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속의 몰입!!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세트 - 전3권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다 읽었다. 이 책에는 추천의 글도 없고, 옮긴이의 말도 없고, 머릿글도 없다. 그냥 읽어내려 간다. 아니 그냥 읽힌다. 뒷통수 얼얼해 지는 경악의 소리가 계속 울려대는 데도 책 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2시간동의 숨막히는 독서가 마무리 되고, 긴 한숨과 더불어 기분 더러운 인간에 대한 모멸감이 스물스물 피부로 이식되어진 느낌에 빠진다. 한마디로 경악의 소리.. 헉! 이다.

전쟁을 통해 들여다본 인간군상들... 쌍둥이 형제의 생존을 향한 단련들. 폭력, 도둑질, 강간, 조롱, 멸시, 살인, ,노동, 공부까지 그들은 온갖것들을 단련한다. 그것도 대단히 객관적으로.... 나는 요놈들이 한마디로 무섭다. 살기위해 몸부림쳤다 하기에는 도저히 동정심이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의 성악설을 뒷받침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 쌍둥이들은 기발하게 영악하고 사악하다. 이 책에 나오는 온갖 등장인물들이 다들 그렇다. 누구하나 정상적인 사고력을 지닌 사람은 없다. 읽다보면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까지 모호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가의 문체가 그렇게 만들어 버린다. 지나치게 단순하고 간결해서 그 미친듯한 생존의 법칙들이 제목과는 반대로 진실로 믿어지게 한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아니다.존재의 세가지 진실함! 처럼 말이다. 이 문체 덕분에 또 한가지 선물 받은 소름끼치는 허탈한 웃음! 블랙 유머라고 하기에도 참 뭐한 그런것들이 쌍둥이들이 내뱉는 심드렁한 말들에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세상이 아름답다 누군가 말했다지만, 그리고 절대적으로 그것을 진실로 믿고 살아가고 싶지만, 이 소설에 빠져 있는 동안 세상은 제일 추잡한 지옥이다.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는 온갖 악마들이 은밀한 미소를 지으며 그 본성이 제 힘을 드러내줄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 그러다 기회가 오면 어김없이 그것도 실수 하나 없이 낚아 챈다.

 순식간에 빨려드는 흡인력 때문에 책을 읽어가면서 내 바로 옆에서 폭탄이 터지고, 수간의 당사자가 된듯 수치스러워 지고,  혹여나 이 무서운 쌍둥이 형제와 눈이 마주치게 될까 번번히 두려워 했던 감정들... 이렇게 불쾌한 그러면서도 놀랍게 몰입된 독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비밀 노트 한권으로 받은 충격의 강도가 이렇게 쏀데,,, 다음 두권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 들여질지... 벌써부터 각오를 다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