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손님에게 맞춰야 하는가, 손님이 주인에게 적응해야 하는가? 하지만 몰리에르의연극은 주인이 맞닥뜨리는 훨씬 본질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단테는손님에 대한 우리의 의무를 강조하지만 여기에는 사람을 알아보는어느 정도의 안목이 필요하다. 어떤 손님들에게는 퇴짜를 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들이 주피터 같은 대형 사고를 칠 수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이방인을 뜻하는 라틴어 ‘hostis‘가 ‘적‘이라는 의미로도 쓰이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방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환대해야 하나, 경계해야 하나? 이른바 ‘제우스의 사기(이방인을 환영하라)‘라는 말도 있을 수 있지만, 사실 항상 정답을 제시하는 공식은 없다.

하지만 변치 않는 공식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은 철학자들에게 있어 절대의무(Prime Directive, TV 시리즈 ‘스타트렉‘에서 행성연합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최상위 정책을 의미 - 옮긴이)를 위반하는 것과같다. 물론 일부 철학자들은 완벽하고, 합리적이며,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도덕적 해법의 칸트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답이 없는 현실을 개탄하겠지만, 어쨌든 매우 합리적인 윤리학은 도움이 될 것이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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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칸트와 달리 리오타르에게 숭고미의 범위는 무한히 확장된다. 그에게 재현할 수 없는 대상은 근본적으로 숭고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숭고의 대상은 자연이 될 수도 있지만 인간이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눈앞에 있는 현실 세계 전체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어떤 인간도 심지어 이 현실 세계의 모습을 완전하게 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장 숭고한 대상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있는 모든 것 혹은 지금 이 순간에나타나는 사건 자체일 것이다. 리오타르가 보기에 우리가 가장 확실하다고믿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세계야말로 재현할 수 없으며 가장 숭고하다. 따라서 이러한 숭고한 순간을 이미지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어떤 구체적인 형상화도 불가능한 이미지일 것이다. 미국의 추상주의 화가 바넷 뉴먼 BarnettNewman, 1905~1970의 작품 <숭고는 지금이다>The sublime is now, 1950~1951이를 잘 구현한다. 어떤 사물도 재현하지 않는 형상을 나타내는 수직선 이외에 빨간색으로 뒤덮인 거대한 화면에서 관객이 경험하는 것은 지금 이순간의 현실적 체험이지만 어떤 재현적인 체험도 아니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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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개인‘을 통해서 근대사회의 이중성을 드러내다
루카치는 현실 속에 은폐된 진짜 현실의 모습을 들추어서 이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실주의‘라고 보았다. 원래 루카치는 공산주의자도 마르크스주의자도 아니었다. 그는 러시아에서 활동하면서 이윽고 헝가리에 공산당을 창립한 쿤 벨러 Kun Béla, 1886~1939 와 관계를맺은 이후 갑작스럽게 마르크스주의자로 변신하여 주위의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가 본격적인 마르크스주의자를 자처하기 이전에이미 그의 사상은 마르크스주의 이후의 사상과 거의 같은 궤적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징후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마르크스주의자가 되기 이전의가장 중요한 저서로 손꼽히는 《소설의 이론> Theorie des Romans, 1916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루카치는 여기서 소설을 근대적인 문학 형식으로 규정한다. 루카치는 스스로를 헤겔주의자로 자처한 만큼 헤겔의 철학을 자신의이론에 적용하였다. 헤겔적 유산 중의 하나가 《소설의 이론》에서 소설을 고대나 중세의 문학적 형식이 아닌 바로 근대적 문학의 형식으로 본 것이다.
그는 헤겔의 예술철학이 남긴 유산을 ‘미적 범주의 역사화‘라는 말로 집약한다. 미적 범주의 역사화란 말 그대로 미적인 범주들은 각각 역사적 산물로서 해당 사회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미적 범주란 조각, 건축, 회화, 문학 등과 같은 예술의 장르를 의미할 수도 있고, 나아가 문학 내에서도 서정시, 서사시, 소설, 로망스 문학, 희곡 등과 같은 장르내의
장르를 의미할 수도 있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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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저도 피와 살을 가진 젊은 처자인걸요. 더구나 카밀라 아씨, 아씨가 그렇게 곧바로 마음과 몸을 드린 건 아니에요. 로타리오님의 눈에서나 한숨에서나 말에서나 약속에서나 선물에서 그분의 마음을 먼저 보셨고, 그 마음과 덕으로 그분이 얼마나 사랑받아도 좋은 분인•지를 아신 다음이었잖아요. 그러니 쓸데없는 생각일랑 마시고 아씨께서로타리오 님을 소중히 여기고 계시듯 그분도 아씨를 소중히 여기고 계신다고 믿으세요. 그리고 용기와 존경으로 아씨를 묶는 사랑의 끈에 매이게되셨으니 만족하며 사세요. 그분은 훌륭한 연인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한다는 네 가지 S285는 물론이고 <ABC> 또한 완벽하게 갖추고 계세요.
어디 아닌지 들어 보세요. 한 번에 전부 말씀드릴 테니까요. 제가 보고 생각하건대 그분은 감사할 줄 아시고(A), 착하시고(B), 점잖으시고(C), 인심 좋으시고(D), 사랑을 아시고(E), 확고하시며(F), 멋스러우시고(G), 정직하시고(H), 저명하시며(I), 충직하시고(L), 젊으시고 (M), 고상하시고(N), 솔직하시고(O), 뛰어나시며(P), 관대하시고(Q), 부자시고(R), 그리고 앞선 네 개의 S가 있고, 입이 무거우시고(T), 진실되시지요(V). X는 거친 소리라서 그분에게 안 맞고요, Y는 이미 말씀드린 [와 같고 Z는, 아씨의 명예를 감시하시는 분이니까 말이에요.

카밀라는 훌륭한 애인이 가져야 할 자격인 이 ABC를 몸종으로부터 듣고 웃었다.

285 이 네 가지는 <독신solo>, <세심solicito>, <박식sabio>, <비밀을 지킬 줄 아는 것secreto〉이다.
286 스페인어로 옮겨 본다. <아그라데시도agradecido〉, 〈부에노bueno>, <카바예로caballero>, <다디보소dadivoso>, <에나모라도enamorado>, <피르메firme>, <가야르도gallardo>,
<온라도honrado>, <일루스트레ilustre>, <레알leal>, <모소mozo>, <노블레noble>, <오네스토onesto>, <프린시팔principal>, <쿠안티오소quantioso>, <리코rico>, <타시토tácito>, <베르다데로verdadero> 그리고 <>는 스페인어로 <이>라 읽으며 라틴어 <>와 동일시하기 때문에 앞선<ilustre>와 중복되고, 마지막은 <셀라도르zelador)이다. - P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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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기억 위에 기억, 오로지 기억뿐ㅡ묻는다면 물론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여기‘와 ‘지금‘이 존재하지 않듯 ‘당신‘도 ‘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기억된 과거뿐이기 때문이다. 복원된과거가 아니다. 그러니까 감각의 영역이 직접 다시 살아내는 과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되풀이될 뿐이다. 내가 나의 과거를얼마나 더 감당할 수 있을까? 육체에서 분리된 채 이 기억의 동굴 속에 숨어서, 시계 없는 세상에서 시곗바늘이 뱅뱅 돌도록 나자신에게 나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하고 있으니, 벌써 백만 년이나 이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정말 이렇게 계속되는 것일까?
다른 것은 하나도 없는데 나의 십구년이라는 짧은 세월은 영원하다. 나의 십구년이라는 짧은 세월이 피할 수 없이 여기에 있다. 집요하게 존재한다. 그 십 년을 현실로 만드는 데 들어간모든 것, 나를 바로 그 한가운데로 밀어넣었던 모든 것은 멀리, 저 멀리 환영으로만 남아 있는데. 정말 끝도 없이 이렇게 계속되는 것일까?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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