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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죽음
에밀 졸라 지음, 이선주 옮김 / 정은문고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결혼죽음#에밀졸라#정은문고
📍 인생에 돈은 대체 무엇이길래.
✒ 이 책은 commest on se marie(어떻게 결혼하는지), commest on meurt(어떻게 죽는지) Un mariage D'amour(사랑의결혼) 세개의 작품을 엮은 책이다. 그래서 타이틀이 결혼, 죽음 으로 되었나보다. 결혼과 죽음이라.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각 계층별로 조금씩 다른 결혼과 죽음을 묘사했다. 귀족, 부르주아, 상인, 서민, 농부.
서문을 읽으며 사랑충만한 관계를 그렸을거라고는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현실적이고 사건 이면에 있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서 쓴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래서 자연(?)주의 작가인가)
✒ 봄가을엔 축의를, 날이 추워지면 조의를 할 일이 많아진다.
당사자가 아닌 손님으로 자리하는 결혼식이나 장례식에서는 인간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듣고 보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결혼식 당사자를 뒤에 두고 얼마짜리 집에 얼마짜리 예식이더라 나이차이가 어쩌니저쩌니 한쪽이 기운다는둥 시댁식구들이 보통이 아니어보인다거나 사돈의 팔촌이 누구라더라, 그래도 물려받은 뭐가 있는거 아니냐 아주 세상소식통이 여기 다 있는것만 같다. 당사자도 아닌 사람들이 얼마나 속내를 잘알아서. 안다 하더라도 그날은 입다물고 박수쳐주는게 최고의 예의이자 최상의 축하 아닌가. 장례식장은 더 노골적이다. 슬픔을 나누겠다는 자리에서 호상이라는둥 재산은 어떻게 분할할예정이냐는둥, 지분이 얼마냐는둥. 육개장과 소주잔을 앞에두고 위로를 가장한 칼날이 날아다녀 승자도 패자도 없이 피만 넘쳐흐르는 검투장이 된다.
내가 예식의 당사자나 혼주라면 들을 틈도 없었을 것이고, 장례식장의 상주나 직계라면 앞에서는 대놓고는 못할 말들이지만 두 행사 모두 주인공이 아니기에 볼수있고 들을수 있는 인간의 속마음이다. .
그런 대화들을 스쳐지날땐 기분이 이상하다. 인생의 주인공은 나인데, 돈에게 자리를 빼앗긴 느낌이 든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돈으로 등급판정을 받는 존재인것만 같다.
그것과 비슷하게 책의 소재는 분명 결혼과 죽음인데, 주인공은 돈이다. 속마음을 묘사한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 적은 문장 사이사이 싸늘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더 이 책이 쓰다. 하하호호 웃는 우리의 뒤로는 이런 온도의 냉막함이 자리하겠구나.
✒ 결혼이나 죽음은 인생의 한 사건이지만, 돈은 인생을 통째로 꿰어 흐르는 혈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에게서 나에게로, 내 인생을 통째로 관통해 흐르다 자식에게도 이어질 피. 각자의 존재들임에도 돈 앞에 하나되는 그들의 속마음을 읽으며 보고 듣고 겪은걸 곱씹어보자니 그럴사람이 어딨냐며 부정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혼은 선택이 가능하지만 죽음은 선택이 불가능하기 때문일까. 읽기 전에는 결혼 파트가 궁금했는데, 다 읽고 나니 죽음에서 더 많은것이 남았다.
🔖 결혼이란 얼마나 야릇한 제도인가. 인류를 두 진영으로 나누어 한쪽엔 남자, 다른 한쪽엔 여자를 배치해서 각 진영을 무장시키고는 이제 그들을 합류시키며 '평화롭게 살아보라!'니. -p.15
🔖 19세기의 사랑은 단정한 청년이다. 17세기의 영웅적 사랑 18세기의 감각적 사랑은 이제 증권시장에서처럼 거래도 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긍정적이기도 한 사랑이 되어버렸다. -p.9
🔖 루이즈는 신중했다. 빈털터리 남자하고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이미 확실히 선언했다. 서로 팔짱 끼고 마주보고 앉아 멍하니 눈만 바라보자고 같이 사는건 아니라면서. -p.42
🔖돈이 죽음을 오염시키고 나면 죽음에서 뿜어 나오는 것은 분노뿐이다. 그래서 관을 앞에 두고도 서로 싸워댄다. -p.90
🔖 어떤 다툼도 죽음 앞에서는 무색해지는 법이다 -p.100
🔮에밀 졸라 첫책인데 재밌다. 로맨틱 이런거 1도 없어서 더 재밌다. 아무래도 에밀 졸라의 '돈' 과 '나나' 를 읽어야겠다.
🔮 나만의 교훈 몃가지
돈이 완벽한 행복을 보장할 순 없지만 궁핍은 확실한 고통을 선물한다.
배우자는 연인이 아닌 인생동업자.
법적효력을 잘 알아보고 유언장을 반드시 남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