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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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며 먹먹한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등장인물들의 이해할 수 없어 보이는 행동들과 상황이 낯설게 느껴져 나와는 철저하게 거리감있는 타인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고 오해했다.
채식을 시작했다는 한 명 때문에 만들어진 전체가 맥락을 뒤흔드는 모양새가 여간 불편했다. 불편한건 따지고보면 길들여져 익숙해져버린 불편함의 또 다른 진실인데 현실을 살아가는 내게 진실을 마주한 모양새는 어딘가 더욱 불편하다. 수긍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기를 들지않았던 습관으로 인해 과반수가 만들어진 사회에 집단은 권력을 갖는다. 그 탓의 원인을 그들로 돌려 비난하기에 집단에 속한 나의 모습은 매우초라하다. 지금까지 그러했으니까 으레 앞으로도 그래야한다는 당연주의에 무한한 신뢰를 던지는건 어디에서 멈춰야할까. 극단으로 치닫지 않으면 이해받기도 동의를 구하기도 어려운 삶인데, 이미 많이 지쳐버린 사람들에게 소설은 이제서야 무엇을 깨뜨리려 하는걸까.
불편한 마음을 추수려본다. 개인이 흔들어버린 집단에 퍼져있는 가공된 견고함이 생각하는 것 보다 단단하지 않을수 있음을 짐작해본다. 설령 부딪치고 막다른 길에 헤메일지라도 시도는 해볼지 않을까하는 막연함으로. 그런 모습에 주변은 유난하게 들떠있는 자아를 몰아내겠지. 나와는 다르게 순종하는 모습을 비치지 않는 또 다른 자아를 숨긴채 집단을 앞세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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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 시장 상품 인간을 거부하고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
이반 일리치 지음, 허택 옮김 / 느린걸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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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에 씌였다는 책의 출판년도를 다시 확인하면서까지 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현 시점에도 통렬하게 관통하는 저자의 뚜렷한 의견에 탄복을 금치 못했다. 사회를 바라본 냉철하게 날카로운 관점은 그야말로 시대를 초월하여 현재를 꿰뚫기에도 여전히 충분했다.
하지만 현대의 모습은 더욱 암울하다. 그가 살아있다면 충격을 받고 해결책에 대한 변함없는 사회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할듯하다. 이반 일리치가 기대했던 사회의 공동체는 견고해진 무력함으로 더 이상 그의 기대를 충족할 수 없을것이다. 시대는 더더욱 파편화되고 전문화된 소비위주의 양식을 보존하고 상품이 목적이 된 개인을 지배한다. 사람들 사이의 소비과시가 지향할 미덕으로 의미를 갖는 인간의 삶은 재화에 편향된 의존성에 더하여, 온라인 상 개인의 사고와 삶이 허무하게 스며들어간 콘텐츠라는 부차적 산물이되어 악순환되는 구조의 완전한 시스템이 되었다.
불경한 의견이 되었을 법한 빨간 책이 이제는 효력을 잃어 고전이 되어버린 낡은 유물이 되었다. 한 때의 누군가 심심하게 제창한 주장이라기에는 너무나 획기적이고 예리한데, 이에 찬동할 대중이 소멸한 현대에 나는 어리숙한 모양새로 반가움만 비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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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리추얼: 사소한 것들의 힘
장재열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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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해쳐나가기 위해 습관이나 방법을 강구해 내야할 정도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삶을 버겁고 무겁게 받아들이는 듯 하였다. 저자가 제시한 하나하나의 제안이 당연한듯 낯설게 보이는건 스스로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했을 법한 나를 돌보는 방법을 자신이 알아채지 못하는 수동성에 있는지 모른다. 이제 능동적인 선택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지않을까. 누군가 제시한 방법을 조금이나마 수용하든지,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나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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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좌절의 시대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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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참 고달프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노력과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되니. 살아남는 것보다 오늘 당장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가 막막한 상황에 남아있는 작은 정신을 겨우 붙잡고 남들은 무엇을 말하나 기웃거려본다. 너는 잘못되지 않았다는 위로를 받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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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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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을 읽으며 이미 작고한지 오래 지났지만, 이렇게 나마 살아있는 작가를 만날 수 있다니. 나는 얼마나 큰 행운을 얻었는가. 책을 읽는 내내 순수하게 나는 오로지 이런 생각을했다.
마음이 오글거리게도 작가는 사람들의 존경에 감싸여있어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너무나 위대해 보여 매우 어려웠다. 수필에 담긴 인간적인 면모가 그래서 더 크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하루를 살고 사람을 살피고, 주변을 되돌아보며 삶을 되새기는 일. 노년이 된 작가의 삶에서 무언가 대단한 발견을 원하지 않았다. 작가 또한 엄청난 삶의 깨닳음을 전하려 하
지않았다. 그저 오늘을 살아냈다는 것. 누군가를 보며 자신을 바라보았다는 것. 그 단순한 것들이 모여 삶을 지탱하고 있음을 다시한번 생각해볼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점.
인생은 참 고달프고 고되다. 그래서 먼저 앞서나간 어른의 이야기를 듣고 곱씹는 지금이 나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지 모른다. 삶을 살아낸다는 것. 대단한 무언가도 아닌 나에게 준 뿌듯한 감사일것이다라는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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