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세상의 문을 여는 코드 - 모든 것은 숫자로 통한다
피터 벤틀리 지음, 유세진 옮김 / 수북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수, 그 광활한 세계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일이다. 늘 사용하는 숫자임에도 이토록 인식하지 못했던가. 내 주민번호, 전화번호, 우편번호 등 일상적으로 매일 숫자를 상대하지만 너무도 오래 당연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다. 흡사 공기처럼.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숫자 자체를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

 

 숫자라는 개념은 아니었지만 수학 자체에 대해 즐거움을 느끼던 때가 있었다. 중고등학교 땐 수학 문제를 푼 후의 그 짜릿함, 그 쾌감이 즐거워 수학문제 풀기를 즐겨했었다. 몇 백년간 수학자들도 풀지 못한 페르마의 정리를 풀어보겠다며 몇 날 밤을 끙끙거렸던 적도 있었고 황금 비율을 예술에 접목시킨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대단하다 생각하며 컴퍼스 하나만으로 정다면체의 함을 만들었던 적도 있었다. 각도기도 없었고 자도 없었는데, 오로지 컴퍼스 하나만으로 중학교 때 배웠던 수학 개념을 갖고 정확하게 같은 길이의 면과 같은 각도를 만들어 함을 만들었었다. 오려서 붙이지 않고. 그 경험은 내 평생 잊지 못한 기억인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랬던 것처럼 수학과 생활이 별개가 아님을, 수학적 사고가 예술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내가 직접 해 보고 싶었고 실로 그걸 실현시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학은 했을 지언정, 진정한 수의 개념엔 다가서지 못했던 것 같다. 차마 생각하지 않았던 그 것 - 우리가 이토록 수없이 사용하는 숫자가 어떻게 발생되었는지, 그리고 과거에도 지금 쓰는 수의 개념이 있었는지, 수많은 산술식들이 언제 생겼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 모든 것이 이 책 한 권에 담겨져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서 산수와 수학이라는 과목으로 산술식을 배울 순 있었지만, 수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는 알려준 바가 없었다. 이 숫자가 왜 사용되고 어떻게 발생되었는지 단 한편의 일화라도 이야기 해 주었더라면 수학 시간은 더 재미있었을 텐데. 지금이라도 만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자. 이 책을 읽으면서야 그 숫자라는 개념에 다시금 접근 할 수 있었다. 처음엔 그냥 흥미로울 것 같아 넘겨보던 책들이 내게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책은 시대 순으로 전개 된다. 수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하여 연대기 별로 수학자들의 일화 등을 실으며 수의 발달과 더불어 인간의 사고 확장까지. 수의 발견과 수학자들의 법칙 발견은 실로 세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 중간 중간 살짝 낯선 개념도 나오지만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역대 수학자를 비롯 유명하진 않지만 한 번 쯤 들어봤음직한 수학자까지. 수의 개념과 수학 법칙의 일화 등을 어렵지 않게 이야기 해주고 있다. 0의 개념과 무한의 개념에 대한 설명은 실로 놀라웠다. 0이란 개념을 발견하기까지의 과정 등은 새로운 사실이었으며, 더불어 우리가 지금 쉽게 사용하는 산술적 개념마저도 그것이 생기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음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모든 내용이 재미있었지만 특히 기하학을 언급한 ‘삼각관계’와 수의 미신과 행운에 대해 논한 ‘13공포증’ 이 흥미로웠다. 다양한 쓰임의 숫자. 아쉬웠던 것은 아무래도 지은이가 서양인이다 보니 서양사적으로 숫자에 대해 많이 논의 했는데, 동양에서의 숫자 이야기도 더 많이 쓰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부처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서양의 그것만큼은 많이 다루지 않았던 듯 싶다. 더불어 여기서 생긴 호기심 하나- 과연 우리 나라에선 숫자에 대한 개념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수의 발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다.



 숫자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그처럼 숫자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숫자의 개념과 그리고 신비로운 그 세계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책이었다. 숫자 그 광활한 세계를 탐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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