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는 척 ㅣ 길벗어린이 문학
우메다 슌사코 글, 우메다 요시코 그림, 송영숙 옮김 / 길벗어린이 / 1998년 12월

아이들의 순수함 이면에 스며있는 솔직한 잔인함을 더러 본다. 때로 아이들은 분노를 절제하거나 분출하는 방법을 몰라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서 해소를 하기도 한다. 그 문제가 왕따 문제다.

꽤 오래전 이지매 라는 화두가 일본에서 큰 골칫꺼리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문제는 가까운 이웃국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의 문제가 되어있다. 왕따를 넘어선 학교폭력은 점점 나잇대가 낮아져 저학년의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종종 벌어지는 일이 되어 버린 현실이다.

인간의 다양성, 서로의 다름을 나름 인정하고 이해 하는 건 어른들 , 국가간의 어려움을 넘어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어려운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동화책에는 왕따를 당하는 어린이가 등장하고, 왕따 당하는 어린이를 모르는 척 하는 또다른 아이가 등장한다. 화자는 모르는 척 하는 아이다.

우리들은 타인의 고통에 대해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가? 대부분 내 일이 아닌 이상 적극적인 관여는 꺼리게 되는게 보편적인 심리 일 것이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들 또한 주변에 많이 있지만, 왠지 그들의 삶은 또다른 해결을 위한 번거러움과 구설수를 감내 해야 하는 수고가 있다. 그래서 대부분 보고도 모른척,,, 이 책의 주인공 아이와 별반 다르지 않는 선택을 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책과 동시에 오버랩 되어진 책은 얼마전 읽었던 바리데기! 글중 바리의 읖조림이다.

"나는 나중에 다른 세상으로 가서 수많은 도시들과 찬란한 불빛들과 넘쳐나는 사람들의 활기를 보면서 이들 모두가 우리를 버렸고 모른척 했다는 섭섭하고 꽤씸한 생각이 들었다." 라고...

내 평안과 행복에 안주해 다른 사람들의 삶에는 무관심해지는것! 과한 표현으론 이것도 죄 아닌가 싶다. 고통당하는 입장에선 괴롭히는 사람과 현실은 물론이고 그 고통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어쩜 더 큰 배신감과 절망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그림책은 굵은 콘테로 그려진 흑백의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진 감정 표현이 그림과 더불어 담백하고 직설적으로 잘 드러나 있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의 입장, 괴롭힘을 즐기는 무리들, 모르는 척 하는 아이의 양심 고백이 무채색의 느낌만큼 드러난다.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정의로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그림책. 군더더기 없는 그림 덕분에 명쾌한 교훈(?) 전달에 효과과 있는 것 같다. 

마지막장 자신의 양심을 대중앞에 소극적이나마 고백하고 다시 다짐하는 말.

끝(나한테는 다시 시작!) 이라는 글이 오래도록 여운되어 남는다. 비굴함에 종말을 고하고 더 나은 성장을 하기로 다짐하는 이 아이가 대견하다. 마지막으로...태안반도를 모르는척 하면 절대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