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로커 베이비즈
무라카미 류 지음, 김은주 옮김 / 기원전 / 1998년 5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소설들을 그다지 좋아하거나 즐겨읽게 되는 일은 없다. 서평의 내용들이 대부분 극찬을 하는 단순한 이유로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역시 나의 정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그의 글들은 대부분의 몽환적이고 극렬히 엽기적이다. 또한 그림을 그린 사람답게 문장이 섬세하고 자세하게 시각적으로 묘사되어 진다. 그래서 더더욱 그의 자극적인 상상력이 더욱 쉽게 노출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인즉...출생직후 물품보관함에 버려진 두 아이, 이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인간상실의 시대에 자신들의 존재를 부여 안고 시대에 나름대로 반항하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작가는 결말까지 파괴로 일관해 버린다. 독자들에게 섣부른 희망을 불러일으켜 어떠한 삶의 미학을 깨우쳐 주려는 의도는 처음부터 보이지 않는다.

그런 삶의 철학이 나의 정서와는 상당히 거리감을 조성하는데 큰 몫을 차지했던것 같다. 몇번을 그냥 덮어버릴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거기에 기인한다. 지나치게 엽기적인 상황들과 상상을 초월하는 변태적인 인간의 행위들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상상임에는 틀림없지만, 분명 이런한 모습의 단면도 인간들이기에 가능한 일일것이다. 작가는 그런 점을 독자들에게 표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습기가득하고 어둠이 가득한 작은 코인로커는 바로 인간성이 말살되어 왜곡되고 자유롭지 못한 인간군중들이 만들어낸 이 세계라는 것을... 그 비뚤어지고 변태스러워진 이 세상의 문명을 어떻게 해서든 파괴하므로 다시 인간의 본성, 자유과 사랑을 되찾으라는 메세지... 마음을 열고 작가의 폭력적이고 변태적인 상상력을 따라가다 보니 이런 결론이 나름대로 나오게 되었다.

등장인물 어느 한사람 온전한 성장을 한 사람도 없을 뿐더러 온전한 삶의 방식을 살아가는 사람도 없는 너무나 극단적인 설정이지만, 온전함과 정상적이라는 것 또한 하나의 편견이 만들어낸 형이상학적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무라카미 류라는 작가는 자폐와 파괴, 변태를 소재로 하는 글쓰기에는 어찌되었든 도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