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피아노 소설Q
천희란 지음 / 창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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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피아노#천희란#창비#창비Q           

📍 『그것은 작품이라 부를 수 잇는 것이 아니었다. 증상이었다 』-p.139

✒ 삶의 등과 이마와 손을 맞대고 있는 존재. 죽음.​
​성공하면 나는 지워지고 실패해야만 존재할수 있는 것.
삶이 역동성의 반짝임을 가졌다면 죽음은 배덕의 매혹을 지녔다. 아무도 그것이 무엇인가 증언할수 없고 분석할수도 없지만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실천목록에서 애써 고개돌리는 것. 외면하고 미뤄두는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것. 설마 그런게 어딨냐고 부정하더라도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사건, 존재. 그 무엇.
책 한권 내내 죽음에 매혹당하고 죽음에서 고개돌렸다가 다시 끌려들어간다. 대부분을 죽음을 생각하고 아주 가끔 살아있는것이 느껴지면 그것마저 죄지은 듯 하여 다시 죽음을 꿈꾼다, 자는동안에도 깨어있는 동안에도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매 챕터 앞부분에 적힌 연주곡을 재생시키고 글을 읽다보면 고독과 외로움에 가슴이 저린다
 『혼자가 되지 못한 채로 외롭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너무 많아 외로움이 부정되고, 이토록 무거운 좌절은 영영 바닥에 닿지 않아 무게를 상실한다. 고독 그것은 고립이 아니다. 무력한 전능감이다.』

✒ 어딜봐도 잘 사는 법을 쓰고 읽는다. 내맘 편하게 사는 법이 많이 읽히기도 한다. 요새는 잘 죽는법도 책에서 만난다. 하지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방법이나 이르게 되는 마음의 이야기는 없다. 조건없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입에 담지 않기로 암묵적 합의를 한듯 죽음을 앞에두고 매분 매초를 갈등하는 사람의 진실한 마음은 누구도 듣지 않는다. 그런 마음은 진짜가 아니라고  입밖으로 뱉고  글로 쓰면 그것이 진짜 너의 마음이 되니까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막는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나는 삶 만큼 아니 그 이상 죽음에도 매혹된것을.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가 당신의 마음속에 가득하더라도 나는 그럴수 밖에 없는것을.
아무리 세상이 부정해도 죽음을 갈망하는 내가 여기 존재하는것을. 나의 존재가 부정당할지언정 죽음은 부정의 궤적 그 밖에 존재하는 것이거늘.
​✒자동피아노에서 끊임없이 재생되어 흐르는 음악처럼 끊길듯 끊기지않고 같은듯 다른 리듬과 높낮이로 마음을 두드린다. 이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모르지만 나의 이야기이고 세상에 존재하는 감정이며 그것이 나의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시켜준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삶이 아닌 죽음이 인간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 있고 앞으로 다시 튀어오를지 모를 그 마음을 가졌던 것이 나였다고.

✒하얀 모니터를 앞에 두고 독후감을 쓰는 동안 라흐마니노프의  Suite for two pianos n°1 을 들었다. 덮어둔 내 기억을 가만가만 고르다보니 일어나는것마저 버거웠는지 삶과 죽음의 위치가 내 안에서 뒤집어지듯 시야가 뒤집어진다.
우연히 보이는것도 괜찮지 않고 꺼내어 들여다보는것은 더더욱 괜찮지 않아서 다시 집어넣는다.
그래도 괜찮다. 같은 감정이 다시 떠오르더라도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른 나이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더라도 죽음으로 존재를 확인하는 법 말고도 삶으로도 존재를 확인하는 법을 배웠으니 또 다른 선택지가 있을것이다. 먼저 답을 내리지는 않겠다.
『 평생을 변하지 않는대도 괜찮다. 그러나 절대로 변할 수 없는 것은 없다. 』-p.144

 
🔖 지긋지긋하다. 죽고싶다고 말하지 못하면서 죽고싶다는 열망이 의심받을까 죽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일이. 죽지 않겠다는 말로 죽고싶은 마음을 이해받으려는 비겁함이. 죽는 일에 실패할까 죽기를 시도하지 못하게 하는 망설임이. 빠져나올 수 없는 진창에 빠지면 정말로 죽어버리면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일이. 죽고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단번에 죽을 방법을 궁리하는 일이.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하면서 진짜로 두렵지 않을 때를 기다리는 일이. 지긋지긋하다. 이것은 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이다. -p.26

🔖 확신할 수 없어서 머뭇거리기만 하다 저질러지는 죄도 죄라고 불러야 할까. 죽이는 건 죄다. 죽는건 죄가 아니다. 죽는건 죄가 아닌데, 죽고싶다 말하는 건 죄가 된다. 죄짓고 싶지 않아서 내게 죄를 지었다. 사는건 같지도 않는 삶을 산다. 죽음만 생각하며 산다. 죽으면 죽음도 없겠지. 죽으려하는게 죄라면 죽지못하는게 벌이고 죽는 일만 생각하고 사는게 죄라면 살아있는 자체가 죄일텐데. 충분히 실현되는 것이 없다. 충분히 실재하는 것이 없다. 실패한다. 실패했다. 실패할 것이다. -p.28

🔖 어쩌면 오늘, 아니면 내일,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죽음을 욕망하는 일. 내 욕망이 머뭇거림 속에서 실패에 이르는 일. 내가 욕망히는 것은 단 한번의 선택으로만 완성될 것이다. -p.70

🔖 고독이 깊어진 결과인 줄도 모르고, 고독해지면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인줄 알고, 아무도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려고, 아무런 표정이 없어서 어떤 표정도 그러 넣을 수 있는 얼굴을 썼다. -p.80

🔖 더 많은 계절을 지날수록 알 수 없게 되는 것들이 있따. 새롭게 배운 언어가 앞서 배운 언어를 지우듯이. 뒤따라 오는 파도가 해변의 파도를 지우듯이.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인파가 나를 지우듯이. -p.115

🔖 나는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텅빈 무대를 본다. 어두운 객석에 앉아 단단하고 깨끗한 피아노의 음성을 들으면 매번 그 연주가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연주가 지속되는 만큼의 시간만을 살 수 있어서.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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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죽음
에밀 졸라 지음, 이선주 옮김 / 정은문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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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죽음#에밀졸라#정은문고         


📍  인생에 돈은 대체 무엇이길래.

✒ 이 책은 commest on se marie(어떻게 결혼하는지), commest on meurt(어떻게 죽는지)  Un mariage D'amour(사랑의결혼)  세개의 작품을 엮은 책이다. 그래서 타이틀이 결혼, 죽음 으로 되었나보다.  결혼과 죽음이라.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각 계층별로 조금씩 다른 결혼과 죽음을 묘사했다. 귀족, 부르주아, 상인, 서민, 농부.
서문을 읽으며 사랑충만한 관계를 그렸을거라고는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현실적이고 사건 이면에 있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서 쓴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래서 자연(?)주의 작가인가)
​✒ 봄가을엔 축의를, 날이 추워지면 조의를 할 일이 많아진다.
당사자가 아닌 손님으로 자리하는 결혼식이나 장례식에서는 인간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듣고 보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결혼식 당사자를 뒤에 두고 얼마짜리 집에 얼마짜리 예식이더라 나이차이가 어쩌니저쩌니 한쪽이 기운다는둥 시댁식구들이 보통이 아니어보인다거나 사돈의 팔촌이 누구라더라, 그래도 물려받은 뭐가 있는거 아니냐 아주 세상소식통이 여기 다 있는것만 같다. 당사자도 아닌 사람들이 얼마나 속내를 잘알아서. 안다 하더라도 그날은 입다물고 박수쳐주는게 최고의 예의이자 최상의 축하 아닌가. 장례식장은 더 노골적이다. 슬픔을 나누겠다는 자리에서 호상이라는둥 재산은 어떻게 분할할예정이냐는둥, 지분이 얼마냐는둥. 육개장과 소주잔을 앞에두고 위로를 가장한 칼날이 날아다녀 승자도 패자도 없이 피만 넘쳐흐르는 검투장이 된다.
내가 예식의 당사자나 혼주라면 들을 틈도 없었을 것이고, 장례식장의 상주나 직계라면 앞에서는 대놓고는 못할 말들이지만 두 행사 모두 주인공이 아니기에 볼수있고 들을수 있는 인간의 속마음이다. .
그런 대화들을 스쳐지날땐 기분이 이상하다. 인생의 주인공은 나인데, 돈에게 자리를 빼앗긴 느낌이 든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돈으로 등급판정을 받는 존재인것만 같다.

그것과 비슷하게 책의 소재는 분명 결혼과 죽음인데, 주인공은 돈이다.  속마음을 묘사한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 적은 문장 사이사이 싸늘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더  이 책이 쓰다. 하하호호 웃는 우리의 뒤로는 이런 온도의 냉막함이 자리하겠구나.
​​
​✒​ 결혼이나 죽음은 인생의 한 사건이지만, 돈은 인생을 통째로 꿰어 흐르는 혈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에게서 나에게로, 내 인생을 통째로 관통해 흐르다 자식에게도 이어질 피. 각자의 존재들임에도 돈 앞에 하나되는 그들의 속마음을 읽으며 보고 듣고 겪은걸 곱씹어보자니 그럴사람이 어딨냐며 부정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혼은 선택이 가능하지만 죽음은 선택이 불가능하기 때문일까. 읽기 전에는 결혼 파트가 궁금했는데, 다 읽고 나니 죽음에서 더 많은것이 남았다.
🔖 결혼이란 얼마나 야릇한 제도인가. 인류를 두 진영으로 나누어 한쪽엔 남자, 다른 한쪽엔 여자를 배치해서 각 진영을 무장시키고는 이제 그들을 합류시키며 '평화롭게 살아보라!'니. -p.15

🔖 19세기의 사랑은 단정한 청년이다. 17세기의 영웅적 사랑 18세기의 감각적 사랑은 이제 증권시장에서처럼 거래도 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긍정적이기도 한 사랑이 되어버렸다. -p.9
​🔖 루이즈는 신중했다. 빈털터리 남자하고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이미 확실히 선언했다. 서로 팔짱 끼고 마주보고 앉아 멍하니 눈만 바라보자고 같이 사는건 아니라면서. -p.42
🔖돈이 죽음을 오염시키고 나면 죽음에서 뿜어 나오는 것은 분노뿐이다. 그래서 관을 앞에 두고도 서로 싸워댄다. -p.90
🔖 어떤 다툼도 죽음 앞에서는 무색해지는 법이다 -p.100

🔮에밀 졸라 첫책인데 재밌다. 로맨틱 이런거 1도 없어서 더 재밌다. ​아무래도 에밀 졸라의 '돈' 과 '나나' 를  읽어야겠다.
🔮 나만의 교훈  몃가지​
돈이 완벽한 행복을 보장할 순 없지만  궁핍은 확실한 고통을 선물한다.
배우자는 연인이 아닌 인생동업자.
법적효력을 잘 알아보고 유언장을 반드시 남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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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박해울 지음 / 허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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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파#박해울#동아시아#허블

🔮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는 '스페이스 오페라' 라고 장르를 따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공간이 지구가 아닌것에 낯설어하시는 분들이 계시죠.
그럴땐 주문을 외우세요. 어린왕자도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다. 심지어 다수의 타행성'종'이 등장한다.
그러면 좀 덜 낯설어지실거에요 #어린왕자#sf설#장르변경#스페이스오페라

📍  "내겐 그가 진짜 오르카의 성자였어..." -p.190
✒ 찬기파랑가. 10구체 향가로 지은이 충담사.
열심히 외운 기억이 난다. 찬기파랑가에서 영감을 얻어 sf작품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주인공 이름이 충담. ​
​sf와 향가의 연결고리라니. 어디서 어떻게 연결이 되는것일까.

​✒  충담은 우연히 사라졌던 초호화 우주유람선 오르카 호를 발견한다.
범고래의 학명에서 따온 오르카 라는 함선명과 자잘한 설정에서 침몰한 호화여객선 타이타닉 호가 연상된다.
그 안에 타고 있던 의사 기파. 그가 숨기고 있었던, 아니 유람선이 숨기고 있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기파를 찾아 우주선 안을 헤메며 생존자 아누타를 만나고 우주 한복판에서 비밀을 맞닥뜨린 두 사람의 고민과 선택들은  끊임없이 '인간이란 무엇인가'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기파를 데리고 귀환해야만 딸에게 심장이식수술을 해 줄수 있는 충담의 선택.  
이후 충담은 영원히 고민할 것이다. 그것이 아버지로서의 결정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내린 결정이라면 옳은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둘다 아니었을까.
✒  호모사피엔스가 사유라는것을 하기 시작한 이래로 인간은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인간답다는것은 무엇인가, 인간이 인간답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인간의 정의는 어떤 기준으로 내려야하는가 등등 오랜시간 종교 철학 과학 문학 외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하고 연구했다. ​하지만 새로운 종이 등장한다면 새로운 기준이 생겨야 할 터. ​
기파의 선택은 그런 것이다. ​
인간다움은 인간만의 것인가. 그렇다면 너희가 답을 해 보아라. 너희는 너희가 이야기하는 인간의 기준에 부합하는 삶을 사는가. ​
로봇과 인간의 두 종이 같이 공존하는것을 찾게 되는 순간은 그리 먼 미래가 아닐것이고, 인간윤리의 재정립, 철학의 재탄생 순간 역시 그떄를 같이 할것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미래의 인문학이란  로봇과 인간의 같음과 다름, 충족조건을 찾아 사유하는것으로 시작될것이다. 그 옛날 인간이 동굴속에서 "이것을 불이라고 하자!" 를 외친 이후 오랜시간이 흘러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생각하듯 미래에는 새로운 인간의 정의가 탄생하고 새로운 종과의 공존을 고민할것이다. 굉장히 높은 확률로.
​하지만 이 유구하고 심오한 주제를 어렵게 풀지 않았다. 사건이 생겨날때마다 자연스럽게 던져준다.  그 사건이 반전을 거듭하면서 질문에 내놓은 답이 진짜 맞는가 되돌아보게도  한다. 그게 이 책의 매력이다. 잘 읽히고 생각할 거리가 풍부하다. 안드로이드가 있음에도 계급화된 인간사회, 비용절감과 gmo 추악함과 아름다움, 완전함과 불완전함,가난의 상징, 인간의 욕구, 기억, 이기심, 과시욕, 공포, 인간다움.

​✒  이 책의 뒷면에는 한국 과학 문학상 심사위원의 만/장/일/치 대상 수상작이라고 적혀있다. 오~~그으래??  문장 하나가 도발적이다. 독자에게 압박감으로 다가갈 수도 있을법한 문장을 이렇게 대문짝만하게 적다니.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충분히 문장에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이해했다.
sf장르가 과학기술의 화려한 설명이나, 넘쳐흐르는 상상력 뿐만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가치를 고민하는데 충실하길 바라는 것. 인류가 동굴속에서부터 그리고 적었던 존재하는 인간의 이야기. 어떤 장르라도 인간에 대한 애정과 고민 없이는 예술이 될 수 없다는 확고한 기준이 있음을 저 한문장에서 깨닫게됐다.
(내가 이해한 것이 심사위원 분들의 마음과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 오르카의 성자는 정말 기파였나.  우리가 아는 그 기파는 사실 전혀 다른 존재였을 수도 있는데. 찬기파랑가는 누구에게 바쳐야할까.
​​
​🔖 나는 로봇에게 시중 받지 않는다. 같은 인간에게 시중을 받고 있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겠지. - p.30

🔖 지금까지 복도라고 생각했던 벽들이 모두 사람이 생활하던 곳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사람 사는 공간을 이런 곳에 만들어놓다니. -p.89

🔖 오히려 죄를 물어야 할건 그녀를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이 싫었지만 달리 ㅇ찌할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 차별적인 시선에 맞설 용기도, 의욕도 그녀에겐 없었다. -p.111

🔖 사람들은 마음대로 나를 만들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야. 자기가 원해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어. -p.188
🔮 이 책은  성인뿐 아니라 중고등학교 과학동아리 학생들에게 추천합니다. 과학과 인문은 떼어놓을 수 없고, 융합형 인재를 추구하는 요즘 스타일 교육법에도 부합하니까요.  일전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을 가져갔던 간 고딩 조카가 이 책 역시 넘기라고 압박을 주고 있는게 그 근거입니다. ㅎㅎㅎㅎ 

🔮  찬기파랑가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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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
대니얼 월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동아시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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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더 큰 물의 빅 피쉬가 되고싶었던 아버지의 이야기.​
혹은 물이 순환하듯 돌고 도는, 아버지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 그리고 나와 나의 아들의 이야기.

심한 가뭄의 시기, 어머니가 진통을 시작하던 순간, 갑자기 나타난 비구름에 아버지는 눈과 마음을 빗물에 뺏겨 문을 나섰다.
아버지가 비구름을 맞으러 간 시간, 그날, 모든이가 빗물을 반기던 날, 비가 내리던날, 내가 태어났다.
사람들은 나를 아꼈다. 사람들 뿐 아니라 동물들도 나를 좋아했다.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더 많이 알고싶어서 사람들의 모든 정보를 기억했다. 이젠 그것보다 더 많은것을 알고 싶어서 도서관 사서보다도 더 많이 읽었다. 사람들은 나를 더 대단하게 생각했고 나는 실제로 더 대단한 사람이 된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속에서 대단한 사람이 된 나에게 이곳은 좁았다. 그래서 큰 물에서 노는 큰 물고기가 되기를 원했다. 연못도 강도 아닌 더 큰 곳, 더 큰 바다, 거기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빅피쉬가 되고싶었다. 
나의 능력은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생명들에게 좀 더 관심을 둔 것 뿐이었다. 부모가 떠나버리고 혼자 살아가는, 키우고 가꾸는 법을 배운적이 없어 뺏는것밖에 모르는 칼, 외로움을 채울 방법을 모르는 칼의 마음을 나는 알았기에 농부가 될수있게 도왔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검은 개가 무섭지 않았다. 내 마음은 언제나 더 큰 물로 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비가 내리던 날, 나는 사람들의 만류와 검은개가 먹어치울지도 모를 손가락에 대한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두렵지만 검은 개를 믿었고, 검은개는 나를 믿어주었으며 축축한 그곳을  달려나와 더 큰 그곳을 찾았다
(하지만 내 능력은 그것 뿐이 아니다. 그건 비밀이지.)
새 세상에 발을 디뎠을때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 신발마저 구멍난 상태였다. 아무것도 가진게 없다는 사실보다 이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알수 없다는 것이 더 두려웠다. 하지만 두려움은 맞서지 않았을때 더 크게 다가왔다. 노파의 한쪽 눈이 그랬고 샌드라와의 결혼이 그랬다. 둘다 시도하지 않았다면, 내마음 속을 제대로 들여다 본적 없었다면 결코 이룰 수 없을 일이었다.
나의 아들 윌리엄이 태어났다. 그날은 오번이 이겼고, 나의 아들이 태어났고,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전에는 나를 발견하기 위해 가졌던 인내 야망 좋은성품 낙천성 힘 지적능력 상상력 같은 덕목들을 보상없이 아들과 나누고 싶었고 아이가 빈 손으로 왔으므로 내가 빈곳을 채워줄 수 있는것이 축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작아지는만큼 자라나는 아이를 안아들며 아이의 발 아래 펼쳐진 그 모든 것들이 언젠간 윌리엄 너의 것이 되기를 소망했다.
하지만 스펙터를 사들이면서 나는 가지지 말아야 할것, 욕심내지 말아야 할 것을 탐했다. 나의 마음만을 들여다보다가 다른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을 잊었다. 너무 오래 고향을 떠나있어서 내 능력이 퇴화하는것일수도 있다. 결국 다른사람에게 절망과 고통의 늪을 만들어줬고 스펙터로 갈 수 없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능력들을 찾아야 더 넓고 자유로운 곳으로 갈 수 있을것 같은데.
그래서 폐 속에 물을 가득 채우고 다시 떠난다.
애슐랜드의 이름없는숲에서 나와 이 세상에서 살았듯, 나는 이세상을 떠나 더 큰 세상으로 갈 빅 피쉬다.
​​
​나는 에드워드 블룸이었고, 빅 피쉬다.
그는 계속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p.77

🔖 진정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너는 아니? / 한 남자가 자기 아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위대하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요? -p.37,38​
​🔖 나라면 모험을 하지 않겠다고 젊은이. 아까는 자네를 먹지 않았더라도 다음번은 아무도 모르는 걸세. 예측할 수 없는 일이지. 그냥 진득하게 앉아 있게나 그리고 자네가 가고 싶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나 해주게. 자네가 그곳에서 찾고 싶은 것들을 말일세. -p.74

🔖 그는 내심 미소지으며 생각했다. 이제는 길이 없으리라고 단정지을때, 그리고 더 이상 길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마지막 순간에 길이 나오다니. 참으로 재미있고 또 참으로 인생살이 같다고. -p.213

🔮 영화로도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던 빅 피쉬를 책으로 읽었다.
사실은 영화로도  뮤지컬로도 안봤는데, 이 스토리를 영상과 무대에 어떤색깔을 입혀 올렸을지 궁금하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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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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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빛의속도로갈수없다면#김초엽#허블#동아시아출판사

📍  어서오십시오. 이 책이 한국 SF 장르의 공식 입구입니다.

(유의사항) 출구가 없습니다.

✒ 이 책만큼은 안읽어본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활자를 읽으며 내 눈앞에 그려지던 빛나는 색채감을, 그 순간의 벅참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어디서건 이 책 읽어보셨어요? 오오오오 완전 좋아요 깨방정을 떨면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생판 처음 본 사람이더라도 두손잡고 방방뛰며 수다 삼매경에 빠져봤으면 좋겠다. 김초엽의 어나더월드로 다들 오셨으면 좋겠다.
✒ 김초엽작가님의 이 책이 나에게 네번째 책이다.

(네번째작품x,같은책네번째o )
첫만남은 도서관 신간코너에 비치되는걸 보는순간 바로 대출해서 읽었다. 반납후에 계속 아른거려서 알라딘에서 샀고 사촌동생이 가져갔다. 그다음엔 교보에서 포인트털어 샀는데 추석때 외가에 고이 바치고 온 후 연이없나 싶어 잠시 잊었다가 생각못한 동아시아 서포터스에 덜컥 붙고나서 네번째로 이책을 가진다. 세상에..심지어 작가님 사인본을... 내가 사인본을 가지려고 세번이나 그냥 보냈나보다. 아이고 다시만난 내새끼..♡ 그저 빛​.
✒ 2019년이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지금, 올해를 돌아봤을때 sf 분야 최고의 책은 단연코 테드창의 『숨』 이다. 하드sf 기반에  철학과인문을  주제로하는  묵직한 작품이고 우아하지만 차가운 문체가 좀 더 냉정한듯 다가오기도 한다. sf의 첫 입문으로 펴기에는 거리감을 느낄수 있어서 입문이라면, sf가 낯설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 이 책에 굳이 갈래를 이름지어 보자면 감성sf..? 인간이라면 식욕처럼 (나만..식욕이 대표인거냐) 당연히 가지고 있을, '감정'을 기반으로 한다는 느낌이 강해서 덜 이질적이다. 배경만 지금과 좀 다를뿐이지 기본 골자는 우리가 많이 접하던 소설과 다를바 하나도 없다 - 솔직하게 말하자면 과거에 쓰여진 글을 지금 읽는것도 현실감 없기는 마찬가지 - 하지만 김초엽 작가님의 글은 sf에 더해진 뭔가가 있다. 감성. 그것.
✒ 두번째 작품 스펙트럼은 색을 문자와 언어로 사용하는 또 다른 생명체와의 이야기로 글 전체에서 컬러감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보통은 밤에, 스탠드를 켜고 책을 보는데, 고개를 들어 벽면 가득한 내 책장을 바라보니 책에 써진 제목과 글자가 스펙트럼을 통과한 것처럼 다양한 색이 되어 다가오는건 어떠한가 기묘한 상상을 했다. 색을 언어로 사용하는 종족이 있다면 후각을 그들의 언어로 사용할수도 있는게 아닐까 이런 망상도 좀 하다가 냉장고도 열어보고. (SF는 작가가 제공한 상상의 물꼬를 내 마음껏 진행시킬 수 있어서 좋다. )
특히 이 단편의 마지막부분의 문장,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명이다' - (P.96)  는 단편 전체를 서서히 조이다가 한번에 감정이 밀려왔던 문장이었다.
이 네 어절의 짧은 문장에서 까만 밤하늘에 불꽃놀이가 터지는 장면이 연상됐다. 세상에. 이 단편을 읽고 다음 단편으로 넘어가기 전에 뭐라 설명할수 없는 벅참마저 느껴졌다. 이게 뭐지. 이 작가님 뭐야. 무서워...
세번째 작품 공생가설에서는 내가 가본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류드밀라가 그려진다. 책 속에서는 그 행성의 묘사라고는 깨알만큼밖에 없는데, 단편이 끝나고 눈을 감으니 류드밀라에 서 있는듯하다. 쏟아질듯한 은하수, 풀숲가득 올라오는 반딧불이 새카만 대기를 배경삼아 반짝이는 기분이다. 세상에. sf가 이렇게도 시각적감성을 자극했던가. 두번째 작품 스펙트럼에서도 그랬지만 김초엽 작가님은 글로 시뮬레이션 아트를 하시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 말못하는 신생아부터 노파까지, 대부분 주류가 아닌 사람들이 등장한다. 고정된 남녀서사가 없다. 성별의 구분도 없다. 그렇기에 공동생활을 하는 생명체 본연의 문제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2019년과 다른 시간, 지구가 아닌 다른 공간,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이더라도 상관 없이 다른 생명체를,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의미일테니까.


🔖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거야 -p.56

🔖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명이다 -p.96

🔖 그들이 기억과 함께 우리를 떠나는거야 -p.138

🔖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p.182

🔖 의미는 맥락속에서 부여된다. 하지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다 -P.215

🔖 연결을 끊어도 데이터는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삶은 단절된 이후에도 여전히 삶일까 -.257

🔖 그래, 굳이 거기까지 가서 볼 필요는 없다니까. 재경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가윤은 이 우주에 와야만 했다. 언젠가 자신의 우주 영웅을 다시 만난다면, 그에게 우주 저편의 풍경이 꽤 멋졌다고 말해줄 것이다 -P.318
💕 표지 색상이 이 책이 주는 느낌을 정말 잘 표현했다고 박수치고싶다 표지디자인 어느분이신가요. 제 절을 받으세요.
🔮 첫 독후감때 오타수정요청도 했었는데 - 214쪽 10줄->지불하기도 하기도 해요 (하기도 중복) - 가 교정되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이 그때와 동일하게 1쇄인 책이라서) 교정됐겠지... 1쇄 말고 2쇄부터 가지고 계신분들 제보좀..​

🔮 다양한 sf의 저변이 확대되길 원하는 독자로서 김초엽 작가님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한국 sf 가능성의 스펙트럼을 상큼하고 아름답고 우아하게 하게 넓힌 작품이라고 감히 평한다. 올해 김초엽 작가님을 알게 된건 내 독서인생 중 한획을 그었다고 소고한다.

🎈 그래서 다음작품 언제 나온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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