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니가 알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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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기 직전의 너덜거리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자니 뭔가 꺼림직했다. 손때가 묻은 고풍스런 느낌이 아니라 원래 종이색이 어떠했는지 가늠도 안되게 누렇게 익어버린 지면을 보면 아마 누구든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왜 이렇게 책이 낡아 빠진건지 충분히 이해할만도 했다. 이 한 권을 들고 냉소에 가득찬 입술을 들썩거렸던 나를 포함한 수많은 독자들을 떠올리면서.

단편소설이 엮어있는줄 알았는데, 챕터가 흐르면서 뒤엉키며 순서를 잡아가는 전체흐름에 가히 기가막혔다. 자조적이랄까 엉뚱하다고할까, 아무튼 그 존재 자체로 시니컬하기 그지없는 작가의 세계가 불쾌할정도로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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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문제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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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순간 주옥같은 글이라는게 오쿠다 히데오 작가를 두고 만들어진 수식어는 아닐런지 생각했다.
평범한 이야기 꾼인것 같은데, 그 이야기 사이사이로 빠져나오는 가슴 따뜻하고 마음을 흔드는 온기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체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감정에 빠지게 한다. 겉멋에 빠져서 사색하는 불필요한 허세가 없다. 아니 허세와 자만이라는게 도통 어떤 의미이지? 하고 반문하는 바람에 질문하는이가 당혹스러울 정도이니 나는 더 더욱 그의 글에 매혹된다.

여섯가지 각각의 가정에서 일어나는 가족의 문제가 여기 있다. 이게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건가하고 위트와 유머로 범벅해버린 결론에 피식하고 웃어버리게 되지만, 이내 다마신 찻잔에 남겨진 잔여물처럼 숨겨진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주부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주부의 마음을 잘 알고 있지? 여고생도 아니면서 왜?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순간을 포착하고, 세밀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함을 비범하게 묘사했다. 잔기술을 부리는게 아니라 너무도 능숙하게 에너지를 쏟아부어버려서 독자는 어벙벙해질 뿐이다. 그게 그렇게나 대단한 실력이었단 말이야? 하고 뒤늦은 깨닳음으로 작가에게 반성을 바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면서.
햇빛에 색이 바랜 사물들 처럼 나도 그의 감정에 물들여서 그와 같은 방향으로 닳았으면 좋겠다.이건 정말 더할 나위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소망이다. 온 우주의 힘을 빌어서라도 이뤄내고 싶은 그런 소망. 여유로운 주말에 따사로운 햇살 마냥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게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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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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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이며, 아쿠타가와상이라는 멋들어진 수식어의 띠지가 책을 둘러쌌다. 제목만으로는 도통 어떤 이야기일지 가늠조차 할 수없는 궁금증에, 나는 저명한 수상작이라는 멋들어진 화려한 장식만 믿고 소설을 집어들었다.

덕후라고 흔히 일컫는 아이돌 팬문화는 대중적으로 조금 낯설긴하지만, 연예문화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누구나 한번쯤 강제적으로 흘려듣지 않지 않은 경우는 없을것이다. 옥외광고, 지하철 광고판, 버스정류장에서 보이는 아이돌 생일축하 전광판은 아주 흔한 예시이다. 전혀 생소한 누군가의 기념일을 모두에게 강요하듯 주입하는 기분이들어 나는 씁쓸하게 광고판을 지나치곤했다. 그토록 애정을 쏟고 삶을 지탱하는 존재로써의 셀럽은 어떤 대상이며, 과연 그들은 어떻게 한 개인에게 그리고 집단으로 영향을 미치는건가? 드러난 일상에서의 활동은 매우 최소한으로 비춰지지만 온라인에서의 그들의 움직임은 가히 범접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남에 분명했다. 물론 어떤 잣대를 들이대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드는 노력은아니다. 사회는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그 미묘한 시류를 일본사회가 이 소설을 중심에 두고 조명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각자의 삶은 형태는 다양하고 서로다른 깊이가 있기에 아름답기도 불행하기도 하다.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기에 앞서 호기심이 일고 가까이다가가서 살펴보려는 시도는 어른이 되어감에 따라 횟수가 줄고있지만 나는 어렴풋이 알고있다. 있는 그대로의 개개인이 공존했을때의 사회가 얼마나 멋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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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 Around Vol.78 Money And Pocket - 2021.7
어라운드 편집부 지음 / 어라운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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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딱히 기억나는게 없다.
격월로 발행되는 잡지 형태이지만 으레 생각하는 그런 ‘잡지’와는 다른 무게감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책을 구매하기 전 나는 막연한 기대를 했다. 이번 달의 테마인 “소비”를 주제로 어떤 사람들이 한 권에 모여서 각자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지 궁금했다. 주제는 따로 없었고 그냥 각자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별반 딱히 메인테마를 가지지 않아도 될 정도의 그런 인터뷰와 이야기들이 엮어있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는 인터뷰이도 있었지만 별 쓸데 없는 얘기를 주절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러 이런 이야기를 활자로 옮겨서 지면을 할애할 정도로 부질없는 글들을 왜 옮겼을까 하고 의문을 가졌다. 챕터의 편차가 너무 심했다. 어쨌든 본질은 잡지였다. 광고이미지로 가득찬 번쩍이는 유광의 종이만 없었을 뿐이지 글들이 미묘하게 어지럽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쓰고 소비하는 것은 자유라서, 절실하게 현명하고 가치있는 소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가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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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 세상 끝 서점을 비추는 365가지 그림자
숀 비텔 지음, 김마림 옮김 / 여름언덕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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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기를 읽는다. 조금 부적절해보이긴하지만, 작가가 세상에 펼쳐놓은 얘기니까 조금도 양심의 가책은 받지 않는다. 서점을 운영하는 작가가 하루 하루의 매출과 서점에서 일어난 시시콜콜한 얘기로 한 권을 채웠다. 저자는 위트가 있으며 불친절하고 손님들은 버릇없으며 예의가 없었지만 그 안에서 보여진 서로의 일상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답다.

손가락으로 책을 주문하고, 심지어 요새는 오전에 구매하면 퇴근전에 배송까지해준다는 서비스도 있다. 몇 년전에 나는 부피가 있는 종이책을 싹 정리해버리고 이북 단말기를 구매했다. 새로운 매체에서 만나는 책은 흥미로웠고 다시는 종이책 따윈 사지않을거라 결심했다. 근데 알게모르게 나는 자연스레 다시 종이책을 읽고 있다. 새로운 세상과 서비스가 도래하고있지만, 이상하게도 손때묻은 책이, 그리고 그 책을 파는 공간이 이따금씩 그립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어떻게 신기하게도 공존하며 서로의 가치를 존중받고있다. 이북이 준 처음의 신선함과 신기함은 잊혀져서 익숙해져 버린사이에 그 목적을 잃고 그냥 장/단점을 가진 하나의 포맷이 된것이다.

시대는 빠르게 변했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서점을 간다. 중고책방에서 구매해서 중고책방주인의 일기를 읽다니. 이 책이야 말로 이북단말기로 읽는다면 저자가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 합리적인 의심이 강하게 들어 한편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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