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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크 - 첫 2초의 힘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 황상민 감수 / 21세기북스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사실 굉장히 위험한 책이다.
이 책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대박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위험하다.
Blink : 사전에서 찾아보면 눈을 깜박일 정도의 짧은 순간, 혹은 그 짧은 순간에 힐끗 보는 것을 이야기 하는 말이다.
이런 제목의 책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세상에는 많은 시간을 들여서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보다 일순간의 통찰력으로 판단한 것이 더욱 정확한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이 위험하다고 하는 점은 자칫 잘못 읽히면 직관이라는 이름의 편견과 선입관이 득세하여, 모든 논리적인 설명과 분석을 무효화하고 독선적인 판단에 합법적인 길을 터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저자의 의도는 독선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니 일단 내용을 살펴보자.
저자의 주장을 한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꽤 큰 위험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인간사에는 순간의 통찰력이 꼭 필요한 순간이 있기에 통찰이란 것이 중요하다’
정도 되겠다.
앞서 말한 대로 이 책은 순간적인 판단의 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순간적인 판단을 blink라고 할 수도 있고 power of the glance라고 할 수도 있고, 통찰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아무튼 그런 blink가 존재하고 작동하고 있는데, 전쟁과 같이 긴박하여 논리적인 분석과 고민이 불가능 할 때 더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때로는 ‘분석보다 직관이 더 좋다’ 정도가 아니라 분석과 수많은 정보가 오히려 방해가 되므로 전적으로 직관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통찰력을 설명할 때 많이 쓰이는 수식어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이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답은 명확히 보이는 것이 바로 통찰력인 것이다. 사람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면 전에는 상상하지 못하는 경지에 도달하는데 이러한 발전수준을 언어가 따라가지 못해서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 즉 통찰력이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경지에 오를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오랜 시간 전문분야에 몸담아 생긴 통찰력을 애써 다른 분석에 의존하여 억누를 필요는 없어지는 것이다.
즉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해서 진실이 아닌 것은 아니다’ 정도가 되겠다.
그렇다고 해서 말로 설명할 수는 없는 것들은 모두 진실이냐면 당연히 그것은 아니다.
여기서 서두에 말한 독선과 편견의 위험성이 등장한다.
이를 저자도 의식했는지, ‘블링크의 오류’라는 이름을 붙여서 경고하고 있다. 저자는 블링크 인줄 알고 오해할 수 있는 것으로 ‘편견’을 들었다. ‘나는 백인이 흑인보다,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해’ 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의 명백한 편견이 아니더라도 무의식적인 수준에서의 편견이 존재하며, 이러한 편견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쳐서 블링크와 착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편견이 생기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예를 하나 들자면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지 않는다거나, 아니면 성별, 종교, 나이 등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급박한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하고 편견에 의존하기 쉬우니 급박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여백을 둘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의 의미는 두 가지 이다.
첫째는 시간과 돈을 들이면 모든 것을 분석하고 바른 판단을 내릴수 있다는 풍조속에서 잊고 지내기 쉬운 통찰력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편견을 없애기 위하여 단순한 선언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게다가 편견을 없애면 좋은 점까지 설명하고 있다.
책의 역할은 여기까지이고 우리에게 이제 남은 과제가 있다.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핵심을 발라내어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그것도 순간적으로) 정도의 내공을 쌓는 것.
그리고 그렇게 얻은 자신의 통찰력을 (편견에 의한 오판이 아니라고)믿고 따르는 믿음의 문제로 이어진다.
결국 이 책도 내가 최근에 읽은 거의 모든 책이 냈던 결론에 도달한다.
본질에 충실해야한다. 그리고 믿음을 가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