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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다이어트 - 당신이 먹는 음식, 그것이 바로 당신 자신이다!
앨런 C. 로건 지음, 서예진 옮김 / 수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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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건강에 관한 책도 넘쳐난다. 더군다나 '웰빙' 이라는 이름 아래 비싼 유기농으로 무장하길 바라는 소비 권장이 넘쳐나는 시대다. 건강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웰빙'이라는 이름의 무차별적인 소비 풍토는 싫었다. 무언가 거창한 것을 먹어줘야 하고 진정한 명상이 아닌 남들이 시대 흐름이라고 하니깐 하는 명상도 싫었다. 건강 염려증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 오히려 즐겁게 먹고 즐겁게 실천하는 것이야 말로 좋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해 정말 실천해야 할 것이라면 비싸고 보여주기 위한 건강식이 아님을, 또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내가 직접 공부해서 내 건강을 지키고 싶었다. 웰빙을 권하는 것은 이미 유행이 되어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무엇이 내 건강을 지키는 것인지에 대한 정보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에 대한 지식은 상품화된 웰빙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점에서 '브레인 다이어트'는 탁월한 책이었다. 

 

'브레인 다이어트'는 내 정신과 몸, 섭취하는 영양 이 삼박자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왜 영양적 요소를 중요시해야 하는지, 더불어 그 영양 섭취가 내 정신과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상세히 설명해주어 내가 평소 알고 싶어하던 정신, 몸 건강에 대한 질문에 대해 친절히 대답해준 책이었다. 영양학 교수가 쓴 글이라 더 믿음도 갔고 학술적이지 않아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사실, 뇌 관련 서적인 줄 알고 읽었다가 영양학적 지식과 정보를 듬뿍 얻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뜻밖의 수확이라고나 할까.

현대인들이 많이 겪고 있는 질병들 - 우울증, 신경질적 현상들, 화남 등 이 모든 정신적인 것들이 섭취하는 음식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그 음식 속에 있는 영양소들이 몸에 어떤 작용을 하고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실제로 내가 겪었던 현상들-과민하게 신경질을 냈던 경험, 혹은 화를 냈던 경우, 우울함 속에 보냈던 어떤 시기들을 생각해 보며 과연 그 즈음에 먹었던 음식들을 생각해냈었다. 혼자 살게 되면서 먹기 시작했던 패스트 푸드, 과자, 쵸콜렛 등. 그것들을 자주 먹던 시기에 그 전에 겪지 않던 감정적 문제와 잔 병치레. 물론 여러 복합적 요인들이 있었겠지만 그 음식들 역시 내 정신과 몸의 변화에 한 몫을 했음을 책을 읽으면서야 이 음식들 속에 있는 영양소들이 내 정신과 내 몸에 변화를 끼쳤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몇몇 매체에서 이런 음식들이 몸에 해롭다는 것은 언뜻 들은 적이 있었지만 왜 좋지 않은지 어떤 현상을 띠게 되는지는 책을 찬찬히 읽으면서야 알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정신과 몸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식품과 왜 그런지에 대해 설명이 차근히 되어 있어 이해하기 좋았다. 
 

소설이 아닌 정보 제공하는 글이었음에도 내 경험-내가 섭취하는 음식과 감정적 변화들, 아팠던 경험들을 들추어 가며 읽으니 금방 읽혀졌다. 평소 사용하지 않는 영양소 기호들이 나열되어 조금은 어려운 단어도 있었지만 문맥상 쉽게 읽고 넘어갈 만한 부분이어서 그렇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책 속에서 일러준 건강식은 조금만 노력하면 지켜 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화학 조미료와 패스트 푸드에 길들여져 있는 입맛엔 조금은 힘들겠지만 그 음식들이 내 뇌와 내 몸에 어떤 작용을 할지 생각하니 끔찍하기만 했다.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좋지 못한 내 식습관에 대해 이 책은 경고를 한 방 날려주며 정신 건강을 지키라고 조언까지 해 주었다.

 

 

이제 실천할 일만 남았다.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부라면 꼭 읽으라고 천만배 권해 주고 싶은 책이다. 그래서 "당신이 먹고 있는 음식, 자녀에게도 권하겠습니까?" 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리뷰 제목을 달아 봤다. 정말 당신이 먹고 있는 음식, 자녀에게도 권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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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세상의 문을 여는 코드 - 모든 것은 숫자로 통한다
피터 벤틀리 지음, 유세진 옮김 / 수북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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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그 광활한 세계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일이다. 늘 사용하는 숫자임에도 이토록 인식하지 못했던가. 내 주민번호, 전화번호, 우편번호 등 일상적으로 매일 숫자를 상대하지만 너무도 오래 당연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다. 흡사 공기처럼.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숫자 자체를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

 

 숫자라는 개념은 아니었지만 수학 자체에 대해 즐거움을 느끼던 때가 있었다. 중고등학교 땐 수학 문제를 푼 후의 그 짜릿함, 그 쾌감이 즐거워 수학문제 풀기를 즐겨했었다. 몇 백년간 수학자들도 풀지 못한 페르마의 정리를 풀어보겠다며 몇 날 밤을 끙끙거렸던 적도 있었고 황금 비율을 예술에 접목시킨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대단하다 생각하며 컴퍼스 하나만으로 정다면체의 함을 만들었던 적도 있었다. 각도기도 없었고 자도 없었는데, 오로지 컴퍼스 하나만으로 중학교 때 배웠던 수학 개념을 갖고 정확하게 같은 길이의 면과 같은 각도를 만들어 함을 만들었었다. 오려서 붙이지 않고. 그 경험은 내 평생 잊지 못한 기억인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랬던 것처럼 수학과 생활이 별개가 아님을, 수학적 사고가 예술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내가 직접 해 보고 싶었고 실로 그걸 실현시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학은 했을 지언정, 진정한 수의 개념엔 다가서지 못했던 것 같다. 차마 생각하지 않았던 그 것 - 우리가 이토록 수없이 사용하는 숫자가 어떻게 발생되었는지, 그리고 과거에도 지금 쓰는 수의 개념이 있었는지, 수많은 산술식들이 언제 생겼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 모든 것이 이 책 한 권에 담겨져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서 산수와 수학이라는 과목으로 산술식을 배울 순 있었지만, 수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는 알려준 바가 없었다. 이 숫자가 왜 사용되고 어떻게 발생되었는지 단 한편의 일화라도 이야기 해 주었더라면 수학 시간은 더 재미있었을 텐데. 지금이라도 만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자. 이 책을 읽으면서야 그 숫자라는 개념에 다시금 접근 할 수 있었다. 처음엔 그냥 흥미로울 것 같아 넘겨보던 책들이 내게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책은 시대 순으로 전개 된다. 수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하여 연대기 별로 수학자들의 일화 등을 실으며 수의 발달과 더불어 인간의 사고 확장까지. 수의 발견과 수학자들의 법칙 발견은 실로 세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 중간 중간 살짝 낯선 개념도 나오지만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역대 수학자를 비롯 유명하진 않지만 한 번 쯤 들어봤음직한 수학자까지. 수의 개념과 수학 법칙의 일화 등을 어렵지 않게 이야기 해주고 있다. 0의 개념과 무한의 개념에 대한 설명은 실로 놀라웠다. 0이란 개념을 발견하기까지의 과정 등은 새로운 사실이었으며, 더불어 우리가 지금 쉽게 사용하는 산술적 개념마저도 그것이 생기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음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모든 내용이 재미있었지만 특히 기하학을 언급한 ‘삼각관계’와 수의 미신과 행운에 대해 논한 ‘13공포증’ 이 흥미로웠다. 다양한 쓰임의 숫자. 아쉬웠던 것은 아무래도 지은이가 서양인이다 보니 서양사적으로 숫자에 대해 많이 논의 했는데, 동양에서의 숫자 이야기도 더 많이 쓰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부처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서양의 그것만큼은 많이 다루지 않았던 듯 싶다. 더불어 여기서 생긴 호기심 하나- 과연 우리 나라에선 숫자에 대한 개념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수의 발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다.



 숫자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그처럼 숫자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숫자의 개념과 그리고 신비로운 그 세계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책이었다. 숫자 그 광활한 세계를 탐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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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세대를 위한 유교철학 에세이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유학도서
성균관대학교 유학주임교수실 엮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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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철학에세이는 앞서 읽었던 '지금, 여기의 유학' 과 비슷한 내용이 많았다. 논문들을 엮어 만든 글의 형식부터 그 내용에 이르기까지. 중복된 내용들도 있었으나 '지금, 여기의 유학'보다 더 많은 내용을 더 쉽게 다루고 있어 유학에 대해 폭넓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었다. 덕분에 유학에 대한 인식이 폭넓어지고 이해의 깊이 또한 깊어지지 않았나 싶다. '지금, 여기의 유학' 을 앞서 읽었기에 '유교철학에세이' 와 잠깐 비교해 보면, 전자의 책은 '유학' 이라는 것의 현대적 의미를 고찰했으나, 후자의 책은 유교의 본질적 탐구에 대해 더 중점을 둔 듯하다. 유학에 대해 잘 알고 싶다면 두 권의 책을 모두 읽어 본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듯 싶다.  나 같은 경우는 '지금, 여기의 유학' 을 읽고 'n세대를 위한 유교철학에세이' 를 나중에 읽었지만 생각엔, 'n세대를 위한 유교 철학 에세이' 를 읽고 유학 전반에 대한 교양을 쌓은 후, '지금, 여기의 유학' 을 읽으면서 현재에 거론되고 있는 유학의 담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서, 이 책은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유교에 대해 쉽게 접근하고 있다. 이것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라고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려운 한자나 난해한 문장이 나오지 않으며 그냥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따라서 중고등학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유학 교양서라고 할 수 있겠다.

 

 

유교를 인간이 더불어 사는 방법으로서 인간관계의 도리와 일상을 일구어 가는 데 가장 알맞은 방도를 찾아 살아가는 실천학이라고 서문에 언급한다. 공자의 생애와 유교의 개념을 알아가는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와닿았던 것은 유교에서 가르치는 삶의 태도였다.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 인간의 삶의 태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관점 등을 잘 서술하여 내 삶의 태도를 다시금 바라보게 해주었다. 유학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내 삶의 태도를 반성할 수 있는 기회였다.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물음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 물음을 던져주며 그 답을 곰곰이 생각하게끔 해주었다. 사실, 그 답을 내리는 것이 살아가는 과정이겠지만, 유학이 바른 삶의 태도와 올곧은 생활 태도 정립에 좋은 영향을 주리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유학에 대한 책을 많지 않아 뭐라고 단정할만큼의 지식은 없지만, 짧은 생각을 적어본다면 유학의 핵심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중점을 둔 학문인 것 같다. 유학이라는 학문에 한정할 뿐 아니라 유교라는 생활태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유학이 우리 문화 속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도 잘 알 수 있었다. 유학에 대한 이해와 유학과 우리 문화에 대해 접근하고 한편 현대적 의미로 넘어가는 책의 구성은 상당히 짜임새가 있어 책을 읽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유교와 유학이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고정관념. 온고지신이라 했던가. 논어에 나오는 공자 말 중에 "옛 것을 알고 새 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溫故而知新可以爲師矣)" 고 했다. 유교는 우리가 알아야 할 옛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 책의 첫 장은 공자와 유교에 대한 언급을 하며 유교란 무엇인가에 대해 대략적인 개론을 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선 현대에서 유교의 실천방안을 함께 강구하고 있다. 유교에 대해 알아 지금의 새로운 것들과 함께 나아가는 온고지신을 펼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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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華苑의 향연 - 이야기 장자 철학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유학도서
송항룡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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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화원의 향연

 

책을 읽으며 참으로 어렵다 생각했다. 단어가 어려워서 혹은 문장이 어려워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단어는 쉽게 이해 되고 문장 역시 쉽게 이해되나,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어쩌면 저자가 쓴 의도만을 헤아리려고 했던 나의 잘못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글은 저자가 쓰는 것이지만 써 놓은 글은 저자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몫이다' 라고 서문에 밝혔듯 내가 읽고, 내 생각으로 만들어야 함에도 저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끊임없이 그 의도만을 알아내려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옛 중국의 구양수가 글 잘 짓는 법으로 언급했던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이 책 읽기에도 여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로써는 '남화원의 향연' 이야 말로 '다상량' 이 정말 많이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고 또 읽어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그 때서야 참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은 다섯개의 큰 주제 아래 장이 나뉘고 또 다시 그 아래 소주제로 이야기들이 얽혀 있다. 지은이 송항룡 선생님은 이 책을  '장자'를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을 적은 것이라 서문에 밝혔다. 장자가 말한 한 줄의 구절에 대한 상황적 추리와 이야기의 재구성만 있을 뿐이다. 그 재구성된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뜻을 알기 위해 씹고 또 씹어야 했다. 물론 그럼에도 의미 없이 지나가버리는 내용들도 있었다. '아 그냥 이러이러한 이야기가 있구나' 라고 넘어가지는 부분들. 반면에 '장자의 이야기와 맞닿아 정말 탁월하게 표현하였구나' 라며 감탄이 나오는 부분도 여럿 있었다. 아직 내 생각이 깊지 못하여 책 읽는 것이 어려웠으나 장자의 이야기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책이라는 것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몇몇 장들을 추려 여기서 이야기해 볼까 한다.

 

사상가들에 대한 탁월한 묘사 - 시골장터의 약장수

 

'시골장터의 약장수' 에서 나오는 중국의 사상가들에 대한 묘사를 보고서 '아, 정말 탁월한 표현이구나' 라며 무릎을 쳤다. 장터에 나온 사상가들을 장사꾼으로 비유해 행동 거지를 묘사한 것이 그들의 사상을 쉽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누가 사상가들을 이리 잘 표현 할 수 있으리. 장터에 물건을 파는 사람들에 중국 사상가들을 빗대어 표현한 것은 그들의 사상의 요점을 잘 짚어내줌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그들이 주장한 바에 대해 은근한 비꼼도 들어있었다. 도가 사상가들이 '無' 를 판다는 비유만큼 적절한 것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보이지 않는 그 실체를 표현하기란 얼마나 힘이 든가. '무無' 라 함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존재한다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존재하지 않음이 아닌 실체 하지 않음, '무無'의 개념은 만질 수도 보여지지도 않기에 참으로 어려운 개념이다. 장자가 말한 '無爲' 라는 것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반면 모든 것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보아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아무튼 노자, 장자 등의 도가 사상의 핵심인 '無' 를 알기란 참으로 어려운 듯 싶다. 이 장에서는 중국 사상가들이 무엇을 주장하고 그들의 사상이 핵심이 무엇인지 아주 즐겁게 표현 해주고 있다.

 


인식론, 그것에 대한 대화 - 그들은 모두 동갑내기들

아마 인식론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을 가장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장자의 이야기가 모두 옳다고도 볼 수 없으며 다른 사상가의 이야기가 모두 옳다고도 볼 수 없다. 하지만 장자의 사상을 가장 핵심적으로 짚은 부분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무엇을 인식하며 타인이 무엇을 인식하는지에 대한 그 물음. 끊임없이 고찰했던 그 내용을 우화로 잘 풀어내고 있다. 역시나 한 번 읽기 보담은 여러번 읽어야 제 맛이 나는 이야기 같다. 내가 사물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할 수 없음이다.하루살이가 밤의 존재를 모른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하루살이가 아닌 다른 동물들은 밤의 존재를 알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알지 못한다고 하여 그것이 없다고 아집을 피우진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내가 인식하고 있는 세계는 한계가 있음인데, 알지 못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 단지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존재를 부정한 적은 없었는지..


이 생각도 맞고, 저 생각도 맞음이요. 허허 - 열어구는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더군

인터넷 상에서 '조삼모사'라는 만화가 유행 한 적 있다. 원숭이에게 아침에 3개를 주고 저녁에 4개를 준다고 했더니 펄쩍 뛰다가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준다니 기뻐했다는 이야기를 빗대어 우리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을 재미있게 묘사한 만화였다. 결과적으로 같음인데, 단지 먼저 더 많이 준다고 기뻐한다는 이야기.. 흔히 '조삼모사'라는 사자성어는 어리석음을 일컬을 때 이야기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러한 것이 어리석은 것일까 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이 장에선 수로 보자면 같다고 말할 수 있지만, 과연 동일한가 장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즉, 혜시는 동일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3+4였다가 4+3이 기분을 달리한다면 그들은 동일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야기라고. 수의 동일성은 유지 될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이에 장자는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조삼모사를 말한 열자의 생각도 틀리지 않음을, 그리고 혜시의 생각도 틀리지 않음을 이야기 한다.



혜시와 장자의 즐거운 대화들

 

개인적으로 책 속에 혜시와 장자가 나눴던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장자'를 읽은 후 지은이가 상황을 만들어낸 픽션이겠지만. 혜시의 명확한 결론과 장자의 그 무엇도 부정하지 않는 모호한 듯 한 그 문답들이 책을 덮고도 한 번 더 생각해 주게 했기 때문이다.

 

'내가 물고기가 아닌 것처럼 자네 또한 장주가 아닐세. 그렇지 않은가? 나는 결코 혜시일 수가 없으며 자네 또한 나 장주일 수는 없다는 것은 분명하네. 그렇다면 이러한 질문이 성립할 수가 있지. 자네는 내가 아닌데,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혜시라는 사람은 장주라는 사람이 아닌데 장주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를 혜시가 어떻게 알 수 있겠나? 혜시가 장주가 아니요 장주가 혜시가 아닌 바에야 마찬가지로 자네와 나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 놓여 있는 것일세. 그러니까 자네도 다른 차원의 세계를 넘나들고 있는 셈이군! 그러면 이제 더 말할 것도 없이 결론은 분명해졌네. 내가 장주 자네가 아니니까 자네의 마음을 알지 못하듯이 자네는 물고기가 아니니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네 그려.'

 

'다른 차원의 세계에 대해서는 '안다', '모른다'라는 것이 모두 간섭일세. 그러므로 그 어떤 것도 명확한 것이 아닐세.
그러나 그러는 가운데도 한가지 명확한 것이 있다면 나는 물고기의 즐거움을 안다고 생각하고 있고 자네는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두 사람의 대화, 곧 생각이라는 것이 있을 뿐일세.'


 

그들의 오고 가는 문답을 통해 장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와닿은 것은 있으나, 이를 글로 표현하기란 참으로 힘든 듯 싶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보고 또 보면서 장자의 생각을 엿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더불어 장자에 대해 알고자 이 책을 읽는다면, 조금은 부족한 면이 있으니, '장자' 를 읽고 또 그에 대해 조사를 깊이 한 후에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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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의 유학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유학도서
김성기 외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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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란 무엇인가? 유학이란 무엇인가? 이런 물음을 던졌을 때 한 번에 무엇이다라고 정의 지워 이야기 하기는 참 어렵다. 하지만 유교와 유학이 별개가 아니라는 것과 그리고 유교와 유학이 우리 사회에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은 그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그것은 저 멀리 몇 천년 전 부터 유학을 받아들여 우리의 학문으로, 우리의 종교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의 그것을 지금 현재 새로이 고찰한다는 의미에서 '지금, 여기의 유학'은 의미를 갖는다.

 

 

 

'지금, 여기의 유학'은 현재의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난 유학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데 있어서 아주 훌륭한 책이다. 유학이란 제목으로 다루고 있으나, 실제 내용에서는 유학의 학문적인 의미보다는 유교라는 종교 혹은 생활의 의미로 다루고 있다.

 

 

 

여러명의 필자들이 정치, 경제, 종교, 예술 등 전반적인 면을 아우르며 유교의 현재적 의미를 고찰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갖는 유교적 의미를 넘어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유학이라는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현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더불어 이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거기서 그치지 않고 책을 통해 유학의 새로운 면모를 알 수 있었다. '여성의 경험으로 읽는 유교' 에서의 유교의 여성관과 '동아시아의 미학지평과 유가예술정신'에서 논하고 있는 유학이 추구하는 예술관이 자유라는 것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유학의 다양한 면모와 대립적인 구도로만 생각했던 유학과 유교가 그렇지만 않다는 사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사회의 서구문명과 적절한 조화를 통해 앞으로 더 발전적인 체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반면 이 책을 읽고 아쉬웠던 것이 많다. 그래서 칭찬보다는 쓴소리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아마도 유학을 가장 쉽게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이 담긴 훌륭한 책에 대한 애정어린 말로 보면 좋겠다.

 

 

 

유교라는 것이 오랜 전통의 것이라면 이와 대비되는 서구사회의 것들과 만나 지금 현재를 되새겨 보는데 중점을 두며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정치, 경제, 종교, 예술 등 그 전반적인 면에서 고찰되고 있으며 하나하나 파악하여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것은 이미 유교와 유학이 갖고 있는 한계들을 변명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무수한 논쟁들은 이미 자주 언급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실로 한계로 인정해야 하는 것들도 없지 않다. 가부장적인 요소라는 것을 좋게 표현하려 했으나, 이 역시 유학의 한계인 것만은 틀림없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이미 인식하고 있는 유교에 대한 것들을 되집고 있을 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아쉬웠던 것은 이미 우리가 유학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 그리고 지금 시대에 대해 한계라 느낀 것들을 재차 반복하고 있다는 것에서 그 논의의 한계가 보인다. 더불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한국 사회이지, 중국의 사회가 아니다. 중국의 유학과 우리의 유학은 비록 그 뿌리는 비슷할지언정 실로 다르다. 하지만 앞선 내용들이 지금 우리의 유학을 다룸에 있어 중국의 유학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어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공자와 주자 등이 설파한 유학은 우리 나라에 와서 또 다른 모습으로 변형 되어 왔음을 간과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책의 구조에 있어서도 유학이 갖는 현대적 의미와 유학에 대한 내용,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누고 있는데 유학에 대한 챕터를 먼저 앞에 두고 유학이 갖는 현대적 의미를 뒤에 둬서 그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했으면 더 좋았을 듯 하다. 이유인 즉, 본문 서두에서도 밝혔듯 많은 사람들이 유학과 유교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져 있음은 인식하지만 유학과 유교의 차이점을 말하라고 한다면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즉 그것에 대한 개념과 역사 등에 대한 인식이 바로 서야 현대적인 관점에서의 유학과 유교를 제대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챕터를 나눔에 있어 앞뒤를 바꿨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끝으로 어떤 것이든 장단이 있다고 본다. 유학은 옛날의 것이 아니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기저에 깔린 사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학문이라고, 종교라고도 볼 수 없는 한국 사회의 하나의 사상으로 우리 안에 내제 되어 있다. 사상적인 측면에서 조금 더 접근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으로 유학이라는 것을 현대사회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끔 그 한계를 시인하고 유학의 장점을 부각시켜 현대사회에서 유학의 의미를 되새겼던 것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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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08-03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유교에 대해 공부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마도 좋은 참고서가 될 듯 싶네요. 추천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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