 후기또한 이 두 주제의식에 예민해 질수 밖에 없다. 그러나 또한가지 중간중간 삽입되어진 이 종가집의 내력이 담긴 언간! 여기서 작가의 문학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뜨겁게 느껴지는데 이 부분은 기실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의미를 부여할 뿐 아니라 우리 옛 고전에 대한 소소한 지식과 재미를 동시에 전해주는 훌륭한 구실을 하고 있다. 친절하게 달아준 주석 부분이 문장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긴 했지만 그외 수많은 옛말들은 나의 무식을 한탄 할수 밖에 없었다. (좀더 많은 주석을 달아주지 그랬소!! 심작가!)
이야기의 배경은 분명 21세기 현대인데도 이런 언간의 등장과 종가집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조선시대 한 언저리를 배회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역사는 돌고 돈다. 인간사도 돌고돈다. 그러나 변함없이 강조하고 싶은건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사라지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념이 아무리 대단해도, 제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인간존재 자체를 말살하면 안되는 거다. 잿더미에 사라지는 영혼들이 너무나 안쓰러워 가슴이 저민다. 또한 여자로써 한 시대를 꾸역꾸역 포기하며 살아간 영혼들에게도 죄송스럽다. 참으로 괜찮은 소설!!! 뜨겁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