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글을 쓸 수 없어요.
정신과 의사가 내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의사의 의견에 동의했다. 물론 사람은 죽고 나서 글을 쓸 수는 없다. 그러나 나의 경우에는 무엇이든 쓸 수 있다. 그것이 불가능하든 진실이 아니든간에.
대체로 나는 머릿속에서 글쓰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것은 무척 쉽다. 머릿속에서는 뭐든지 술술 잘 씌어진다. 그러나 글로옮기려고 하면 그 생각들은 변형되고 왜곡되어버린다. 단어 때문이다.
나는 어디를 가든 항상 글을 쓴다.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면서도 쓰고, 버스 안에서도, 그리고 공장의 남자 탈의실에서도,
또 내 기계 앞에서도 글을 쓴다.
곤란한 것은 내가 써야 하는 것을 쓰지 못하고, 되는대로 아무거나 쓴다는 점이다. 아무도 이해 못 할, 심지어는 나 자신도 이해 못 할 글을 쓰는 게 문제다. 나는 하루 종일 내 머릿속에 썼던글들을 저녁마다 종이에 옮겨적으면서 내가 왜 이런 글들을 쓰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누구를 위해서, 왜 쓰는가?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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