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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집 연대기 - 일생에 한번 자기만의 삶의 리듬을 찾는 경이로운 시간
박찬용 지음 / 웨일북 / 2021년 2월
평점 :
많은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가족을 떠나 각자의 독립생활을 시작한다. 이 책은 그 가운데 취향이 확고하게 다른, 혹은 그런 방향을 지향하는 작가가 던지는 독립생활 출발기이다. 30대의 작가는 의욕이 많아 보인다. 원래 생각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그 과정을 엿보는 건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갖은 프라이버시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개인의 이야기를 내어 보이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터.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렇게도 생각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며, 참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작가가 지향하는 바는 내 삶의 방식과는 너무 다르다. 그래서 좀 의아했고 이해가 되지 않았으며, 신기하면서도 조금은 불편했다. 냉장고와 세탁기가 없고, 와이파이가 없으며, 부엌을 사용하지 않는(결국에 본의 아니게 다 생기게 되었지만) 그런 작가의 취향을 언급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무엇이 맞는 방식인지 충분히 알고 있는 것 같아 선택적인 취향으로서 멋진 일이다.
반면, 출장을 갈 때마다 물건을 수집하듯 사들이는 게(물건보다는 그 과정에서의 뿌듯함을 성취하려는 면) 나는 별로였고, 유럽의 무언가만이 뭔가 진실한 형태의 오브제로만 간주되는 듯 묘사되어서 작가에게 거리낌이 생겼다. 작가도 약간은 이런 비판을 예감한 듯 에필로그에 독자를 향한 코멘트를 미리 달았다. 사람에 따라 느낄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부분을 미리 언급하며, 가볍게 읽는 한 권이 되기를 바라며 작가 나름의 최대한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했음을 의도했다고 말했다. 직장의 형태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이렇게까지 크다는 게 분명하게 보였다. 작가는 사치품이라 분류되는 물건들을 자주 접하는 잡지에 몸을 담고 있어 익숙해져 있기에, 물건을 향한 자세가 매우 달랐다. 아니면 원래 본인의 취향이었기에 지금의 직업을 가진 것일까?
아무래도 작가는 주인집 할머니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몇 번이고 뭔가 자아도취 하듯 되뇌는 듯한 혼잣말처럼 주인 할머니를 언급할 때마다 나오는 억지스러운 긍정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읽히는 건 왜일까. 아무래도 말 못 할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음에도 차마 투덜거리는 변명처럼 보일까 많이 말을 아낀 듯했다. 어차피 삶은 아름답고 행복한 일만 있는 건 아니니까. 심지어 윗집 아랫집 한 지붕 아래서 사는 집 이야기면 얘기는 정말 넘치고 많을 것이다.
독립해서 나만의 공간을 갖는 건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신기하게도 나를 알고 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사는 데에는 정말 많은 노력과 손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뼈저리게 체험하게 된다. 독립을 꿈꾸는 혹은 이미 자립해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누군가도 이렇게 오늘을 살아가고 있음을 얘기하는 한 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