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옆의 책 제4과 "영원한 대화"(13-19p)라는 제목에 나오는 글이다.
우리 내면에 있는 노인과 아이가 나누는 아름다운 대화.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사람들의 내면세계에는 영원한 아이와 노인이 공존한다. 아이와 노인은 ‘나’와 같은 날에 태어난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 존재의 일부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오랫 동안 그들의 존재를 무시했다. 이제 그들의 솔직담백한 대화를 들으면서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통찰력과 풍요로운 지혜를 만나보도록 하자.
아이: 할아버지는 몇 살이에요?
노인: 음, 몇 살로 보이니?
아이: 여든 살로 보여요.
노인: 그것보다 다섯 살 더 많단다.
아이: 할아버지는 더 크면 뭐가 되고 싶어요?
노인: 나는 별들을 관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아이: 제가 뭐가 되고 싶은지 지금 물어봐주세요.
노인: 그래, 물어보마.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지?
아이: 신이 되고 싶어요.
노인: 신?
아이: 네. 할아버지가 별을 관리하는 사람이 되게 할 수 있잖아요. 물어볼 게 있어요. 친구가 뭐예요?
노인: 네 엄마보다 너를 더 잘 아는 사람이지.
아이: 할아버지는 친구가 있어요?
노인: 너 하나뿐이란다, 얘야. 다른 사람은 없어.
아이: 친구가 한 명뿐이면 너무 적은 거 아니에요?
노인: 친구가 없으면 살 수 없겠지. 근데 너처럼 진실된 친구라면 충분해.
아이: 근데 왜 할아버지는 즐겁지 않죠? 제 우정으로는 부족한가요? 할아버지는 슬퍼 보여요. 밤에 혼자 있으면 무서워서 그래요?
노인: 말이 없다고 슬픈 건 아니란다. 행복하지 않은 게 슬픈 것도 아니고. 그리고 밤의 어두움 때문에 무섭지는 않아. 왜냐하면 혼자라고 느끼지 않기 위해 추억이랑 책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지. 만약 네가 무지개에 닿았는데 그것을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면 행복할 수 있겠니?
아이: 아니요. 할어버지의 추억... 추억은 어때요? 할아버지는 무지개에 닿은 적이 있어요?
노인: 어제 네가 했던 것들에 대해 지금 생각하는 것이 추억이란다. 무지개에 대해서라면, 닿은 적이 있어. 하지만 누가 내 말을 믿겠니?
아이: 전 믿어요!
노인: 그래. 난 사람들이 내 말을 믿지 않아서 슬펐단다.
아이: 저도 슬퍼요. 왜냐하면 어제 나무 위 둥지에 새 두 마리가 있는 걸 보았는데 오늘은 한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어떤 새가 죽었을까요?
노인: 분명히 수컷일 거야.
아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노인: 만약 아니라면, 둥지는 텅 비어 있을 거야. 어제 오후에 새들 사이에 전쟁이 있었거든.
아이: 전쟁이 뭐예요?
노인: 두 무리 사이에서 벌어지는 큰 규모의 싸움이란다.
아이: 누가 전쟁을 하죠?
노인: 어린 시절을 잃어버린 어른들이 하지.
아이: 거북이는 자기들끼리 안 싸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동물들보다 오래 살고요. 그죠?
노인: 네 말이 맞아. 그리고 아무도 달리지 않고, 어떤 곳에 도달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기 때문이지. 그들은 살면서 그저 걸을 뿐이야. 우린 거북이들에게 그걸 배워야 해. 늘 서두르기 때문에 여러 차례 나쁜 일을 저지르지. 그리고 항상 달리기 때문에 우리를 넘어뜨리는 돌부리를 못 보는 일이 잦지.
아이: 할아버지는 항상 맞는 말만 해요! 할아버지도 아이였던 적이 있어요?
노인: 그럼, 당연하지.
아이: 저도 언젠가 할아버지처럼 될까요?
노인: 물론이지. 왜 아니겠어? 네가 나에게 했던 질문과 똑같은 질문을 어떤 아이가 너에게 할 만큼 산다면 말이지.
아이: 채권자가 뭐예요?
노인: 채무자보다 더 잘 기억하는 사람이란다.
아이: 지혜로운 건 뭐죠?
노인: 적절히 말할 수 있는 덕목, 그러니까 입을 다물 줄 아는 현명함이지.
아이: 도둑이 뭐예요?
노인: 허락을 받지 않고 다른 사람 집에 들어가는 나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야.
아이: ‘빈대’가 뭐예요?
노인: 일을 하지 않거나 약간의 투자로 큰 이득을 보려고 어리석은 짓을 하는 사람들이지.
아이: 술이 뭐죠?
노인: 불면증을 치료할 수 없는 약이야. 하지만 불면을 즐겁게 해주지.
아이: 사랑은 뭐예요?
노인: 크고 작은 우리의 이기심을 지울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이란다. 그리스 사람들은 그걸 ‘카리타스’라고 불렀어. 그건 인류애, 가족애, 친구간의 사랑, 연인간의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지.
아이: 내일은 뭐죠?
노인: 오늘 못한 것을 위한 이상적인 날이야.
아이: 사무실은 뭐예요?
노인: 아내에게 받은 집안의 피로를 해소시키기 위한 장소지.
아이: 향수는 뭐예요?
노인: 다른 냄새를 감추기 위해 사용하는 냄새란다.
아이: 새들은 왜 노래 부르죠?
노인: 자신들의 자유로부터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지.
아이: 하지만 전 새장 속에 갇힌 새들이 노래 부르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노인: 물론이지, 그렇고 말고. 언젠가 넌, 무엇으로도 그리고 누구도 가둘 수 없는 내면의 자유를 이해하게 될 거야. 그리고 내면의 자유는 영혼의 침묵이란다.
아이: 행복하다는 게 뭐예요? 그리고 뭐 때문에 침묵이 존재하죠?
노인: 늘 자기 자신에게 진솔한 것이 행복이지. 그리고 침묵은 우리 자신을 알기 위한 더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
아이: 할아버지는 부자예요?
노인: 갖고 싶은 전부를 갖고 있지는 않단다.
아이: 얼마나 갖고 있는데요?
노인: 다른 사람들과 나눌 줄 아는 것 정도는 갖고 있지.
아이: 선은 뭐고 악은 뭐예요?
노인: 신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심어둔 양심의 소리를 들을 때만이 네 질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을 거야.
아이: 신은 어디 있어요?
노인: 네 눈으로 보고 있는 것들 속에 신이 있지. 네 마음이 느끼는 것 속에도 있고, 너의 지혜가 다다른 곳에도 있단다.
아이: 할아버지는 왜 구름 보는 걸 좋아해요?
노인: 모양이나 색깔이 변하는 조각 작품처럼 보이기 때문에 구름 보는 걸 좋아한단다. 구름의 조각가는 신이겠지.
아이: 우리는 왜 시간 약속을 잘 지켜야 하죠?
노인: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존중하기 위해서란다. 근데 너 이런 얘기 들어본 적 있어? 이브가 준 사과를 아담이 먹었다는 이야기. 무슨 생각이 들었어?
아이: 굉장히 배가 고픈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할아버지, 제가 할아버지보다 항상 더 많이 웃는 것 같아요.
노인: 그렇지. 너는 이제 막 삶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잖니. 나는 죽음을 향해 걷기 시작했고.
아이: 하지만 죽는 아이들도 있잖아요.
노인: 그렇지.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삶에 정들어 온 상태에서 그것을 저버리는 것이 훨씬 더 고통스럽단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아이: 할아버지 말이 맞아요.
노인: 근데 그 눈물은 뭐니?
아이: 제 영혼에서 빠져나온 이슬이에요.
노인: 친구, 내 친구야! 얼마나, 얼마나 더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네 곁에서 배울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