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03년에 사놓은 책을 이제야 읽는다. 김훈이라는 작가에 대해서야 워낙 많은 인지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인지 더불어 쌓이는 선입견 또한 많았던 것 같다. 지나치게 남성적일 것이라는 것, 정치색, 독선적인 교훈, 역사소설에 그닥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의 감수성 등...

칼의 노래, 현의 노래등... 여전히 나의 책장에는 버젓이 꽂혀 있는 그의 소설들은 나외의 가족들을 위한 배려 차원 이었음을... 어쨌거나 그의 책중 에세이라는 조금은 가볍게 읽혀 질 것 같은 느낌(?)80% 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생각 처럼 그의 글은 단문이지만, 남성적인 무뚝함과 힘, 지리와 역사등 방대한 지식이 잘 어울려 있었다. 그러나 지루하지도 딱딱하지도 지나친 현학주의 도 없었다.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나로썬 그저 로망인... 자전거 여행!

그의 나이 '쉰둘' 그는 이 나이에 산악 자전거 한대를 끌고 전국을 여행한다.탄탄히 다져있지 않았다면 이 도전은 다소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어째든 대단한 열정이고 자기 관리다. 매스컴을 통해 본 그의 외모는 희끗한 머리카락과 작은 체구! 그러나 그의 말소리와 눈빛만은 젊은 청년 그 어느 누구보다 기백이 있었고 날 선 칼날의 반짝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느낌이 워낙 강해서 나에겐 그가 보다 남성적이고 독선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마음 한켠에 새겨두며 그의 책읽기를 미루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좌우당간 그런 그의 내적 외적 힘을 토대로 힘찬 중년의 페달을 밟아 우리나라 방방 곳곳을 누린다.

그런 그의 꺽이지 않는 도전과 그가 지닌 지식들.. 그것이 단순한 정보와 지식의 누락이 아닌 삶에 녹여있는 지혜를 나누게 되는 것 같아 왠지 그의 자전거 옆에 나란히 동행 하고 싶어 진다. 알고 떠나는 자에겐 풀 한포기, 화재로 인해 민둥 산이된 숲, 선암사의 화장실, 퇴계 이황의 도산서원등... 거리감을 두고 건성으로만 친해진 우리나라 우리 것들에 대해 좀더 진정성을 실어 사귐의 악수를 청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계절이 녹아 있는 그만의 글들을 읽으며 아쉽지만 스러져 가는 온갖 가을 색들을 뒤늦게라도 찬찬히 보듬어 안아 보고 싶은 열망이 이는 건,,, 놓치고 제대로 가꾸지 못한 나의 일상에 대한 반성이고 희미해진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4년동안 이나 묵혀있었던 이 책에게 다소 미안한 마음으로 (작가에 대한 미안함도 있다) 그동안 지니고 왔던 온갖 편견들을 맑은 웃음과 진지하지만 다소 편안한 사색들로 보답해 본다. 잠시 외로움에 방황하고 투덜대던 늦가을에 싸한 바람 맞으며 김훈 이라는 작가와 더불어 힘찬 자전거 패달을 밟고 연필의 사각거림 을 노트에 키스 시키는 여유로움 으로 독서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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