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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 지구 살림 민병대 여성 전사들이 보내는 여신의 십계명
정현경 지음, 곽선영 그림, 제니퍼 베레잔 노래 / 열림원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나는 여대를 나와 어느정도 패미니즘에 대한 강론정도를 공부하긴 했지만, 나의 자라온 배경문화로 그 똑똑하고 당찬 패미니즘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뭐 일일이 따지고 들어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걸 싫어하는 내 성격상,,, 남자들의 말도 되지 않는 가부장적인 성격의 모순에 대해선 똥이 더러워서 피하는 것처럼 침묵하거나 외면하면 그만이었다. 상처받고 드세지면서 까지 그들의 부조리와 맞설 자신감도 이론적 뒷받침도 뒷힘도 부족했던 것이다. 그리곤 내가 자라온 우리 집안이다. 아빠는 어느정도 확실한 가장의 위치에서 목소리는 항상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엄마는 그런 아버지를 당연시... 참는게 미덕으로 집안의 평화를 위해 진짜 화를 내고 댐벼야 할 때를 빼고는 아버지의 위신을 상당히 올려 주셨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빠들과 밑으로 여동생 합이 네명의 자식들을 절대 편애하시거나 남녀 성별로 구분해서 교육하지 않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인 나와 동생은 언제나 뭔가 부족한 무언가를 느끼며 살아온건 아마 우리나라 전반에 깔린 가부장제의 문화속에 길들여진 덕분이었다.
이 책을 쓴 현경이라는 여성신학자는 작년인가, 제 작년인지 텔레비젼에서 한번 본 적이 있다. 흔히 신학자라 하면 왠지 고지식 해 보여야 할것 같고, 우아해 보여야 할것 같은 선입견을 완전히 뒤집어 더욱 화제가 되었던 사람으로 기억된다. 얼굴은 그다지 아쁘지 않았지만, 화려한 화장술과, 옷차림으로 여성들의 내면에 숨어있는 여신을 끌어 내도록 도와준다며 독특한 강의를 했었다. 북을 치며 둥둥 춤을 추는 명상을 하기도 했고, 적당히 섹시한 목소리와 미소로 쉽게 강론을 풀어나갔다. 당근 메스컴이 좋아할 만한 탈랜트가 가득한 여성이었다. 패미니즘과 그다지 친하지 못했던 나의 성격상 그녀의 그런 몸부림과 강론이 그저 나에겐 일개 쇼라고 생각하고 은근 비웃었더랬다.
그러다 어쩐 이유인지,,, 아무 생각없이 이 책을 선택해서 읽었다. 선택은 정말 아무 생각없이 이루어졌는데,,, 파장은 의외로 생각이 많아졌다. 하루 동안 거의 책속에 몰입해서 그녀와 대화했다.
조카 리나에게 보내는 이 편지 형식의 글들은 여성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고백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녀는 여성들 내부의 여신을 잠든채 내버려 두지 말고 깨워 좀더 활기차고 당찬 진정한 인생을 살아가라고 마음으로 울부짖는다. 그녀의 에너지를 온 몸으로 느낄수 있었던 이번 책 읽기는 100% 만족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간만에 뭔가 해소되고 해결될듯한 만족감이 생겼다. 학자의 두겁으로 그녀의 글쓰기는 거만하거나 이론적이지 않아서 더더욱 마음이 따뜻해졌으며 패미니즘에 대한 거부감도 덜 했던 것 같다.
가식과 위선, 잘난척 같은것 없는 어찌보면 마법을 걸어라, 주문을 외워라 하는 식의 철없는 소녀적 상상력이 오히려 촌스럽게도 순수해 보이니 그녀의 삶이 살아있는 에너지로 똘똘 뭉쳐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부분이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인듯하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자신의 경험들이 오히려 읽는 독자가 더욱 위험수위를 느낄 정도!! 그녀는 멋지게 솔직했고, 멋지게 열정적이고, 멋지게 정의롭다. 그녀가 내세운 여신의 십계명!!! 가슴에 새기고 이제는 좀더 기와 끼가 넘치는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여자로 거듭 태어나고 싶어졌다.
이 책은 결코 패미니즘만을 강조하지도 않고, 신학적인 이론을 어렵게 풀어놓지도 않는다. 그저 한 인간인 여성으로 어떻게 인생을 재 창조하고 세계와 어울려 협력해야 하는지를 알려 줄 뿐이다. 책의 판형도 너무 앙증맞은 정사각형이고, 중간의 삽화도 좋다. 책에 대한 만족도가 간만에 높아진 경험이었다... 자신감 없이 허덕이는 인생속에 홀로서기 두려워 하는 여성들 꼭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