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휴식과 이완의 해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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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휴식과이완의해 #오테사모시페그 #문학동네            

📍 매일 밤 동면에 들고 매일 아침 동면에서 깨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 유난히 잠이 많다. 체력부족인 탓 보다도 회피성향인 내가 현실도피와 안식처로 삼는 방법이 수면이라는 게 더 합당하다. 생각이 많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스물네시간도 너끈히 자고, 죽었나 살았나 식구들이 코 밑에 손 대보고 나간다. 사실은 깨고 싶지 않아서 계속 자고 자고 또 잔다.
산책이나 운동, 친구와의 사교 등 생산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을 권장받은 적도 있었다. 깨어있는 모든 순간에 무엇을 할까 생각하는 것 자체도 스트레스고, 생활소음, 한낮의 빛, 무엇을 먹을까 까지 모든 순간이 자극일 뿐이다. 이정도면 인간개복치 아닌가. 일상생활 어떻게 하나 싶지만 평소역치를  억지고 낮춰두고 사는 것 뿐이다.  게다가 봄이다. 자극적이다. 빛도, 겨울과는 사뭇 다른 채도도, 달라진 온도도, 웅성웅성 사람들의 설레는 분위기 마저 자극이다. 벌써 한 해의 분기가 지났다는 사실도, 올해가 가려면 아홉달이나 남았다는 사실까지도. 졸다 깨면 한 해가 지나고, 자고 일어나면 잘 살았다. 미련없이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이 책의 주인공도 나와 비슷하다.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술과 약물에 의지하다 자살한 어머니, 유산을 상속받아 모자람 없이 지내지만 염세적이고 냉담한 주인공, 물욕과 남들의 시선에 매여 사는 친구 리비.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놓지 못하는 두 사람. 그래도 사랑받았다는 기억을 지울 수 없어서 아버지의 연구자료와 어릴적 기억이 담긴 물품들이 놓인 부모님의 집을 팔지 못하고. 외롭고 싶지 않아 자신의 명품 신발과 옷을 탐내는 친구도 놓지 못한다. 약물에 의한 의식상실상태로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휘젓고 다닌다. 
『 "약물중독같은 거 아니야. 잠시 쉬고 있는 거야. 지금은 내 휴식과 이완의 해거든."』-p.24
의사가 맞긴 한가 싶을만큼 어이없는 닥터 터틀에게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모은다. 안정제로는 외부와 완벽한 단절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 주인공은 자기 자신을 가두기로 한다. 원치 않은 외부자극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반년의 시간만큼 약을 모아두었다.
1월 31일 마지막 산책을 끝으로 동면에 들어갔다. ​
인페르미페롤(가상의 약) 한알로 무의식이 사흘 지속된다면 6일은 무의식에 있다가 하루는 씻고 먹고 움직였다. 
5월의 어느날, 예쁘다 재미있다, 외롭다, 슬프다 라는 감정을 느꼈다.
6월 1일. 동면에서 깨어나면서 '나는 살아있었다' 라고 했다.
​능력이 된다면, 나도 일년쯤 동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 없으니 책으로 대리만족 할 뿐.

이 비호감 주인공, 말도 안되는 상황에 연민이 생긴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으면, 동면에서 깨어나면 괜찮아졌으면 어느 순간부터 응원하게된다. 그게 주인공을 향한 응원인지 나를 향한 응원인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수많은 자극에서 자신을 지키고 내일을 살기 위해 매일 밤 동면에 들고 매일 아침 동면에서 깬다.  

도망가도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세상의 모든 것에서 안전하게 도피한 후, 돌아올 수 있기를,
오늘 밤 동면하고 내일 다시 완전히 깨어나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기를.
​잠 든 겨울을 지나 '살아있는' 봄이기를,  사랑하는 삶이기를.
 
​​주인공도 나도 세상 모든 사람들도 다 같이 괜찮을거라 응원는거다.

🔮 작가님 제 심상을 들여다보셨습니까. 흠칫.
🔮 그러니까요. 잠은 참 좋은것입니다.
🔮 주인공과 리바가 호감은 안가는데 미워할 수도 없어. 참..그거..
🔮 사은품으로 받은 귀마개를 꽂고 책을 읽었다. 아니 이럴수가. 책을 더 오래 읽었다고!!!! 한번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었다.

🔖 나는 세상에 나오고 있는 태아 같았다. 공기도 아프고, 빛도 아프고 세상의 곳곳이 현란하고 적대적으로 보였다. - p.15
🔖 나는 패션캔디였다. 힙한 장식물이었다. 갤러리에 사람이 들어와도 책상 앞에 앉아 무시하는 재수없는 여지. 어딘지 모르게 멋진 아방가르드 의상을 입은 뾰로통한 미녀였다. p.54
🔖 연애편지를 간직하듯 그 집을 붙잡고 싶었다. 이 세상에서 내가 처음부터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다는 증거였으니까. 실은 내가 겪은 상실을, 그 집 자체의 텅 빈 상태를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서로 사랑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이들과 얽혀 있느니 혼자가 낫다는 사실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p.86
🔖 리바는 화를 내거나 열의를 불태우기도하고 우울하밍나 환희를 느끼기도 했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기를 거부했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빈 서판이 되었다. 냉정한년이 될거야. 얼음여왕이 될거라고. 누군가 말하길 저체온증으로 죽을 때는 몸이 춥고 졸리면서 모든 것이 느려지다 그냥 의식을 잃게 된다고 했다. 참 근사하게 들렸다. 죽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었다.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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