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꽃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다양한 인물들. 가톨릭 파계신부와 도둑, 양반과 천민, 거세된 내시, 농민과 황족, 걸인과 고아가 1905년 4월 제물포항에서 멕시코로 떠나는 영국기선 일포드 호에 몸을 실었다. 그들은 과연 미지의 신세계로 왜 떠나가는가!

역사소설이라는 거대한 맥락속에 결코 무겁거나 현학적인 일련의 사건들이 아닌 김영하 특유의 경쾌한 문체로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의 속도가 한컷한컷 영화를 보는듯이 시각적으로 형상화 되어진다.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고 빠르게 읽히는 속도감도 그렇고, 적당한 긴장과 갈등들이 소설의 완벽한 요소들로 장치되어진다. 이것이 김영하식 소설이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런지.. 과거속의 새로운 삶에 대한 상상을 무한히 펼쳐 공감할수가 있고, 함께 분노하고 연민하게 되는 것은 엄연히 역사속에 존재하고 있는 진실된 사건이었기 때문이엇으리라.

조선시대가 분리되고 일제에 희한 식민지 근대화가 강제로 도래할 무렵 대한제국 시절 자의든 타의든 나라를 떠나 새로운 신세계로 이주한 사람들, 그들은 나름대로의 희망아래 살아갈 의무를 충실하게 지켜나가고 있다.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통해 인간의 기본 존엄에 대해 묻고 또 묻게 된다. 악랄한 권력자들의 악한 본성에 대해서, 끝까지 배신을 때려주시는 신(?)에 대한 존재에 대해서 의문의 의문이 꼬리를 문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들을 보면서 인간의 지독한 환경적응력과 생존력에 다시한번 감탄하게 하고, 잃어버린 조국의 의미를 재차 묻고 투쟁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민족의 이념에 대해서도 깊이 사색하게 한다.

이 책은 매우 슬프다.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이 어떤건지, 허망하게 사라져 간 역사속 진실이 슬프고, 그렇게 지치고 처절하게 싸우다 총 한발에 죽어간 인물들이 슬프다.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지독한 생존력이 슬프다. 채무노예! 지독히 슬픈 단어다, 분노의 단어다. 과거의 인물들, 사건들이 조용히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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