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관객이다 - 불완전해서 더 완벽한 괴짜 육아법
박혜윤 지음, 유희진 그림 / 책소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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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머릿속에는 과연 뭐가 들어있을까 했다. 심히 걱정된다고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궁금해서 조만간 따라 하고 싶은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 “오히려 최첨단 가족”이라는 작가의 최신 글을 읽고 나서 도저히 그 안에 숨겨진 다른 이야기는 무엇인지 궁금해서 우선 나는 작가의 모든 책을 뒤져보기로 했다. 다행히 뒤져볼 정도의 몇몇 책이 출간되어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한 권씩 책을 집어 들었다. 책 한 권은 한 사람을 알아가는 것만큼 굉장히 세심한 일이라고 언급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전혀 만날 길 없는 작가 같은 분을 나는 이렇게 책을 통해 이해하고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과정으로서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 아닌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인생을 마주하는지에 관한 자세가 허심탄회하게 적혀있다. 나는 미처 가보지 못한 도시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을 대신하는 것처럼 이 책을 대했다. 불량이라는 수식어로 일반적인 교육법과는 차원이 다른 약간의 자조적인 위트를 던지고는 있으나 에필로그에 담긴 남편의 관찰력으로 보아 작가는 본인 나름의 세심한 관심과 노력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며 키우고 있어 보였다. 누구나 할 수 없을 것이고 어느 것 하나 동의할 길은 없어 보일지라도 확신이라는 게 과연 통용된다고 해서 나에게 답이 될 수 있는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단순히 아이를 대하는 교육법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자신 스스로에 대한 질문 또한 역시.
중간중간 삽입된 삽화가 귀여웠고 작가의 챕터 하나하나가 줄어듦을 아쉬워할 정도로 좋은 한 권이었다. 다소 거창하고 불필요한 커버페이지 때문에 이 좋은 글들이 외면을 당하지는 않을까 봐 조금 실망할 정도로 뭔가 편집 관련한 부분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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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 - 열정과 타협 사이에서 흔들리는 밀레니얼 교사들의 이야기
송은주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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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타이틀에 끌려 읽은 한 권의 감상은 그냥 짧게 “선생님들도 힘들구나!” 했다. 무의식적으로 나는 직업으로서의 교사를 다소 평온한 것으로 취급했다. 사회적으로 안정적이고 다소 규칙적으로 보인 그들의 일상에는 조금의 불안도 흔들림도 없어 보였는지 모른다. 남의 직업은 어쩌면 막연한 프레임 안에서 이상적으로 구현돼서 누군가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힘들듯이 모든 일과 직무에 얽혀있는 사회인들은 동일하게 힘든 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혼자만 그렇게 힘들고 어렵지 않다는 위로와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조금의 불평과 불편함은 귀엽게 보일 수 있었다. 그게 반복되면 조금도 그렇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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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 목숨 걸지도 때려치우지도 않고,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기
황선우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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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재밌는 책이다.
개인적인 얘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조금도 개인적이지 않은 모두의 이야기 같았다. 많이 공감되기도 했고, 새로운 관점을 던져주기도 해서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누군가와는 다르게 살아간다는 조금의 망설임이 결국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르게 살고있다는 너무 당연한 논리를 무감각하게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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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입니다, 고객님 - 콜센터의 인류학
김관욱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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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별로인 한 권이다.
저자는 텔레마케터라는 직업에 그들의 원래 ‘문화’이거나, ‘감정노동’이라는 고정된 생소한 용어를 도입하여 그 문제를 환기하려 했으나 생소한 것은 매한가지였고, 오히려 그들의 문제를 더욱 모호하게 표현하여 심지어 책을 덮는 순간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리송하고 황당했다.

적으로 취급하지 않아도 좋다. 이미 이 책을 들고 있다는 독자들은 어느 정도 ‘콜센터’라는 공간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조리함과 노동구조를 조금이나마 이해한 가운데 있을 터. 구태여 저자가 고객으로 대변되는 대중을 적으로 몰아넣거나 사회를 흑백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인 구조로 나누어 감정적인 서술만 늘어놓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실제 근로자들의 귀한 인터뷰들이 너무 아무 의미 없이 장황하게 나열되어 읽는 내내 하소연만 반복되어 무엇을 위한 글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들의 언어에서도 다듬고 강조되어야 할 부분은 두드러져 정돈될 필요가 있을 텐데, 작가 최소한의 편집조차 들어가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실제 근로자들의 귀한 인터뷰들이 너무 아무 의미 없이 장황하게 나열되어 읽는 내내 하소연만 반복되어 무엇을 위한 글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들의 언어에서도 다듬고 강조되어야 할 부분은 두드러져 정돈될 필요가 있을 텐데, 작가 최소한의 편집조차 들어가지 않고 인터뷰이 조차 그 감정에 휘말려 편향적으로 접근해서 객관적인 의미를 도출하기가 매우 어려워 글을 읽는 내내 답답함을 느꼈다. 본인이 어렵게 접근했고 그걸 내가 이렇게 힘들었다, 저렇게 힘들었다, 2절 3절 계속 되뇌듯이 여러 챕터에 걸쳐서 반복해 언급하는데, 이게 그럼 누가 고생해서 얻은 결과이며 정말 그렇게 노력했다고 하는데 이 정도까지밖에 정리가 안 되는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인류학자로서’라는 수식어로 여러 차례 대변하며 스스로가 학자임을 강조하나 인류학자임에도 그런 자질이 충분히 있다면 스스로가 언급하고 칭하지 않아도 될 것을 그렇게 말하기엔 조금도 글이 대단하지 않았다.
출판사의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편집이 아까울 정도로 글들은 그 그릇에 담기기에 너무나도 현저하게 부족한 글이 아닌가 했다. 논문으로 제판되어서 가지런히 대학 도서관에 꽂혀 있어야 할 한 권이 번지수를 잘못 찾아 출간된 건 아닌지 심히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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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최첨단 가족 - 성취의 시대, 우리가 택한 관계의 모양
박혜윤 지음 / 책소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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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불분명하기에 항상 걱정되고 지금에 빗대어 불안정해 보이기에 늘 내일이라는 시간은 막연하게 생각된다. 이 책은 가족 얘기를 하고 있는듯하지만 결국 가족이라는 작은 구성안에 들어있는 “나”에 대해 돌아보며, 앞으로의 삶에서 내가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아주 조금은 다른 선택지를 내보인다.

가공되어 티브이 속에 드러난 스테레오타입의 가족들은 정말인지 티브이 속에만 공존하는 기이한 형태처럼 보였다. 대중매체는 오히려 강압적으로 현실의 가족에게 당신들 또한 거울처럼 그렇게 존재해야 함을 각인시키는 맹목적인 신념을 전파하고, 이에 의구심을 갖기에 대중은 너무 순진했다. 반면에 ‘아니다’를 연속하는 저자의 끊임없는 질문은 새삼 당혹스럽다. 지금까지 그랬으니 당연한 그 이유에 대한 인과를 문제로 삼는 건 왠지 세상에 버릇없이 행동하는 잔소리 같다. 근데 철이 들었다고 뻔하게 가장하던 어른이가 반기를 들었다. 이건 왜 그렇게 생각해야 하지? 부모는 왜 아이에게 늘 요구하고 그대로 행동하게 해야 할까? 그들 또한 자신이 살아온 편협한 선택으로 한정된 선택지만을 꼭 쥐고 있을 뿐인데, 보호자로서 적절한 조언을 제시할 예언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자격에 대한 의문이다. 어찌 되었든 가족이라는 특수한 환경 안에 서로 싫든 좋든 닮을 수 밖에 없고, 그게 싫어 일부러 회피하든 따라가든 잔여물처럼 눌어붙어버린 역사의 시간을 모른 척할 수는 없다. 방임과 책임이라는 두 가지의 단어로 축약될 법한 저자의 교육 방법은 매우 실험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으레 그러했듯 익숙하지 않은 미지에 대한 두려움뿐이지 위트로 넘치는 작가의 가족은 여전히 불분명한 미래에 대해 불확실함으로 무장하며 응수하고 있다.
맺음글의 한 챕터를 장녀에게 대담히 넘겨줄 정도로 작가의 교육법은 정말 감탄을 자아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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