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 이야기.글자들을 하염없이 소비하며 이리저리 나뒹구는 작가의 전개방식에 어느순간 ˝그래 갈 때까지 가보라˝며 스토리에 대한 내 마음을 놓아버렸다. 관대하게 넓어진 나의 마음속에 들어온 픽션이 활개를 친다. 만화같은 전개방식에 어이가 없고 등장인물들 각각의 평면적인 포지션이 기가막히게 당황스럽다. 그렇다고 싫어하지 않는다. 이건 끝까지 읽은 독자만이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얘깃거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책의 부제는 조금 과장스러운 것 같아 내가 조금 멋대로 변경하기로 했다.“스웨덴 : 상냥한 위키피디아 버전”저자가 (그래도 그는 스웨덴인) 주구장창 주장하는 “라곰”이라는 단어는 뭔가 챕터마다 끊임없이 반복되고 재생되어 헤어나올 수 없는 굴레로 공동묘지속 잡초처럼 자라난다. 사실 스웨덴 이라는 국가를 개요로 하는 한 권을 원한건 아니다. (이렇게 또 제목과 표지에 마음이 끌리다니)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저자가 떠들어대는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사실 스웨덴은 전혀 문화적으로도 친근한 장소가 아니기에 글은 흥미롭고 신기한 얘기들로 가득찬건 사실이다. 다만 작가의 맹신에 더하여 과도한 집착증세에 뒤덮힌 “라곰” 이라는 명제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당신 라곰이 궁금하신가요?) 스웨덴의 속성이 너무 고정관념처럼 굳혀버릴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게 저자의 의도라면 당신은 성공하셨습니다. 축하의 꽃다발을 스톡홀름으로..) 더도말도 움직이기는 싫고 그냥 새로운 신지식이라도 얻고싶은 기분일때, 이 한 권으로 당신은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스웨덴은 라곰이라고.”
다소 도발적인 용기라고 할 만큼 도전적인 삶의 형태. 이런 태도로 삶을 마주하는 방법도 있구나 하고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수긍할 수 없는 부분도 적잖아 곳곳이 숨어있길래 적용할 수 없는 타인의 삶을 관망하게 된다. 채우지 않더라도 의미 없는 삶은 아니기에, 누군가의 판단이 아닌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그런 삶을 잠깐이나마 꿈꾸게 되었다.
일주일만에 작성한 듯 한 한 권. 내용의 80퍼센트는 안 읽어도 무방한 잡담. 저자는 책 한 권의 내용 자체를 미니멀하게 기록하려 했나. 블로그가 잘된다고 인쇄물로 옮겨놓았더니, 이건 저자의 욕심인가 출판사의 억지인가.내용이 미니멀하다 못해 없다. 이것도 미니멀리스트의 의도라면 놀라운 발상.난 분명 속독법따윈 배운적도 없는데 왜 이 책을 한 시간도 안되서 읽어버렸는가. 머릿말의 그 3페이지가 결국 모든 장의 전체임을 왜 몰랐을까.후데코상 다시는 이런식으로 책 내지 맙시다.물론 미니멀리스트에 대한 엄청난 정보를 기대하고 책을 선택한 건 아니었고, 대략적이나마 미니멀리스에 대한 자극이라든지, 저자가 말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조언을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지는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다. 조금은 의아한 전체페이지 수를 확인하며 이렇게 짧았던가? 챕터를 넘어갈 때마나 공백이 두드러지는 페이지네이션은 뭔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블로그를 기반으로 작성된 글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심각하게 가볍게 인터넷 정보를 긁어들어가는 느낌으로 글을 읽고 있자니 왜 돈을 지불하고 구입했는지 본인에게 어이가 없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