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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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려 놓기 까지 먹먹한 울림이 한참을 띵 하게 만들었다. 읽는 내내 이승과 저승을 왔다갔다 하는 바리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울컥 울컥! 지지리도 지길고 박복한 한 인간의 운명 앞에 저절로 숙연해 지는 감정들! 그리고 밀려드는 갑작스런 의무감과 책임감! 난감하다.

12살 (지금의 초등4학년) 의 어린 소녀는 굶주림을, 이별을, 살기위한 이동을 숙명인양 받아들인다. 가난함과 척박함에선 어린나이 따위 의 정당함과 보호됨은 찾아볼 수 없는 그저 현실일 뿐이다. 내가 경험했던 12살의 기억이나 내 주변에서 보이는 그 또래의 아이들의 삶과는 비교도  될 수 없는  거리감과 괴리감이 어쩜 비현실적 이기 까지 하다.

급식 반찬에 휩쓸려 아이들의 몇백만원 치아 교정틀까지 우르르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지는 남한의 초등학교 건너편 북조선의 아이들은 먹기 위해 죽음의 강을 넘는다. 과연 이것이 세계화를 중심으로 온 세상 일일권이 되어버린 21세기의 모습이란 말인가?

세계화 속의 암울한 왕따국 북조선! 똑같이 생긴 생김새를 뛰어넘어 똑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작가의 초반부 이북 사투리 문체는 난독증 까지는 아니었더라도 심히 불편하게 읽혀졌다. 그건 타인의 삶에 대한 어느정도 무관심하고 싶고, 외면하고 싶었던 내면의 꽈리는 아니었는지...

그 심한 사투리에 어느정도 익숙해질 때,, 어느새 바리는 성장을 하고 있었고 또다른 인생의 국면을 맞이해 끊임없는 유랑의 삶에 도전하며 생을 이어간다.

그녀가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인간군상들! 굳이 저승을 가보지 않더라도 천국과 지옥을 상상할 수 있을 만큼 우리네 삶 속에 다 녹아 있다.

다양한 종교와 서로다른 이념들은 여전히 지 멋대로 폭력을 행사한다. 삶을 파괴하고 영혼을 유린하고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죽인다. 그 와중에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악착같이 서로를 돕고 공생하는 이념도 있다. 황석영 같은 작가 덕분에 나 같은 무지의 인간도 조금은 양심의 각성이 일게 되니 감사할 일이다.

지금 우리의 삶 가까운 곳에서도 곳곳에서 또다른 바리의 사연을 품고 이주해온 노동자들을 쉽게 만나게 된다. 바리만큼 절박한 운명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그들의 현실은 여전히 불안하고 그들의 깊은 눈빛 만큼이나 슬프기도 하다. 그들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건 웃는 낯으로 미소한번 던져 주는 일이 고작이었고 그들의 자녀들을 위한 간헐적인 그림봉사 뿐이었다.

눈으로 보지 못한 북쪽 동포들의 삶에 대한 이해보단 어쩜 깊고 슬픈 눈을가진 어둔 피부색의 동남아 노동자들이 더 쉽게 포착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순간에도 두만강의 차가운 물을 가르고 중국을 넘어 더 나은 곳으로 밀입국을 시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내 미약한 힘으론아직 그네들의 운명에 조용한 기도로 행운을 빌어줄 뿐이다.

바리가 끊이없이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찾아가는 생명수가 무엇인지 작가 황석영은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바리는 아슬한 숨을 내쉬기도 하고 더러는 고요한 평화를 누리면서 여전히 생을 지탱하고 있다.

다양한 이데올로기 앞에서 함께 공존하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일단 내 맘에서 은근 압박으로 꿈틀대니 이번의 독서는 그다지 유쾌하지 만은 않다. 그럼에도 먹먹한 감동으로한참을 고요해지는 각성의 시도가 되었으니 대단한 독서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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