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문제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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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순간 주옥같은 글이라는게 오쿠다 히데오 작가를 두고 만들어진 수식어는 아닐런지 생각했다.
평범한 이야기 꾼인것 같은데, 그 이야기 사이사이로 빠져나오는 가슴 따뜻하고 마음을 흔드는 온기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체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감정에 빠지게 한다. 겉멋에 빠져서 사색하는 불필요한 허세가 없다. 아니 허세와 자만이라는게 도통 어떤 의미이지? 하고 반문하는 바람에 질문하는이가 당혹스러울 정도이니 나는 더 더욱 그의 글에 매혹된다.

여섯가지 각각의 가정에서 일어나는 가족의 문제가 여기 있다. 이게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건가하고 위트와 유머로 범벅해버린 결론에 피식하고 웃어버리게 되지만, 이내 다마신 찻잔에 남겨진 잔여물처럼 숨겨진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주부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주부의 마음을 잘 알고 있지? 여고생도 아니면서 왜?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순간을 포착하고, 세밀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함을 비범하게 묘사했다. 잔기술을 부리는게 아니라 너무도 능숙하게 에너지를 쏟아부어버려서 독자는 어벙벙해질 뿐이다. 그게 그렇게나 대단한 실력이었단 말이야? 하고 뒤늦은 깨닳음으로 작가에게 반성을 바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면서.
햇빛에 색이 바랜 사물들 처럼 나도 그의 감정에 물들여서 그와 같은 방향으로 닳았으면 좋겠다.이건 정말 더할 나위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소망이다. 온 우주의 힘을 빌어서라도 이뤄내고 싶은 그런 소망. 여유로운 주말에 따사로운 햇살 마냥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게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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