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흘러도 그의 영혼은 살아있음을..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1999년 6월

그림에 절대적인 문외한 이더라도 반 고흐 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우리들이 왜 그토록 그의 삶과 그림에 열광하는 것일까? 제작년인가? 부터 서점가에서는 고흐에 관한 그림과 글을 기획해 내어 놓은 책들이 쏙쏙 등장해서 골라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이책저책 들쑥날쑥 나오기 이전에 먼저 나는 이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은 동생 테오에게 써왔던 편지들의 묶음이다. 어떤 작가가 새롭게 각색한것이 아닌 고흐 자신의 생생한 영혼의 일기장인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인간의 예술에 대한 처절한 광기를 발견하게 되어 그림을 좋아해서 그림을 업으로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대단히 많은 감동을 주었던 책이다. 예술가로 살아남기란 신의 축복인지 저주인지.

고흐의 삶은 한평생이 고단했으며, 외로웠다. 아버지와 갈등해야 했고, 사랑에 실패하는 아픔이 있었고, 친구와의 우정에 파경이 있었고, 지독한 가난이 꼬리표를 달고 따라 다녔다. 주체할수 없는 그림에 대한 광기가 있었다. 그의 영혼의 위로자는 동생 테오였다.
동생이기 이전에 인생의 반려자, 친구, 예술의 동반자였다. 자신의 삶을 단 한 사람에게 라도 인정받고 위로 받았다면 그다지 외로운 삶은 아닐듯 하다.

예술가 이전에 나는 이 책을 통해 자유로운 영혼을 고수하기 위한 한 인간의 처절한 몸짓을 읽어 내려 갔다.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을 들추어 내어 표현하고 싶어했으며, 자신을 얽어매는 모든 외적인 장애물들을 뛰어넘고자 했었다. 그의 삶을 통해 우리들은 대리만족을 하고 위로를 받는다. 처음에 책을 읽으면서는 그의 고단한 삶을 내 스스로 위로했었다. 그러다 차츰 나는 가두어져만 가는 나와의 싸움과 자유를 그의 강렬한 붓 자국으로, 노랑색 물감으로 이그러지고 비틀린 그의 형태로 위로받고 있었다.

살아가라고, 영혼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라고 그의 그림들과 그의 편지들은 나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다양한 핑계를 조작하면서 우리들은 사회와 조직에 안주해간다. 도전하고 표현하기를 두려워 하면서도 끊임없는 자유로움을 갈망하고 진정으로 살아숨쉬기를 소망한다. 이 삶이 모조리 위선이고 엉망이라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한평생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자신이 짊어지고 책임지고 미칠수 박에 없는 삶을 산 예술가를 통해 적어도 우리의 지금의 삶을 위로 받고자 한다.

잊고 지낸 영혼의 위대함! 그 어떤 현실적인 제약 앞에서도 그는 끝끝내 자신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은 내던지지 않았다. 여전히 나의 방 한 벽면에는 그의 외롭지만 화려한 해바라기가 살아 숨쉬고 있다. 지쳐있어 방한구석 찾지 못할 방황으로 몸서리 치고 있는 영혼들에게 이 책을 권해본다. 고흐의 생생한 인생고백이 충분한 위안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