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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평점 :
이 책은 몇 번을 또 읽어도 좋은 책이다. 뭔가 감성을 말랑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다고 해야 할까?? 상실을 경험한 등장인물들의 애잔한 감성을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따뜻한 이불에 포옥 안겨 잠들어 있을때의 아늑함이 전해져 온다. 아득바득 고통을 이겨 내려 안간힘을 쓰지 않아도, 뭔가 전투정신 무장하고 날세워 긴장하고 싸워 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시간은 흘러 가고 그로 인해 뭔가 또다른 존재들이 든든하게 자리 잡혀 주는 ,,, 그래서 삶이 라는게 그닥 치열하게 살아갈 전쟁터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은근하게 위로해주는 소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몇번이나 반복해서 읽는 모양이다.
키친, 만월, 달빛 그림자, 세편의 단편들 주인공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그 허전한 고통에 크게 소리지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은 가슴으로 운다. 힘들다. 삶은 지속되어져야 하고 외로움에 가슴이 저리고 두렵다.그런 그들을 위로하는 따듯한 사람들. 그들과의 새로운 관계. 그리고 위로와 치유! 그건 사랑이다.
전체적으로 몽환적이고 감성적이다. 커다란 사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동요 되지 않는 덤덤한 인물표현을 일본 문화는 잘 해낸다. 드라마도 소설도..그런 느낌이 좋다. 호들갑 스럽지 않는거.. 잔잔한 일상의 소소한 풍경도 세밀하게 들여다 볼수 있게 하는거.. 조용하고 연약하지만, 그안에 든 내공의 힘! 그것은 무엇보다 강하게 감동적이고, 따뜻하다.
지쳐있을때든, 뭔가 지루해졌을 때든, 가슴이 딱딱하게 굳어 눈물이나 웃음의 진정성을 잃었을때 어쩜 자동적으로 이책을 꺼내 읽는 이유! 좀더 말랑해지고 싶은 무언가가 소리칠때 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