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헨쇼 선생님께 ㅣ 보림문학선 3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이승민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보림 / 2005년 3월
평점 :
초딩때,,,숙제를 마치고 커다란 통창문으로 환화게 들어오는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빨간 홍옥을 베어물면서 읽어내려갔던 동화책들... 솔직히 그 책들이 무언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미지와 그때 느꼈던 충만한 행복감은 너무나도 생생하기만 하다.
그림책을 읽을 때와는 또다른 만족감을 그 시절 느꼈던게 분명하다. 그림은 줄어들고 작아진 글씨들이 빼곡이 페이지에 나열된 것을 바라보며 텍스트에 길들여지고 있다는 또다른 자신감이 나름 존재 했던 때가 아니었는지...그때의 여유와 햇살이 그리울 땐 으례 동화책을 찾게 된다.
가끔 시간을 내어 찾아가는 도서관에서 마지막으로 꽤 오래 머물게 되는 공간이 '어린이,모자 열람실' 이다. 그곳은 책상도 책꽂이도 의자도 모두가 작고 낮다. 책의 판형도 제각각! 칼라도 제각각! 다양함과 단순함의 이 공간에선 숨가쁜 흥분을 느끼게 한다. 뾰족스럽게 입을 내밀고 집중해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선 묘한 경쟁도 느낀다.ㅋㅋ
그 공간에서 읽은 책 중 한권이 '핸쇼 선생님께'다. 동화작가 핸쇼 선생님을 좋아하는 아이 리보츠. 그 아이는 자신의 일상속 사건과 감정들을 편지로써 나열하며 그 선생과 관계를 맺어간다. 편지 형식으로 시작된 글들은 어느새 내면의 일기로 변하기 시작하고 조금씩 아이는 작가의 꿈을 품어가며 성장하게 된다. 이혼한 부모님에 대한 상황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섭섭함 그리고 이해, 자신의 글에 대한 소박한 바램들이 잔잔히 아이의 성장과 함께 표현되어진다.
굉장히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어쩜 지루하기도 지나치게 평범하게 느껴지지만, 일상속 글쓰기의 힘은 아마도 이 아이가 어른이 되면서 밑거름이 되어 질 것이 분명하다. 자신의 내면을 자신만의 색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글쓰기는 위대한 재산이다. 한아이의 작은 성장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환했던 햇살이 짧아져 있다.
책표지! 아이의 작은 손에 힘있게 쥐어진 연필 한자루, 글자에 몰입되어 있는 아이의 시선이 너무나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