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4월이 올 때마다 대지는 늙어가도 그녀는 젊어지기나 하는 듯,
왕관처럼 격조 있는 하얀 머리칼과 여전히 싱그러운 얼굴을 지닌 카롤린 부인은 이유야 무엇이든 상쾌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사카르와의 관계가 불러일으키는 수치심이 떠올랐을 때, 그녀는 사랑을 더럽힌 온갖가증스러운 언행을 생각했다. 동시에 이렇게 자문했다. 도대체 왜 사카르가 불러일으킨 비행과 죄악의 책임을 모두 돈에 전가해야 할까? 게다가 어쩌면 사랑은 더럽혀지지 않았을지도 몰라, 생명을 창조하는 사랑이니까 말이야! - P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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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건 아녜요! 아버지가 도처에서 돈이 쏟아지기를 바란다면, 어떤 샘에서도 돈을 퍼올린다면, 그것은 돈이 자기 집에서 격류처럼 흘러다니는 걸 보기 위해서이고, 돈이 가져다주는 사치, 쾌락, 권력을 즐기기 위해서죠.…… 정말 그렇다니까, 아버지는 핏속에그런 게 있어요. 아버지는 우리를, 당신과 나를, 그 누구라도 팔아치울겁니다, 만일 우리가 시장에서 거래된다면…… 아마 몰염치하고 우월한 자로서 그렇게 할 텐데, 왜냐하면 아버지는 정녕 돈의 시인이니까요. 그 정도로 돈은 아버지를 미친 불한당으로 만들어요, 오! 그야말로미친 불한당이죠!"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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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나는 아이를 재미있게 해주어 조용히 있게 하려고 갖은 애를 썼다.
왜냐하면 일등칸 승객들은 소음과 나부대는 아이들을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문득 나도 이제는 정말 부르주아 여자가 다 되었군〉, 그리고 이젠 너무 늦었어〉라는 생각이 스쳤다. 경악스러웠다.
그 후 첫 발령지를 기다리며 여름을 보내고 있을때, 이 모든 것을 설명해 봐야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버지와 그의 삶에 대해, 그리고 소녀 시절에 그와 나 사이에 찾아온 그 거리(距離)에 대해 말하고, 쓰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은 계층 간의 거리, 하지만 무어라 이름 붙이기 힘든 특별한 거리였다. 헤어진사랑의 그것처럼 말이다.
추억을 시적으로 꾸미는 일도, 내 행복에 들떠 그의삶을 비웃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단순하고도 꾸밈없는 글이다
그 이후, 나는 그가 중심인물이 되는 소설을 쓰기시작했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간 부분에 이르러 역겨운 느낌에 사로잡혔다.
얼마 전부터 난 소설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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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이지는 아무리 노력해도 인간이 빠져나갈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덫도 아니고 감옥도 아니고 죽음도 아니었다. 존 케이지는 창밖을 보면서 그것의 존재를눈으로 더듬었다. 그 존재는 바로 그였다.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자기 자신을 벗어날 수 없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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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글을 쓸 수 없어요.
정신과 의사가 내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의사의 의견에 동의했다. 물론 사람은 죽고 나서 글을 쓸 수는 없다. 그러나 나의 경우에는 무엇이든 쓸 수 있다. 그것이 불가능하든 진실이 아니든간에.
대체로 나는 머릿속에서 글쓰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것은 무척 쉽다. 머릿속에서는 뭐든지 술술 잘 씌어진다. 그러나 글로옮기려고 하면 그 생각들은 변형되고 왜곡되어버린다. 단어 때문이다.
나는 어디를 가든 항상 글을 쓴다.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면서도 쓰고, 버스 안에서도, 그리고 공장의 남자 탈의실에서도,
또 내 기계 앞에서도 글을 쓴다.
곤란한 것은 내가 써야 하는 것을 쓰지 못하고, 되는대로 아무거나 쓴다는 점이다. 아무도 이해 못 할, 심지어는 나 자신도 이해 못 할 글을 쓰는 게 문제다. 나는 하루 종일 내 머릿속에 썼던글들을 저녁마다 종이에 옮겨적으면서 내가 왜 이런 글들을 쓰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누구를 위해서, 왜 쓰는가?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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