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막노동 일지 - 계속 일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나재필 지음 / 아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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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덕을 쌓으면 다음 생에 태어나지 않는 복이 있다던데, 삶은 그만큼 고단하고 힘든 고행임에 분명하다. 각자의 시간과 어려움이 있을 터인데, 가공된 무언가에 이끌려 깊이와 가치를 쉽게 잊어버린 내가 문득문득 애처롭고 안타깝다.
작가의 책은 앞서 세월을 보낸 인생 선배가 덤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그의 삶에는 어리숙한 모습에 후회도 담겨 있고, 때로는 만족감에 뿌듯하거나 걱정, 슬픔 그리고 기쁨이 어지럽게 놓여 있는 삶을 살아오고 있다고 했다. 적어도 작가는 직업의 귀천이 무엇인지, 스스로가 경험한 막노동의 직업에서 그는 다른 인생을 살아가며 그렇게 자신에게 마주한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듯했다.
삶은 누구의 것도, 비교의 대상도 아닌 나의 모습일 텐데, 나는 빗대어 바라본 내 인생에 철저하게 마주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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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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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올해의 책이라는 거창한 딱지가 붙어 있었다. 그 문구가 이 책을 설명하기보다는 오히려 나를 설명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우연히 들른 카페의 책장 한켠에서 무심코 집어 들었을 때는 몰랐다. 이 책을 실제로 읽게 된 시점이 2026년 새해 즈음이라는 사실이, 마치 막차를 허겁지겁 타는 사람처럼 대중의 관심사에 뒤늦게 합류한 꼴이 된다는 것을. 유행을 좇지 않는다고 말해왔지만, 결국 나는 늘 한 발 늦은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책장을 넘기다 보니 현재와 과거, 미래가 반드시 순차적으로 흐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 앞에서 한동안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내가 살아온 시간도 그랬다. 분명 지나왔다고 생각한 과거가 불쑥 현재를 건드리고,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었던 미래가 이미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던 작가가, 요가를 즐기며 무언가 단정하고 고요한 삶을 살 것 같다는 나의 막연한 예상과 달리 엉뚱한 기행을 슬쩍 드러낼 때는 웃음이 났다. 특히 물구나무서기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대목에서는,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예측을 배반하는지 새삼 실감했다.

인생은 대체로 이렇게 두서없고 계획이 없다. 이미 정해진 루트 위를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조금도 명확하지 않은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불투명한 시간 속에서, 단 한 치 앞도 예견할 수 없으면서도 사람들은 늘 선명한 미래를 약속받고 싶어 한다. 세상은 그 욕망을 놓치지 않고, 확실함과 성공,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상업적인 호객을 쉼 없이 이어간다. 마치 이 길만 따라가면 괜찮아질 것처럼, 이 선택만 하면 불안하지 않아질 것처럼.

하지만 작가의 문장 사이를 오가다 보면 그런 호객의 목소리가 잠시 멀어진다. 단어와 단어를 나란히 놓고, 시간과 순간을 조심스럽게 담아내는 손놀림 속에서 나는 내가 잊고 지내던 덤덤한 흐름을 다시 마주한다. 특별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하루들이 사실은 가장 솔직한 삶의 형태였다는 사실을. 그래서 책을 읽다 말고 문득 놀라기도 한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바삐 의미를 찾으며 살았던가, 언제부터 흐름을 의심하며 계획을 증명하려 애썼던가 하고.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누군가가 미리 마련해둔 마음씨 위를 잠시 빌려 걸어보는 경험에 가까웠다. 작가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나 역시 내 삶의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굳이 앞서 나가지 않아도 되고, 명확하지 않아도 괜찮으며, 조금 늦어도 상관없는 속도. 그렇게 살아가는 방식이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맞는 것 같다고, 책장을 덮으며 조용히 수긍하게 된다.

그래,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다고. 지금은 이 정도의 불투명함과 덤덤함이 나에게는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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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황선우.김혼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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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기분으로 두 작가의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죄책감은 없었다. 오히려 이미 관찰 예능, SNS, 브이로그 같은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 익숙해진 시대에 살고 있어서인지, 그들의 사적인 문장이 자연스레 내 일상의 연장처럼 느껴졌다. 편지는 형식적으로는 예의를 갖추고 있지만, 그 사이 어디쯤엔가 숨기지 못한 감정의 결이 묻어 있었다. 서로를 배려하는 척하면서도 슬쩍 드러나는 솔직함,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선을 긋는 태도들. 그 미묘한 온도 차이 속에서 ‘타인을 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면서도 인간적인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건, 두 사람이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른 감정의 언어로 기록한다는 점이었다. 가까운 사이에서도 마음의 좌표는 늘 엇갈리고, 관계는 그 엇갈림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이 잔잔하게 다가왔다. 결국 이 편지들은 둘만의 대화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나는 타인을 어떻게 대하고 있었나’라는 질문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서간집이 아니라,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작은 거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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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저소비 생활
가제노타미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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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은 결국 생각의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 아주 단순한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삶을 이루는 거의 모든 조건이 담겨 있다.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고, 어떤 말을 고르고, 무엇을 사느냐에 따라 우리는 자신을 조금씩 만들어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삶의 방향은 내 생각이 아니라 외부의 권유나 광고, 혹은 비교 속에서 정해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요즘의 세상은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 넘쳐나는 정보와 선택지 사이에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헷갈린다. 원래 단순했던 욕구는 이제 수많은 ‘추천’과 ‘리뷰’ 속에 묻혀버렸다. 어느새 ‘선택’은 스스로 내리는 판단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대신 내려주는 결정이 되어버렸다. 나의 의지는 점점 흐릿해지고, 대신 남의 선택이 내 삶을 채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결국 소비는 단순한 구매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삶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방식이다. 내 손으로 고른 물건, 내가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은 나의 세계를 이루는 조각들이다. 그래서 소비는 때로 철학적인 행위가 된다. 그것은 단순히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에 관한 문제다.

가끔은 무언가를 사지 않는 결심이 오히려 더 큰 선택이 되기도 한다. 충동적으로 장바구니를 채우는 대신, 잠시 멈춰 ‘이 물건이 정말 내 삶을 더 좋게 만들까?’를 묻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주체적인 소비자가 된다. 삶을 소비로부터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지만, 그 방향을 스스로 조정할 수는 있다.

결국 중요한 건 결정의 주도권을 되찾는 일이다. 내가 내린 결정이 진짜 나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의도된 설득에 반응한 결과인지 구분하는 감각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현대 사회에서의 ‘생존력’일지도 모른다.

삶은 생각의 결과다. 내가 무엇을 믿고, 무엇을 원하며,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로 변한다. 선택이 곧 방향이고, 방향이 곧 나다. 그러니 오늘의 작은 결정 하나라도 허투루 넘기지 말아야 한다. 커피 한 잔을 고를 때도, 시간을 보내는 방식을 정할 때도, 그 안에는 내 생각이 담겨 있어야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속삭인다. “이게 더 좋아 보인다, 이게 더 합리적이다.” 하지만 그 모든 유혹을 지나, 자신만의 속도로 선택을 내리는 사람만이 자신에게 맞는 삶의 리듬을 찾는다. 결국 우리는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떻게 살겠느냐’를 묻는 존재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언제나 내 생각의 방향에서 비롯된다.

결국, 삶을 바꾸는 일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하루의 작은 결정을 다시 내 손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생활은 생각의 그림자다. 그 그림자가 어떤 형태를 띨지는, 오직 나의 의지가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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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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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AI가 도입된 이후로 영향을 받은 바둑업계만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바둑 이야기는 아니다. 뉴스거리로 한번 귀기울일만 했던 잠깐의 화제안에 미래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는 의식이 전혀없었다. 작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너무 스며들고 익숙해서 기술의 발전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았던 스스로를 개탄했다. 문득 발생하는 사회 문제를 시대흐름에 다소 어긋난 개인의 불편함으로만 치부했다. 다수가 믿고있다고 어쩔수없는 흐름이기에 따라가야했다고 뒤처지는듯한 인상을 애써 지우지않는 나태함만으로 누군가를 버려둔 기분이다. 그 누군가는 곧 나이자 우리이고 모두가 떠안을 짐이라는 사실도 망각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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