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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알렉산더 지 지음, 서민아 옮김 / 필로소픽 / 2020년 4월
평점 :
📍 그리고 두 눈 위에 밤의 검은 잠이 내리고 - 사포의 시. 168
당신과 함께 할 죽음이 나를 살게하오니, 내게 있을 여우의 붉은 빛으로 영원히 태우소서.
✒ 열두살, 파인스테이트 성가대의 첫 연습에서 피터를 만났다. 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때부터 내려온 '제'가 아닌 '피'로 불러준 사람. 절반은 한국인인 피와 절반이 인디언인 피터.
변성기가 오기 전 열두살부터 변성기가 시작된 열 다섯까지, 절반 이상의 성가대 아이들이 지휘관 큰 에릭의 그루밍성폭력에 노출됐다. 잭은 권총으로 , 피터는 스스로 타올라서, 프레디는 '카일리' (대도시의사랑법-박상영)로 죽었다. 피는 긴 시간 자살충동을 반복하고, 피터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무렵 아기 에릭에게 피터를 겹쳐 본다.
✒ 색채와 질감을 진정으로 결정하는 것은 햇빛이다. (p.189)
피의 감정에 한발자국 다가가면 산산히 부서진 파편처럼 고통이 내려 박힐 것 같았다. 빛이 닿아 내 눈에 무지개처럼 보이는 슬픔과 절망의 조각들까지도 사랑의 흔적에 온 몸을 내던진 기록처럼 느꼈다.
여우의 공간 물산도, 손끝이 닿지 않는 천정에 그려진 도시 에든버러.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 연못위 나뭇잎에 부서지던 햇빛과 성가대 아이들의 금빛 머리칼, 등대 옆 어두운 바위 위로 흔들리던 등대의 불빛, 실내 수영장을 따뜻하게 밝히던 햇빛, 폐가의 까맣게 탄 방, 온 몸이 붉게 타오른 피터의 마지막과 불 속에서 죽은 큰 에릭까지. 모든 생의 모든 순간에는 빛이 있었다.
여우설화, 동양인 이민자가족, 천도교, 무속신앙, 권위적 성폭력, 퀴어, 위안부, 전통적인 2세출산 기준의 파괴까지. 이렇게나 다양한 소재가 한 작가의 소설에 적절하게 녹아 있는 책이 또 있을까. 이 수많은 고통을 기꺼이 마주하고 살아가는 영혼들이 또 있을까. 아마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에든버러의 연못과 오솔길이, 부서져 반짝이는 햇살이, 폭풍우가, 숨겨진 편지와 남겨둔 사진 한장이, 뉴욕 거리의 불빛이, 브리디의 인사가, 붉은 여우의 레이디 타마모가, 엘즈워스에서 내려온 빙하 표석 위 채터마크처럼 당신의 기억에 남겠지. .
✒ 아피아스 제에게 사랑 잃은 영원은 죽음과 다를 바 없어 피 흘리는 줄도 모른 채 덮어 외면하고, 데이는 줄도 모른채 사랑하는 이의 흔적으로 뛰어들었다.
사랑하지 못했던 피터를 위한 하나의 머리칼, 아기 에디를 위한 또 하나의 머리칼, 당신 안에 있을때 세상이 가장 아름다운 브리디를 위한 또다른 붉은 머리칼, 붉은 여우 레이디 타마모가 영원한 생명 대신 영원한 사랑을 찾아 불길로 들어가 종국에 인간으로 생을 마친 것 처럼.
안녕.
Hi. 혹은 Goodbye. 어느쪽이든 당신과 마주 본 순간
살게하고 살아가게 하는 레이디 타마모의 유산, 관자놀이에서 붉은 머리칼이 삐죽 솟아나온다.
🔮 박상영 작가님의 최신 에세이 오굶자를 읽는 중에 박상영작가님이 추천하신 책이라고 하여 냉큼 미끼를 물어버렸습니다! 과거의 나, 굿좝. 붸리굿. 오랜만에 탁월한 선택.
🔮소설 독후감의 힘든점 1.줄거리 스포를 안하고 싶은데, 안할 수가 없숴.. 2. 이 갬동을 글로 다 적을 능력이 없숴...
🔮마지막 사진의 저 부분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꿈과 환상과 현실을 오간 기분.
🔖 이런 사랑이 너무 웃기잖아. 서로를 향해 소리지르고, 질투심에 불타 비명을 지르고 죽고 죽이는 사랑 말이야. 그것도 내내 노래를 부르면서.점점 음을 높이는 순간 문득 깨닫게 돼. 정말이지 이보다 아름다운 건 없을거다, 다 왔어, 바로 여기야. 여기라고. 그러면 바로 그때 나를 향해 음악이 활작 열리거든.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는 건 더 이상 내가 아니라...... 음악에 속하는 다른 무언가라는 걸 알게 돼. 그건 결코 내가 아니야.- p.94
🔖 피터에게 묻고 싶다. 불을 ㅈ를 때, 그가 태우려는 것이 무엇이었느냐고, 그리고 그럿이 불에 탔느냐고, 그래서 ㅈ금 완전히 사라졌느냐고. 나는 속으로 말한다. 정작 불에 탄건 너잖아. 피터가 증오했던 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건 내 곁에 있으니까. p.125
🔖 종처럼 소리를 내라. 큰 에릭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우리가 타격을 가해야만 소리 나는 종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는걸. 우리는 타격을 가해야 소리가 나는 무엇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악기이기도 했다. 공기를 담아 흔들어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아마 세상에 내지 못할 소리가 없을 거라는 걸 우리는 알게 된다. -p.117
🔖 빛이 쏟아지지만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추도록 창문은 잇 부분만 살짝 여닫는다. 천장에 장식된 프레스코 화에는 한 가운데에 산이 위치한 어두운 도시가 묘사되어 있다 과연 뛰어난 천재가 차지할 만한 공간이다.
이 도시는 어디인가요? 내가 묻는다. 에든버러. 그가 대답한다. p.134
🔖금속은 사랑과 같아요. 만져봐야 알 수 있죠. -p.336
🔖 넌 네 옆에 앉은 이 소년에게 그의 아버지는 죽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어. 그가 죽이고 싶었던 부분은 죽지 않았다고. 네가 있는 한 죽을 수가 없다고. 그는 이제 우리 안에 숨어 있다고 넌 말하고 싶지만 대신 화재 현장을 피해 차를 몰고 있어.-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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