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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응급한 죽음을 일상으로 마주하는 직업. 그래서 "자살자가 쏟아지는 밤이 있다"는 문장을 태연하게 쓸 수 있다니. 나이가 많지 않아도 성찰하는 바가 만만치 않겠다 싶었다. 백 페이지를 훌쩍 넘겨도 줄기차게 으스러지고 뭉개진 죽음들뿐이라 피로감이 적지 않았는데(그것이 현실일지라도), 처음 살아난 중국인의 이야기를 만나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문장도 가장 좋았다. "대부분 하층민인 그들은 다쳐도 더 심하게 다쳤고, 아파도 이해할 수 없이 아팠다"
자신의 두터운 머리털에 분투하는 미용사가 거꾸로 건넨 "수고하셨습니다"에 면구스러움을 느끼는 의사. 그래서 자신 또한 환자를 꼬매며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할 줄 아는 의사를 만나 참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