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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저소비 생활
가제노타미 지음, 정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평점 :
생활은 결국 생각의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 아주 단순한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삶을 이루는 거의 모든 조건이 담겨 있다.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고, 어떤 말을 고르고, 무엇을 사느냐에 따라 우리는 자신을 조금씩 만들어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삶의 방향은 내 생각이 아니라 외부의 권유나 광고, 혹은 비교 속에서 정해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요즘의 세상은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 넘쳐나는 정보와 선택지 사이에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헷갈린다. 원래 단순했던 욕구는 이제 수많은 ‘추천’과 ‘리뷰’ 속에 묻혀버렸다. 어느새 ‘선택’은 스스로 내리는 판단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대신 내려주는 결정이 되어버렸다. 나의 의지는 점점 흐릿해지고, 대신 남의 선택이 내 삶을 채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결국 소비는 단순한 구매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삶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방식이다. 내 손으로 고른 물건, 내가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은 나의 세계를 이루는 조각들이다. 그래서 소비는 때로 철학적인 행위가 된다. 그것은 단순히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에 관한 문제다.
가끔은 무언가를 사지 않는 결심이 오히려 더 큰 선택이 되기도 한다. 충동적으로 장바구니를 채우는 대신, 잠시 멈춰 ‘이 물건이 정말 내 삶을 더 좋게 만들까?’를 묻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주체적인 소비자가 된다. 삶을 소비로부터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지만, 그 방향을 스스로 조정할 수는 있다.
결국 중요한 건 결정의 주도권을 되찾는 일이다. 내가 내린 결정이 진짜 나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의도된 설득에 반응한 결과인지 구분하는 감각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현대 사회에서의 ‘생존력’일지도 모른다.
삶은 생각의 결과다. 내가 무엇을 믿고, 무엇을 원하며,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로 변한다. 선택이 곧 방향이고, 방향이 곧 나다. 그러니 오늘의 작은 결정 하나라도 허투루 넘기지 말아야 한다. 커피 한 잔을 고를 때도, 시간을 보내는 방식을 정할 때도, 그 안에는 내 생각이 담겨 있어야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속삭인다. “이게 더 좋아 보인다, 이게 더 합리적이다.” 하지만 그 모든 유혹을 지나, 자신만의 속도로 선택을 내리는 사람만이 자신에게 맞는 삶의 리듬을 찾는다. 결국 우리는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떻게 살겠느냐’를 묻는 존재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언제나 내 생각의 방향에서 비롯된다.
결국, 삶을 바꾸는 일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하루의 작은 결정을 다시 내 손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생활은 생각의 그림자다. 그 그림자가 어떤 형태를 띨지는, 오직 나의 의지가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