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휴식과 이완의 해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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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휴식과이완의해 #오테사모시페그 #문학동네            

📍 매일 밤 동면에 들고 매일 아침 동면에서 깨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 유난히 잠이 많다. 체력부족인 탓 보다도 회피성향인 내가 현실도피와 안식처로 삼는 방법이 수면이라는 게 더 합당하다. 생각이 많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스물네시간도 너끈히 자고, 죽었나 살았나 식구들이 코 밑에 손 대보고 나간다. 사실은 깨고 싶지 않아서 계속 자고 자고 또 잔다.
산책이나 운동, 친구와의 사교 등 생산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을 권장받은 적도 있었다. 깨어있는 모든 순간에 무엇을 할까 생각하는 것 자체도 스트레스고, 생활소음, 한낮의 빛, 무엇을 먹을까 까지 모든 순간이 자극일 뿐이다. 이정도면 인간개복치 아닌가. 일상생활 어떻게 하나 싶지만 평소역치를  억지고 낮춰두고 사는 것 뿐이다.  게다가 봄이다. 자극적이다. 빛도, 겨울과는 사뭇 다른 채도도, 달라진 온도도, 웅성웅성 사람들의 설레는 분위기 마저 자극이다. 벌써 한 해의 분기가 지났다는 사실도, 올해가 가려면 아홉달이나 남았다는 사실까지도. 졸다 깨면 한 해가 지나고, 자고 일어나면 잘 살았다. 미련없이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이 책의 주인공도 나와 비슷하다.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술과 약물에 의지하다 자살한 어머니, 유산을 상속받아 모자람 없이 지내지만 염세적이고 냉담한 주인공, 물욕과 남들의 시선에 매여 사는 친구 리비.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놓지 못하는 두 사람. 그래도 사랑받았다는 기억을 지울 수 없어서 아버지의 연구자료와 어릴적 기억이 담긴 물품들이 놓인 부모님의 집을 팔지 못하고. 외롭고 싶지 않아 자신의 명품 신발과 옷을 탐내는 친구도 놓지 못한다. 약물에 의한 의식상실상태로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휘젓고 다닌다. 
『 "약물중독같은 거 아니야. 잠시 쉬고 있는 거야. 지금은 내 휴식과 이완의 해거든."』-p.24
의사가 맞긴 한가 싶을만큼 어이없는 닥터 터틀에게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모은다. 안정제로는 외부와 완벽한 단절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 주인공은 자기 자신을 가두기로 한다. 원치 않은 외부자극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반년의 시간만큼 약을 모아두었다.
1월 31일 마지막 산책을 끝으로 동면에 들어갔다. ​
인페르미페롤(가상의 약) 한알로 무의식이 사흘 지속된다면 6일은 무의식에 있다가 하루는 씻고 먹고 움직였다. 
5월의 어느날, 예쁘다 재미있다, 외롭다, 슬프다 라는 감정을 느꼈다.
6월 1일. 동면에서 깨어나면서 '나는 살아있었다' 라고 했다.
​능력이 된다면, 나도 일년쯤 동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 없으니 책으로 대리만족 할 뿐.

이 비호감 주인공, 말도 안되는 상황에 연민이 생긴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으면, 동면에서 깨어나면 괜찮아졌으면 어느 순간부터 응원하게된다. 그게 주인공을 향한 응원인지 나를 향한 응원인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수많은 자극에서 자신을 지키고 내일을 살기 위해 매일 밤 동면에 들고 매일 아침 동면에서 깬다.  

도망가도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세상의 모든 것에서 안전하게 도피한 후, 돌아올 수 있기를,
오늘 밤 동면하고 내일 다시 완전히 깨어나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기를.
​잠 든 겨울을 지나 '살아있는' 봄이기를,  사랑하는 삶이기를.
 
​​주인공도 나도 세상 모든 사람들도 다 같이 괜찮을거라 응원는거다.

🔮 작가님 제 심상을 들여다보셨습니까. 흠칫.
🔮 그러니까요. 잠은 참 좋은것입니다.
🔮 주인공과 리바가 호감은 안가는데 미워할 수도 없어. 참..그거..
🔮 사은품으로 받은 귀마개를 꽂고 책을 읽었다. 아니 이럴수가. 책을 더 오래 읽었다고!!!! 한번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었다.

🔖 나는 세상에 나오고 있는 태아 같았다. 공기도 아프고, 빛도 아프고 세상의 곳곳이 현란하고 적대적으로 보였다. - p.15
🔖 나는 패션캔디였다. 힙한 장식물이었다. 갤러리에 사람이 들어와도 책상 앞에 앉아 무시하는 재수없는 여지. 어딘지 모르게 멋진 아방가르드 의상을 입은 뾰로통한 미녀였다. p.54
🔖 연애편지를 간직하듯 그 집을 붙잡고 싶었다. 이 세상에서 내가 처음부터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다는 증거였으니까. 실은 내가 겪은 상실을, 그 집 자체의 텅 빈 상태를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서로 사랑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이들과 얽혀 있느니 혼자가 낫다는 사실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p.86
🔖 리바는 화를 내거나 열의를 불태우기도하고 우울하밍나 환희를 느끼기도 했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기를 거부했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빈 서판이 되었다. 냉정한년이 될거야. 얼음여왕이 될거라고. 누군가 말하길 저체온증으로 죽을 때는 몸이 춥고 졸리면서 모든 것이 느려지다 그냥 의식을 잃게 된다고 했다. 참 근사하게 들렸다. 죽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었다.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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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알렉산더 지 지음, 서민아 옮김 / 필로소픽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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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두 눈 위에 밤의 검은 잠이 내리고 - 사포의 시. 168
​당신과 함께 할 죽음이 나를 살게하오니, 내게 있을 여우의 붉은 빛으로 영원히 태우소서.

 

 

​✒ 열두살, 파인스테이트 성가대의 첫 연습에서 피터를 만났다. 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때부터 내려온 '제'가 아닌 '피'로 불러준 사람. 절반은 한국인인 피와 절반이 인디언인 피터.
변성기가 오기 전 열두살부터 변성기가 시작된 열 다섯까지, 절반 이상의 성가대 아이들이 지휘관 큰 에릭의 그루밍성폭력에 노출됐다. 잭은 권총으로 , 피터는 스스로 타올라서, 프레디는 '카일리' (대도시의사랑법-박상영)로 죽었다. 피는 긴 시간 자살충동을 반복하고, 피터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무렵 아기 에릭에게 피터를 겹쳐 본다.
.

 

 

✒ 색채와 질감을 진정으로 결정하는 것은 햇빛이다. (p.189)
​피의 감정에 한발자국 다가가면 산산히 부서진 파편처럼 고통이 내려 박힐 것 같았다. 빛이 닿아 내 눈에 무지개처럼 보이는 슬픔과 절망의 조각들까지도 사랑의 흔적에 온 몸을 내던진 기록처럼 느꼈다.
여우의 공간 물산도, 손끝이 닿지 않는 천정에 그려진 도시 에든버러.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 연못위 나뭇잎에 부서지던 햇빛과  성가대 아이들의 금빛 머리칼, 등대 옆 어두운 바위 위로 흔들리던 등대의 불빛, 실내 수영장을 따뜻하게 밝히던 햇빛, 폐가의 까맣게 탄 방, 온 몸이  붉게 타오른 피터의 마지막과 불 속에서 죽은 큰 에릭까지. 모든 생의 모든 순간에는 빛이 있었다.

여우설화, 동양인 이민자가족, 천도교, 무속신앙, 권위적 성폭력, 퀴어, 위안부, 전통적인 2세출산 기준의 파괴까지. 이렇게나 다양한 소재가 한 작가의 소설에 적절하게 녹아 있는 책이 또 있을까. 이 수많은 고통을 기꺼이 마주하고 살아가는 영혼들이 또 있을까.  아마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에든버러의 연못과 오솔길이, 부서져 반짝이는 햇살이, 폭풍우가, 숨겨진 편지와 남겨둔 사진 한장이, 뉴욕 거리의 불빛이, 브리디의 인사가, 붉은 여우의 레이디 타마모가, 엘즈워스에서 내려온 빙하 표석 위 채터마크처럼 당신의 기억에 남겠지. . ​

✒ 아피아스 제에게 사랑 잃은 영원은 죽음과 다를 바 없어 피 흘리는 줄도 모른 채 덮어 외면하고, 데이는 줄도 모른채 사랑하는 이의 흔적으로 뛰어들었다.
​사랑하지 못했던 피터를 위한 하나의 머리칼, 아기 에디를 위한 또 하나의 머리칼, 당신 안에 있을때 세상이 가장 아름다운 브리디를 위한 또다른 붉은 머리칼, 붉은 여우 레이디 타마모가 영원한 생명 대신 영원한 사랑을 찾아 불길로 들어가 종국에 인간으로 생을 마친 것 처럼.
안녕.
Hi. 혹은  Goodbye. 어느쪽이든 당신과 마주 본 순간
살게하고 살아가게 하는 레이디 타마모의 유산, 관자놀이에서 붉은 머리칼이 삐죽 솟아나온다.

🔮 박상영 작가님의 최신 에세이 오굶자를 읽는 중에 박상영작가님이 추천하신 책이라고 하여 냉큼 미끼를 물어버렸습니다!  과거의 나, 굿좝. 붸리굿. 오랜만에 탁월한 선택.
​🔮소설 독후감의 힘든점 1.줄거리 스포를 안하고 싶은데, 안할 수가 없숴.. 2. 이 갬동을 글로 다 적을 능력이 없숴...
🔮마지막 사진의 저 부분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꿈과 환상과 현실을 오간 기분.

 


🔖 이런 사랑이 너무 웃기잖아. 서로를 향해 소리지르고, 질투심에 불타 비명을 지르고 죽고 죽이는 사랑 말이야. 그것도 내내 노래를 부르면서.
점점 음을 높이는 순간 문득 깨닫게 돼. 정말이지 이보다 아름다운 건 없을거다, 다 왔어, 바로 여기야. 여기라고. 그러면 바로 그때 나를 향해 음악이 활작 열리거든.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는 건 더 이상 내가 아니라...... 음악에 속하는 다른 무언가라는 걸 알게 돼. 그건 결코 내가 아니야.- p.94

🔖 피터에게 묻고 싶다. 불을 ㅈ를 때, 그가 태우려는 것이 무엇이었느냐고, 그리고 그럿이 불에 탔느냐고, 그래서 ㅈ금 완전히 사라졌느냐고. 나는 속으로 말한다. 정작 불에 탄건 너잖아. 피터가 증오했던 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건 내 곁에 있으니까. p.125

🔖 종처럼 소리를 내라. 큰 에릭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우리가 타격을 가해야만 소리 나는 종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는걸. 우리는 타격을 가해야 소리가 나는 무엇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악기이기도 했다. 공기를 담아 흔들어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아마 세상에 내지 못할 소리가 없을 거라는 걸 우리는 알게 된다. -p.117
🔖 빛이 쏟아지지만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추도록 창문은 잇 부분만 살짝 여닫는다. 천장에 장식된 프레스코 화에는 한 가운데에 산이 위치한 어두운 도시가 묘사되어 있다 과연 뛰어난 천재가 차지할 만한 공간이다.
이 도시는 어디인가요? 내가 묻는다. 에든버러. 그가 대답한다. p.134
​🔖금속은 사랑과 같아요. 만져봐야 알 수 있죠. -p.336
🔖 넌 네 옆에 앉은 이 소년에게 그의 아버지는 죽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어. 그가 죽이고 싶었던 부분은 죽지 않았다고. 네가 있는 한 죽을 수가 없다고. 그는 이제 우리 안에 숨어 있다고 넌 말하고 싶지만 대신 화재 현장을 피해 차를 몰고 있어.- p.341



#퀴어 #디아스포라 #Edinburgh #AlexanderChee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책 #책읽기 #책추천 #책리뷰 #독후감 #데일리 #일상 #📚 #bookstagram #book #readi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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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사샤 스타니시치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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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사샤스타니시치 #은행나무출판사
 
📍  당신의 출신을 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 사샤 스타시니치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비셰그라드에서 나고 자랐다.  세르비아출신 경영학자인 아버지, 보스니아의 무슬림 정치학자 어머니 슬하의 아들이고  마피아 대부인 할머니와 낚시를 사랑하던 할아버지의 손자이다. 30년 후 사샤 스타시니치는 독일 난민신청을 위한 자필 이력서를 작성하며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태어난 병원도, 지명도, 동네도, 친구들도, 내가 소속되었던 나라마저 사라진 상태에서 '출신'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민족주의로 전쟁이 발발해 무너진 곳에서  인종이나 혈통,혹은 종교에 기반해 출신을 정의하는 것은 참 의미없다.
​✒ 난민의 출신증명이란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았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당신들에게 무해하다고 서류로 증명해 삶을 허락받는 낮은 포복이다. 부유하는 생이 삶의 시간을 유예받는 일이다. 이미 사라진 나라, 지나간 시간에서 출신의 무해함을 어떻게 증명하지. ​
조부모의 과거를 찾다보면 무해함의 시작을 증명할 열쇠가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출생과 함께 이전의 시공간을 기억하는 사람. 그러나  할머니의 기억이 어디에 있는지 어느 시간에 있는지 헤메이기 시작하면 그 열쇠도 어디론가 사라진 것 같다.
부모님의 기억으로 찾아봐야하나. 경영학자의 아버지와 정치학자 어머니가 고향을 포기하고 독일로 옮겨 오면서 생과 함께 가난과 불안을 얻었다. 생에 가난과 불안을 분리할 수 없는 난민에게 가난이란 추방의 또다른 빌미였다.
​✒할머니는 어떻게 지내는지를 묻지 않는다. 항상 배고프지, 피곤하지 처럼 지금 대면한 상황만 묻는다.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미래에 무엇을 할것인지 묻지 않는다. 매일 매일이 모든 순간이고, 나의 출신이며, 나의 증명이니.
​"언짢아 하지 말아라. 여기저기서, 모든 일들이 잘 풀릴거야."
'여기'라고 할땐 손바닥으로 가슴 위에 올리고, '저기'라고 할땐 집게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가볍게 톡톡 두드린다.
"산책 나갈까?"
"이제 출발해야 해요."
"뭔 소리야. 오늘은 아무도 안 가도 돼."
"오늘이 며칠인데요?"
"매일매일이 모든 나날들이지."
✒ 『나의 반항은 출신의 숭배 뿐 아니라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환상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속감은 지지했다. 나를 원하고 내가 있고 싶은 곳에서는 소속감을 갖고 싶었다. 그런 소속감과 함께 우리의 가장 작은 공통분모는 '충분하다' 였다. 』 -p.295
지난달에 '다크룸' 에서 헝가리 유대인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다크룸의 스테파니 팔루디는 정체성을 세상이 나를 받아들이는 방식 (p.517) 이라고 정의한다. 나를 정의하는 무엇이 정체성이라면  정체성이 나의 출신, 나를 가장 나답게 설명하는 방법에 가깝겠다고 가늠했다. 독일에 살지만 독일인으로 인정받기 위해 매 순간 갱신해야하는 사람, 그렇다고 출신지로 돌아가기엔 불안과 가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 그래서 과거와 타인에게서 출신을 찾기 보다 자신의 현재로 출신을 증명하고자 노력한 난민의 기록. 가벼울수도 즐거울수도 없는 기록이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내전요약은 댓글에)
🔮 오랜만에 세계사공부.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이 동네 코로나바이러스 대처는 괜찮을까.
🔮 대상포진 통증이 생각보다 오래가서 성가심. (짜증수위가 높아져서 탄수화물 공급이 빈번해짐)

������ 이 산이 떠안고 있는 짐 같은 맛이 났다. 또 어떤 것이 어떤 사람의 소유라는 주장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같은 맛도 났다. 아니 그렇지 않다. 차가운 우물물은 물맛이 났을 뿐이다. -p.47
🔖 한 나라의 언어를이해한다고 그 나라가 꼭 당신의 나라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와언어의 관계는 덜 상대적이다. p.
🔖 누군가에게 내게 고향이 어떤 의미인지 묻는다면 나는 길 건너편에서 친절하게 인사하는 이웃 사람 하이마트 박사 이야기를 할 것이다.슐레지엔에서 온 치과의사, 유고슬라비아에서 온 늙은 제동수, 충치없는 15세의 소년, 이 세 사람이 서너시간동안 네카어강가에 나란히 앉아 그 시간만큼은 세상의 그 어떤것도 두려워하지 않은 일도 덧붙일것이다. p.238
🔖 내게 비셰그라드는 더는 근심 걱정 없는 장소가 아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진 잔인한 만행에 대해 각주를 달지 않고 떠올릴 수 있는 순간이 거의 없다.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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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해외뉴스에서 간혹 흘려듣는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 20세기의 신 인종청소, 킬링필드. 그마저도 지구반대쪽에 소식이 닿을즈음에는 모 프로그램 속 크로아티아를 위시한 아름다운 풍경으로만 기억되는 곳.
현재 정식명칭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
종교- 이슬람 (보스니아계 48%) 로마가톨릭 (크로아티아계 14%) 동방정교회 (세르비아계 37%) 유대인,루마니아계 0.6%
언어 -키릴문자와 라틴문자 사용.
이 곳은 고대 로마제국 멸망 이후 동쪽은 동로마(동방정교), 서쪽은 서로마(로마가톨릭)가 자리잡는다. 북부는 12세기 보스니아가, 남부는 15세기 헤르체고비나가 세워진다. 거기에 오스만투르크 지배(15c후반)로  슬라브계 보스니아인이 유입되면서 이슬람교가 자리잡고, 19세기에는 오스트리아가 통치했다. 자본과 정치적논리에 따라 국경이 시시각각 바뀔수 있는 혼돈의 구간인 셈이다.
1차 세계대전에 패전한 오스트리아가 물러나면서 유고슬라비아왕국이 세워졌으나, 2차 세계대전이후 티토를 중심으로 연방이 된다. 허나 티토 사후, 경제적악화로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민족주의가 팽배해진 가운데 인종과 종교 갈등에 불이 붙게 된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독립요구, 세르비아 반대)  크로아티아가 보스니아 지역을 장악( 로마가톨릭+이슬람,슬라브계) 하고 세르비아인과 유대인을 학살, 강제이주하는, 인종청소와 종교갈등의 서막이 열린다. 이게 보스니아내전. 국제기관의 개입으로 종전되었지만 1988년 코소보사태 (신유고연방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과 세르비아 정부군 사이에 벌어진 유혈충돌)가 다시 발발한다. 현재 1국가 2체제의 불안한 정치구조와, 유럽 내 최빈국이라는 경제적 위치, 크로아티아에게 해안선을 내 주고 내륙국가가 되어 발전의 한계가 생긴 지리적 상황변화로 여전히 내전발발의 위험성이 높은 곳이다. (적다보니 1차대전부터 백년을 내내 전쟁중)
-진짜 짧게 요약했는데 이 안에서도 연합하다 뒤통수치고, 다시 잠잠하다 또 독립하겠다고 싸우고 ... 다 생략함(못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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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에세이
박상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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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ways be young, and always be '상-YOUNG'

 

 

 

✒ 시 만큼 에세이 안읽는 내가 주말동안 에세이를 세권이나 읽었다. ​공복상태로 잠드는 날짜수 만큼 흔치 않은 일이지만 박상영 작가님 에세이니까.
제목부터 미간에 주름이 생기도록 공감이 되고 일반서점과 동네서점 버전의 표지 출근길 상영과 퇴근길 상영에서가슴이 찌르르하다. 출근하는 상영과 퇴근하는 상영의 표정 온도차를 보고 빵 터졌다. 그렇지!! 이거지!!! 출근길은 가시밭길 퇴근길은 비단길!!!
오늘이 토요일 밤이니까 웃으면서 쓰지, 일요일 밤이었으면 울면서 쓰고 있었을거야.

 

 

 

​✒ 포대기 안에서부터 머리에 핑크띠를 두르고도 장군감이란 소리를 들을만큼 건장(!?)하게 태어났고 이후에도 늠름하고 씩씩하게 자란 덕분에 '유전자' 와 '사주'에서 격한 공감을 일으켰다. 아빠는 안닮았고, 엄마를 닮긴했으나, 엄마는 내가 외할아버지를 닮았다고 했다. 키만 물려주시면 좋았을 것을 몸무게도 같이 물려주셔서 스무살언저리부터 온갖 다이어트를 다 하다 사주팔자의 영향으로 결론을 냈더랬다. (사주에 살이 찌는 사주가 있다고 중국 술사가 말해줬는데 자세한 건 잊었다. 기억나는건 천간 식신..이 어쩌고.. 였는데 글쎄..) 하지만 이것도 믿을 수 없는게 20대 이후부터는 살 찔 틈 없이 살거라더니 몸무게를 매일매일 갱신하고 있다. 살 뺄 틈 없이 살거라는 말을 잘못 기억하고 있는걸까. 아무리 외로워도 슬퍼도 지방이 함께하는 인생여정. 이 씨...

 

 

 

✒  오늘밤은 굶고자야지 만큼 내가 못지키는 다짐은 없다. 그래서 깔끔하게 포기하고 자기 전 네시간 전부터 금식이라고 바꿨는데, 퍽이나.

 

다시 조정한다. 자기전 요가 한시간 후 샤워 앤 취침. 퍽이나 222
머리맡에 놓인 책 서너권을 돌려읽다가 엎어져 잠들고 뭉친어깨와 허리를 두드리며 책 모서리자국을 얼굴에 새긴 채 집을 나서는것을. 요가같은 소리를 한다 진짜.

 

결국 자본의 힘을 빌어 퍼스널트레이닝을 받기로 했다. 시작 전 체지방 측정을 한 후 첫 평가는  "정말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근육이 있으시네요?"였다. 트레이너의 눈에 나는 숨쉬는게 기특할 정도의 근육만 가진 신기한 생물인거다. 한달쯤 됐나. 운동을 배우고 익히고 혼나기 위해 꾸준히 사람을 만나야한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나는 혼자 있을때 기운을 얻는데, 운동도 역시나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보니 과부하가 걸리더라고.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세요 !! 같은 하얀 거짓말은 나한테 해당사항이 없구나 싶어서 빠르게 포기했다. 그리고 밤에 근처 대학교 트랙을 돌기 시작했다. 사람을 많지만 열린 공간이라 덜 힘들었고 살은 안빠졌다. 내 근성있는 식탐이 돌아오는 길 맨입으로 들어가길 거부해서.
종국에 미세먼지를 핑계로 유튜브를 보며 스트레칭(이라고 쓰고 절반은 누워있는)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다. 숨을 쉬려면 근육을 쓰니까 근력운동이고 폐활량이 유지되니까 유산소라고 우겨본다. (그런걸로 해요.)

 

 

 

그렇다면 운동대신 공복이라도. 이거야말로 퍽이나 33333.
새벽한시가 넘은 시간 떡볶이와 순대를 먹으면서 독후감을 쓰는데 무슨.. 주말이니까. 월요일은 아직 안왔으니까.
아 쫌 어때. 가끔은 이렇게 배째력이 치솟는다. 새벽 한시에 먹었는데 뭐 어쩌라고 이미 나는 배가 부른것을..내일 밤엔 공복을 다짐하며 하루를 살아내겠지 뭐. 배째력이 샘솟는 아름다운 토요일 밤이다.

 

🔮 작가님의 쉑쉑버거, 나한테는 연어.
🔮그 유전자검사 한번 받아보고싶습니다!!!
🔮레귤러핏.. 누구에게 레귤러인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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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무사와 고양이 눈
좌백.진산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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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애견무사와고양이눈 #좌백 #진산 
 
📍 이다지도 귀여운 반려동물 무협(!) 단편.
✒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잡식독서를 지향한다.  (대부분 화장실에 숨어서) 동생방에 굴러다니던 무협지도 잘 봤지만 남들 다 읽는 책(특히 만화책) 은 안봤다. 최근에는 웹소설도 손을 댔는데 (!) 다양한 플랫폼이 생겨 출퇴근엔 언제나 연재글을 읽는다. 그러고보니 한동안 무협이 좀 뜸했네.
무협지의 반려동물이라면 학이나 호랑이 혹은 최소 몃백년 묵은 거북이나.. 일단 저세상 레벨급 비주얼과 내공을 갖추는것이 인지상정. 개와 고양이가 무협에 등장한것은 아마 공자님 무릎에 앉았다 고롱대다 사라지는 찰나의 고양이거나, 배경음으로 암습이 시작되면서 동네개가 짖기 시작한다거나.. 정도?? 주조연의 역할을 했던 무협이 있었나? 주조연까지 무리라도 주조연이 규칙적으로 냥님 식사 챙겨주는것도, 개와 산책하는 것도, 전란 후에 반려견 혹은 반려묘를 챙기는 걸 본적이 없다. 그런데 반려무협이라. 혹시 얘들 무림의 최고영약 먹고 변신해? 보은한다고 호랑이 잡아서 집 앞마당에 던져놓고 모른척 딴짓하나? 골골송으로 적들의 고막을 터뜨리나? 주인공이 냥냥펀치 데미지입고 그런거야 뭐야... 
✒  좌백과 진산 두 작가님은 브릿지 플랫폼에서 무협장르를 연재하시는 부부 작가님이다. 좌백 작가님의 들개이빨, 애견무사, 폐허의 개들 세 작품과 진산 작가님의 고양이 꼬리, 고양이 눈, 고양이 귀 세 작품이 담겨있다.
개와 다를바 없는 삶을 살았던 사람의 보은(들개이빨), 오래전 주군을 지키다 죽은 황구 백구 흑구의 영혼 (폐허의 개들), 철부지 공자님과 동파육과 술 좋아하는 식탐 아초(애견무사), 언니의 복수를 하고 고양이를 안고 떠나는 십이 (고양이 꼬리), 요기의 절반을 주고 떠난 묘파파 (고양이 눈), 잊혀진 무림 칠공주, 사실은 고양이에게 찍힌 일곱 사람의 야합 (고양이 귀). 이렇게 총 여섯 단편. 모두 반려동물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 다 주연급입니다만)
나는 무협이 초면이라 ... 그렇다면 더 추천. 그중에서도 진산님의 작품 세 편은 더더더 추천.
일전 김초엽 작가님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SF가 아니라 아름다움만 남았듯 진산님의 단편을 다 읽고나니 무협이 남은게 아니라 반려동물의 위로가 남았다. 따뜻하고 따뜻해. ㅠㅠ
​어젯밤 이른시간에 깨서 책을 집었다가 울면서 책 닫았다. 특히 고양이 눈을 읽으면서  낄낄대고 웃고있었는데??? 나 왜 우니...
일년을 넘게 물과 밥을 챙겨줬지만 한번을 쓰다듬어주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봤던 (양말과 배까지도 까맸던) 길냥이 한마리가 도통 보이질 않는다. 너도 묘파파처럼 아픈 누군가에게 요기를 나눠주고 떠난걸까. 누군가에게 보은을 하다 다치기라도 했을까,  아니면 식탐을 충족시켜줄 집사를 간택해 편안히 있는걸까. 들개이빨을 읽으면서 까만 길냥이를 떠올리고 고양이 눈을 읽으면서 웃다가 펑펑 울었다. 내 고양이도 아닌데, 나는 그냥 지나가던 캔따개1 이었는데 왜이렇게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


(사족)
✒ 무협과 SF가 자꾸 겹쳐보인다. 장르 호불호가 강하고, 문학으로 인정받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게다가  두 장르 모두 배경과 캐릭터가 일률적이어서 지루한 시기가 분명 있었으나 최근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진다는 점 까지 많은 부분이 닮았다. 

좌백님의 단편 「폐허의 개들」의 한 대목
『철검장주에게는 아름답고 현숙한 처가 있었다고 하네. 어린 딸과 그보다 더 어린 아들도 있었다지.
하지만 그들은 삼십년 전 전란에 휘말려 다 죽었다고 하더군. 장주의 심복인 저 세 마리 개는 그 가족들의 안위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던 거야.
이상한 일도 아니지. 예로부터 처자는 의복과도 같고 형제는 수족과도 같으니 의복은 찢어지면 다시 갈아입으면 되지만 수족은 한번 잘리면 다시 생겨나지 않는 법이라고 하지 않은가. 처자식 따위는 다시 얻으면 그만이겠지.』 -P.264
세상은 많은 것들이 변했고, 이제 무협이 그릴 세상도 바뀔거란 생각을 했다.
오다주웠다, 영약. 써서 싫으면 거기 개나 주던지. 툴툴대지만 결국 줄거 다 주는  김첨지처럼 아닌척 관심있게 지켜봐야지.
그러니까 오늘은 엄마 아들들 방을 뒤져봐야겠다. 뭐가 나오려나. 호호호호...(현실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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