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피투성이 연인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0
정미경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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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피투성이연인 #정미경 #민음사 #오늘의작가총서

 

< 삶은 잔인하고 일상은 꾸준하게 고통스럽고 차마 놓지 못한 타인의 온기에 손끝이 시린것은 무언가 남았을거란 당신과의 백일몽 덕분이다.>

 

『산다는 건 싸구려 픽션보다 더한 굴곡을 늘 이면에 감추고 있을 뿐이에요. 그것까지가 삶이에요.』- P.287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 어느해의 8월 첫주 주말. 딱 이무렵쯤. 아버지의 병실에 들렀다 돌아가는 밤 열시, 항만 옆 대학병원 앞 공기는 30도를 넘나드는 열대야에 끈적한 해무와 뿌연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보름만에 받아 든 병원비 정산 내역증은 양 어깨에 들러붙고 보험사와 통화할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부서질 것 같아서 텅빈 위장에 카페인을 들이붓다 그대로 게워냈다. 실로 게워낸 것은 털어내고 싶은 중압감, 그날의 피로, 아니면 물반 공기반에 중금속이 토핑된 미친 현실, 셋 다였을것이다. 그래도 심장이 뛰고 숨이 붙은 탓에 내 폐는 일을 하느라 숨쉴수록 갑갑한 공기를 열심히 받아들이고 있었고, 되도 않는 미세먼지 마스크 하나에 숨을 기대다 길바닥에 주저앉았던 어느해의 밤을 기억한다.

​올해도 비가 쉴 새 없이 내린다. 우산 하나에 기대어 걷는데 우산을 뚫고 비가 들이쳐 정수리가 젖어도 기댈데라곤 새는 우산뿐인, 그런 비가 내린다. 여섯개의 단편을 관통하는 작가의 세계가 낮이고 밤이고 비가 내리는 지금같다. 피하고 싶지만 아무도 피할 수 없고 멈출래야 멈출수도 없는 생의 굴레처럼.

 

* 사고로 죽은 남편의 노트북 속 일기에서 발견한 M의 흔적을 발견한 유선, (나의 피투성이 연인) 라디오 방송 진행자 윤미예의 원고를 쓰는, 그림자 여자, (호텔 유로 1204), 아이의 고통을 멈추는 선택을 한 아버지 (성스러운 봄), 상실해야만 존재를 인식하는 윤(비소여인), 사진을 정말 버렸음을 확인받기위해 사진을 만들어내야하는  X레이 기사 성민, 밋밋한 일상이 되지 못한 새드엔딩 미옥과  다시는 동화를 쓸 수 없게 된 동화작가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까지 여섯개의 세계는 모두가 볼 수 있는 기쁨 아래 아무도 보려고 하지 않는 거대한 덩어리의 고통과 생의 무게를 가감없이 던진다.

 

생은 그렇게 찬미할 것이 아니고, 기쁨은 크기보다 과대평가되었으며, 생의 전반에 걸친 고통과 인간의 질척한 욕망은 평가절하한다고 하여 크기가 줄어들지 않음을 보여주는 정미경의 글은 그래서 즐겁지 않다. 카페인까지 게워내야 했던 그날의 공기처럼 숨에 붙어 질척하게 마음에 들고 난다. 그럼에도 아직 같은 세상에서 숨쉬고 있음은 즐겁지 않은 것, 고통을 견디는 것까지도 삶이라고 하는 것 같아 체념을 닮은 인정을 할 수 밖에.

 

다행히 이면의 은근한 온기에 얼어죽을것 같지 않았다. 미옥과 최군의 외로운 생이 누군가에게 온기일 수 있음에, 따뜻한 햇살같다고 여긴 윤과 윤미와 윤조, 죽기전 주현이 사실은 연옥도의 입장권이었음에 고통과 견딤의 이면에 삶의 기쁨과 안온함이 있음을 어찌 모를 수 있겠나. 그래서 한장 한장 쉬이 넘기지 못한고 문장을 가만가만 쓰다듬으며 읽었다. 그래. 그래. 맞아. 차가운 금속 판에 손을 대고 있으면 어느새 미지근해지듯 나와 닮은 이 문장이 미지근해졌으면. 고통의 등허리 뒤로 삶의 미지근한 즐거움이 깃들기를 바라며 일찍 세상을 떠난 정미경 작가가 아쉬워 한번 더 쓰다듬었다.

 

* 제 베스트 단편은 성스러운 봄. 최고에요. 뭐라 말할 수 없이 울컥, 감동. 두번째는 마지막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한국문학 #고전 #다시읽게될줄알았어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책 #책읽기 #책추천 #책리뷰 #독후감 #데일리 #일상 #📚 #bookstagram #book #readi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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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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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의 두번째 단편집

책을 고를때 글에 감동하는 각자의 지점이 있다. 상황이나 풍경을 묘사하는 문장, 스토리의 당위성, 혹은 전개. 글 전체가 가지는 분위기. 혹은 언어의 배열같은 것. 나는 작가의 머릿속, 그가 손끝으로 글자를 만들기 이전에 백배쯤 더 오래 머물렀을 머릿속의 혼돈상태를 궁금해한다. 상상력. 그런 연유로 작가의 상상력에 기반을 둔 그만의 창의성에 가장 큰 의미를 두었다. 그리고 그의 상상력이 더해진 문장 틈으로 고요한 동양과 서양을 적절히 담은 작품을 탄생시킨다. 
​켄 리우는 세상에 분명 존재하지만 알지 못하는 것들과 모두가 그러리라 생각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상상을 과학이라는 코바늘로 엮어 하나의 세계를 완성하는 능력을 가졌다.『매듭묶기』에서는 종자전쟁과 유전자 조작 식품의 이야기에 고대의 결승문자와 단백질 구조기둥을,『심신오행』에서는  인간의 감정에 장내세균(프로바이오틱스 식이요법)과 오행(화수목금토)을, 『사랑의 알고리즘』​은 세일럼의 마녀와 인공지능 여자아이 인형을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대안문학상 수상작)가 떠오름), 『모든 맛을 한 그릇에』은 삼국지와 황금시대 이민자1세대 중국인의 이야기를 엮는다. ​작가의 이 놀라운 능력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몽환적이고 정적이며 고요한 한폭의 동양화같은 SF를 만나게 될 것이다.
기존 sf의 대부분이 육체보다는 인간의 정신을 강조했고 인간의 정신이 곧 인간을 상징한다는 이야기로 풀었다면 인간의 몸 역시 인간으로 사는 데 중요하다고 말하는 카르타고의 장미와 심신오행이, 사랑의 알고리즘에서 보여준 인간의 사유와 행동이 알고리즘과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기계는 기계일 뿐 인간을 대신할 수 없다는 입장과 기계와 인간이 별반 다를 바 없음을, 혹은 인간이라는 기존 가치에 부응하는 존재가 기계일수도 있다고 말하는 작품들은 당신의 편견을 확인시킬지라도 불편하거나 슬프기보다 친숙하고 신선하리라 확신한다.
열두개의 단편 중 싱귤래리티 3부작에 해당되는 세 작품은 인간의 정신이 기계에 업로드된다는 가상에서 출발하는 공통의 세계관을 가진다. 육신을 버리고 정신의 영생을 얻기위해 영원한 여행을 선택한 첫 인간 리즈 (카르타고의 장미), 이후 파괴적 뇌스캔으로 영혼을 업로드하는 기업 싱귤래리티에 응하는 사람들과 반하는 가족 이야기(뒤에 남은 사람들), 이후 업로드 된 디지털세상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이야기 (어딘가 상상도 못할 곳에, 수많은 순록떼가) 로 구성되었다. 세계관의 탄생에서 인간의 삶이 가지는 의미와 영생에 관한 세 작품은 종이동물원의 파(波) 와도 통한다. 기존 단편집 종이동물원보다는 진화와 영생이라는 큰 흐름을 가진 신작 단편들과 통하는 바가 더 크다. 세 작품은 연작이라 싱귤래리티 3부작만 순서대로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지난 종이동물원 단편집에서도 마지막 단편이 가장 길고 그이기에 쓸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는데, 이번 단편집도 거의 끝부분의 단편이 가장 길고 그다운 작품이었다, 단지 sf라고 하기엔 거리가 있어보인다. 군신 관우의 아메리카 정착기- '모든 맛을 한 그릇에' 는 제목부터 느낌이 미국인데다 황금시대의 서부라서 웃으며 시작했지만 웃지 못했다.
그는 작가의 말에 이렇게 적었다
『시간과 공간, 언어, 문화를 넘어 쓰는 이와 읽는 이가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비로소 가장 인간다워진다고, 저는 느낍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짓는 종이니까요.』
그의 말처럼 글을 짓고, 글을 읽을 수 있는 같은 종(種)이어서, 인간에 가장 멀리 있는 소재로 가장 인간다워지는 시간을 선물해 주셔서 행복했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오래 오래 이야기꾼으로 남아주시길
덧 +) 테드 창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작 단편집 종이동물원은 이번 단편집에 비해 문장이 단순하고 감성적이었는데 이번 단편집은 테드 창의 첫번째 단편집처럼 조금 더 우아한 문체와 분위기를 가졌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작품 『사랑의 알고리즘』말미 작가의 글에 당신 인생의 이야기 속 주인공의 대사와 호응하도록 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작 종이동물원 중 역사에 마침표를 찍은 사람들 말미에도 테드창의 외모지상주의가 언급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작가는 테드 창의 글을 좋아했을거라고 생각한다. (나랑 비슷한 구석 찾아보려고 애씀)
*표지마저 몽환적이고 선계 어디쯤의 전설의 생물같고요. 다 읽고 책 닫으면서 내용과 표지가 찰떡이라 새삼 놀랐습니다. 표지디자인 체고시다..!!!!!!
*고대의 결승문자와 SF를 이렇게 풀어요?? 와...나 진짜 기절이네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대안문학상 수상작)가 생각났다.)
*작가님. 코로나 시국 좀 지나가면 한국 한번 오세요 ㅠㅠ 분명 말 한마디 못하고 책만 내밀겠지만요. 제 마음이 그래요 ㅋㅋ
#KenLiu #Anthology #앤솔러지 #SF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책 #책읽기 #책추천 #책리뷰 #독후감 #데일리 #일상 #📚 #bookstagram #book #reading #daily
-슬픔은 힘이 세죠. 사람의 세계관을 바꿔 놓기도 할 만큼요. 하지만 죽음을 너무 깊이 생각하다보면 삶이 멈춰 버리기도 해요. p.36,37 『호(弧)』
-이 미생물들이 몸 속에 살고 있으면 나는 다른사람이 돼요. 더 용감하고 더 거침없고 더 행복하거든요. p.104 『심신오행(心神五行)』
-그리하여 말은 실체와 형상을 부여받는다. 줄을 더듬어 내려가다보면 매듭을 묶은 이의 생각이 손끝에 느껴지고 그 사람의 목소리가 뼛속에 전해진다. p.116 『 매듭묶기』
-우리가 단지 하루하루 어떤 알고리즘을 따르는 것 뿐이라면? 우리 뇌세포가 단지 어떤 신호를 받아서 다른 신호를 찾을 뿐이라면? 우리가 생각이라는 것 자체를 안한다면? 내가 지금 당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단지 미리 정해진 반응일 뿐이라면, 의식이 개입되지 않은 물리 법칙의 결과라면? -p.161 『사랑의 알고리즘』
-우리는, 진짜 우리는 말이야, 언제나 심연을 가르고 쏟아져 내리는 전자들의 패턴이었어. 원자와 원자 사이이 무(無) 였던 거야. 그 전자들이 두뇌 속에 있든 실리콘 칩 속에있든 무슨 상관이겠니. p.219 『뒤에 남은 사람들』​
-탐험은 인류의 숙명이야. 하나의 종으로서 우리는 성장해야만 해. p.253 『어딘가 상상도 못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
-자, 달에 온 걸 환영한다. 이곳은 사기꾼과 재담꾼, 협잡꾼 몽상가, 거짓말쟁이들의 땅이야. p.286
-세상은 참혹한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법은 그중 일부만 들을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기더군요. p.289 『달을 향하여』
-유복한 사람과 권력있는 사람은 망명을 하지 않는다 -p.382
-나는 여기서 마침내 세상의 모든 맛을 찾았다. 그 모든 단맛과 쓴맛, 위스키맛과 고량주맛, 거칠고 아름다운 남자들과 여자들, 그들이 지닌 야성의 흥분과 불안, 아직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대지의 평화와 고독...... 한마디로 말해 정신을 고양시키는 짜릿한 맛, 그게 바로 미국의 맛이다. -p.404 『모든 맛을 한 그릇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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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클럽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2
강영숙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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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들에게 빛나는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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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어딘가 비슷하게 통하는 구석이 있다.
소묘강습 어느날, 잘 그리려면 잘 봐야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정물대 위의 정물을 열심히 봤다. 그저 바나나가 까매졌고 사과 주변 초파리가 늘어나고 꽃의 고개가 꺾였고 배경 정물에 먼지가 쌓였다. 화면에 이 변화를 담으라는 건가. 선생님, 열심히 봤는데 영 모르겠어요. 몰라서 가만히 바라만보다 화폭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고 마음이 넘쳐 흐를때가 되어야 기어코 깨닫는다.  아. 저걸 그려야겠다. ​
읽는 것이 좋아서 열심히 읽다보니 외로운 것 같기도 했다. 손짓할까 말까 머뭇머뭇 사람을 찾고 만나고 깔깔대고 시뻘건 속내를 엄지손톱만큼 비쳐보다 서로의 생에  한 발 담가보는 일은 텍스트에서 사람의 인생으로 이어지는 불가해한 기묘함이다. 그러다 속엣것을  쏟아내고 싶은 그 순간, 글자가 인사한다. 어서와. 라이팅 클럽은 처음이지? 
김작가와 인영이 겨울이 길던 계동마을 골목에 왔다. 
글쓰기 강의를 빙자한 동네 사랑방이 된 곳,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의 냄새, 마음의 흔적, 삶과 죽음 사이에서 쓰는것만이 온전했던 계동의 그 작업실 이야기. 뭘 쓰고자 하는지도 잘 모르지만 어쨌거나 작가인 김작가와, 쓰고싶은 열망에 열병을 앓는 딸 영인, 글쓰기 강의에 모인 계동의 사람들, 영인의 친구 K와 R. 김작가의 글쓰기 교실은 언제나 영인의 마음에 차지 않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었던 영인은 이억만리 이국땅 뉴저지 해컨색에서 네일아트를 하며 살아간다. 그 시간을 버틴 힘은 그렇게 싫어했던 글쓰기 교실, 라이팅클럽이었다. 돌고 돌아 계동, 돌고 돌아 글쓰기, 밀고 밀어내도 결국 사람의이야기. 소설.
읽는 사람이 쓰고싶은것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사실만큼 당연하다. 뭔지도 모르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절절끓는 용암덩이만 죄 뱉어놔도 그저 예쁘다. .일단 토해야 산다.무엇이든 쓰지 않으면 속이 타 죽은 것과 다름없다.  시간이 흐르고 나의 흑역사를 만천하에 박제한 꼴이란 걸 깨달을 즈음에야  다 식은 글을 마주한 고통을 영인은 이렇게 표현했다. 

"세상에, 이런 쓰레기들도 있다니! 세상에, 이런 쓰레기들을 보았나!" P.200

이불속에서 발을 뻥뻥차며 지른 내 비명이 왜 여깄지.

 

 

​『결국에 우리는 무엇이든 잘 몰랐던 거야. 서로에 대해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서조차. 자기의 마음도 서로의 마음도 알고자  하기 전에 지레짐작하고 단정지어버린 거야.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짐작과 단정 사이엔 오해만이 있고. 그건 그러니까 골목같은 거지.』

『그저 짐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해한다. 자신이 짐작하는 것이 다만 짐작에 그칠 뿐 진실은 아니며 진실에 가깝지도 않으리란 사실조차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 짐작에 짐작을 거듭해, 최선을 다 해 오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래서 그의 고통을 짐작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다름 아니고, 그러니 어쩌면 짐작만이 삶의 전부이며 짐작하는 인간은 고독하다.』 - 오래전 고독 中, 염승숙 作

아. 이걸 써야겠다. 바다에 띄워보낸 무인도의 편지가 다른 대륙의 누군가에게 읽힐 확률을 가졌더라도,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누군가에게 가닿고 싶어 혼자 안달하는 꼴이라 비웃어도 나는 써야겠다. 쓴다는 것은 산다는 것. 잘 쓰고 싶은 것은 잘 살고 싶은 것이고 멋지게 쓰고 싶은 것은 멋지게 살고 싶은 바램이니.
마음이 차오르는 동안 나와 당신을 되짚어 더듬고 짐작과 단정 사이를 헤매고 오해하고 이해하면서 엉킨 매듭을 풀어보려는 인간의 마지막 발버둥 같은 것이다. 마음이 어디에 가닿을지 알 수 없어서 활자에 마음을 매어두는 절박한 꼴을 하고서 이것을 마지막으로 생을 가위질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고독을 주렁주렁 매단 채로.
『글을 쓰겠다는 열망을 품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환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 일 외에 다른 일에서 정신줄을 놓아 버리는 것이다. 임신초기의 울렁증처럼 평생 구역질이 날 것 같은 기분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거기서 정도가 더 심해지면 바보가 된다.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그저 병을 앓는다 』 p.214
환자가 된다. 글을 쓰고싶은 열망은 열병이 된다. 열병에서 살아남고자 시작한 글쓰기는 나를 넘어 너를 쓰게된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어서 나를 이야기하려면 당신도 있어야 하므로.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시작한 문장은 어느 새 대신 고통받고 내지못한 목소리가 되어주고 넘치지 못한 눈물이 되어 흐르고 앙다문 입속의 웃음이 된다.  나를 쓰고 당신을 쓰고 우리를 쓰고 시대를 쓰고.  점점 커지는 마음이 돈키호테를 닮아간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것을 굳이 지켜줘야 한다며 분연히 일어선 돈키호테,종일 부산스러운 계동 골목엔 그 수많은 돈키호테들이 산다. 이렇게 거국적인 오지랖의 세계에서 쓴것을 알아봐주길 바라는 마음과 아무도 모르길 바라는 마음이 공존한다는 것만 봐도 쓰는 사람이 오해하고 읽는 사람은 이해하는 쪽이 아닌가. 그 적극적 오해와 이해의 줄다리기 앞에서 세상 사람들은 마음속에 돈키호테를 재워두고 버티는지도 모른다. 나와 당신과 우리를 모두 위로하는 일이라면 이제 당신들의 돈키호테를 깨워도 되겠다. 쓰기위해 살고, 살기위해 쓰고  깔깔대며 머리를 맞대어 살아갈 힘을 만들었던 계동 골목의 이 유쾌한 돈키호테들처럼.

써 보시라.
당신의 인생을 쓰기 전과 쓴 후로 나눌 수 있을테니. 침대위에 엎드려 다디단 과자를 먹으며 전쟁에 참가해 팔다리가 잘리는 주인공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지켜보는 관객(P.110) 이었다가 전쟁에서 팔다리가 잘리는 주인공을 캐스팅해 이야기를 읊어보는 경험은 아무나 할 수 없지만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이미 말했지만 자신의 옛날 글을 읽는 고통은 추후의 문제다. 미래의 내가 잘 버틸거라 믿으면 된다.
 
p.s - 밤 12시를 넘겨 태어났다. 반을 깨어있고 반은 잠들어있는 시간, 어제가 끝나고 오늘이 시작되는 시간, 과거가 미래로 대체되는 순간, 달이 가장 빛을 발하고 생명을 키우는 해가 가장 멀리 있을 시간. 정적이고 고요하고 그림자도 숨은 혼몽한 시간을 닮은 내 돈키호테는 요즘 더워서 장기휴가를 보낸 참이다. 당분간 없다.
🔖 글을 쓰리라! 글을 쓰리라! 죽어도 글을 쓰리라. P.59
🔖 "한번 써 봐. 인생이 얼마나 깊어지는데." P.255
🔖 순환의 시간이었다. 뭔가를 쓰라고 자꾸만 부추기는 조울증의 시간,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반드시 찾아오고야 마는 지긋지긋한 떨림의 시간,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반드시 찾아오고야 마는 지긋지긋한 떨림의 시간, 그리고 아무런 욕망도 갖지 못하게 만드는 무서운 침묵의 시간. P.306
🔖 글은 말이야, 재미있게 써야 해. 그래야 계속 쓸 수 잇어. 그래야 계속 읽을 수도 있지. 다들 시간이 없잖아 P.315
🔖 너는 오후 세시에 태어났어. 오후 3시는 누구나 후줄근해지는 시간이지. 매일 오후 세시가 도면 진한 커피를 한 잔 마셔. 그리고 '난 지금 막 세상에 태어난 신삥이다.' 생각하며 살아.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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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얼굴들
황모과 지음 / 허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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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얼굴들 #황모과 #허블

            
📍 어둠 너머 잊혀진 얼굴, 잊혀진 이름, 잊혀진 역사, 잊혀진 당신의 눈빛, 마음, 두손에 잡히지 않던 바람냄새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가닿을 수 없는 당신에게 기억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어둠이 우리에게 빛으로 와닿았음을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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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고에 뭘 넣어놓았는지 가물가물하다. 찾는 물건이 거기 있나 싶어 오래된 문을 열고 어두컴컴한 공간으로 들어서면 잠깐 시야가 잠긴다. 닫힌 시각이 다시 열리기를 기다려주는 그 짧고도 긴 시간 머리털이 쭈뼛 서고 오한이 든다. 창고의 물건은 모두 내가 아는 물건이고 그대로 있었고 내가 찾을 때까지 먼지를 두르고 기다릴 뿐인데 어둠이 눈을 가리면 안의 물건들이 무섭다.
하나하나 둘러보며 여기에 이게 있었지 물건을 뒤적이면서 잊혀진 사물의 이름을 생각한다. 사물의 서사가 기억난다. 사물의 형태를 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어둠 밖으로 나갈 때엔 물건이 주는 고요함이 썩 마음에 든다. 그러고 또 잊겠지.
✒ 여섯개의 단편이 실린 이 책의 제목은 밤의 얼굴들이다. 밤의 얼굴들은 어떤 단편의 제목도 아니지만 모든 단편을 관통한다.
​모든 단편에는 가장 고통스럽고 어두운 순간을 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산자기도 죽은자기도 하고, 실재하기도 가상속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고통을 안고 잊혀진 사람들에게 이름을 묻고 얼굴을 만들어주고 존재를 확인해주는 글은 읽을수록 서럽고 다정하다.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는 의문사 유족들의 DNA데이터베이스와 대학살 증강현실 이용으로 일본의 한 무연고 묘지에 묘비명을 새겨넣을 수 있게 되고,『당신의 기억은 유령』은  메모리분열증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치매 환자인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메모리에 침투한 리즐의 기억이 사후 메모리형태로라도 도달하고 싶은 그곳에 가고자 희망한다.
​『탱크맨』에서는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을 눈앞에서 목격한 자의 지워질 수 없는 죄책감과 신념이,『니시와세다역 B층』 에서는 인체실험으로 머리 없이 매장된 수백의 피해자의 얼굴을 찾아주고 싶어했던  유골분석가의 이야기가,『투명 러너』에선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난 일본인 니상(형님)과 한없이 가깝다고 느끼면서도 가닿을수 없는 먼 거리감의 묘사가, ​『모멘트 아케이드』에선 사람들의 모든 순간을 가공해 체험할수 있도록 파는 모멘트 아케이드 안에서도 서로를 돕는 모멘터들이 있다.

​어둠 안쪽에서 뽀얗게 먼지를 덮고 잊혀진 얼굴, 이름, 역사, 당신의 눈빛, 고민과 헌신이 넘어가는 책장을 따라 어슴푸레 눈에 익는다.  웅크린 기억들의 이름과 얼굴을 찾아주는 것은 어둠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하지 않겠다는 의지고 앞으로도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놓지 말자는 연대의 다짐이다.
무엇을 잊었나. 수많은 밤이 얼굴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 조차 잊었는지 모른다.  내가 어디를 딛고 섰는지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도  종국에 내가 누군지도 잊더라도 사랑했던 감각이 남아 나를 지탱해줄 것이다. 각자의 섬에 다리를 놓으며 늦게라도 기억해야 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 모멘트 아케이드는 4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이미 읽었던 작품이라 나머지 단편의 분위기도 비슷할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첫 작품부터 충격이었어요. 일제강점기 과거사 규명과 SF 가 이렇게 만난다구요?? 증강현실과 영혼이 만난다구요??
탱크맨은 어떻고요. 스크린에 뜬 가상 뉴스에 장르 호러인줄 알았어요. (역대 최장임기 전두환대통령 평화상 수상이라뇨!!. 이명박근혜공동총리라뇨!! 아베랑 경제합일체 조약체결이라뇨!! 찐 호러네호러) 니시와세다역의 유골분석 데이터를 자신의 블로그 데이터 유입 늘리는데 쓰는것 밖에 생각 없는 에즈라가 비단 그 하나뿐일까 억장이 무너지고요.... 현대사와 일제강점기와 가정폭력과 SF라는 이 본적없는 조합은 모멘트 아케이드를 잊게 했어요.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이 새벽에 잠못자고 독후감을 두들기는 이유가 있습니다요. 추천 추천 추천!!!!!! ,SF싫으신 분도 읽다보면 SF였나 다시한번 표지를 보실거에요. 나 언제자..ㅠㅠ
 
🔖 믿기 힘든 이야기일 수 있어요. 하지만 감춰진 이야기를 밝혀내는 것은 역사나 제도가 남긴 공백을 메우는 것, 상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믿어요. P.41
🔖 이제 이름을 가진 비석이 되었어요. p.35
🔖 모든 것은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품고 있다. 들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생략된 목소리가 색깔을 빛낸다. 세상의 이야기가 다양한 냄새를 풍긴다. p.81
🔖 나는 철강 덩어리보다 무거운 죄책감에 짓눌렸다. 결코 내가 갖는 죄책감을 저들이 강요하는 죄책감으로 혼동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속죄는 다른 방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p.101
🔖 사람들의 얼굴을 되살리고 싶었어. p.133
🔖 이름 없는 사람들, 얼굴 모르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 엄마 같은 사람을 끝끝내 연민하고 싶은 마음, 동생처럼 세상에 상처 입고 만 사람을 떠올리는 마음이었어요. 고립된 사람들을 기억하려는 결심이었어요 p.200​
​🔖 의식불명자가 다른 의식불명자의 치료를 돕고 있다니,특별한 시간 속에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모멘트를 추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니 우리가 그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고 있다니 우리가 돌봐야 하는 존재라고, 심지어 누군가는 자원 낭비라고 오만하게 품평했던 존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있었다니. 제게도 손을 내밀어 주셨다니.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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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 역정 을유세계문학전집 103
존 번연 지음, 정덕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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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례자들의 여정을 우화로 표현한 성서 이야기 (성경)
✒ 이 책은 독특하게도 작가의 당부글이 서두에 위치한다. 프롤로그라고 하기엔 분량이 좀 있는데, 당시 청교도혁명부터 명예혁명 종교개혁에 이르기까지  영국의 정치적 종교적 갈등이 가장 심화되던 가장 격동적인 시기에 출판된데다 독특하게도 성경을 우화로 풀어낸 독특한 형식 때문에 해석이 분분하여 논란의 중심에 설 것을 예정했던 모양이다. 성경 구절은 그 당시에도 다양하게 해석되었는데, 은유와 비유를 사용하여 풀어낸 이 책에선 당시 부패한 정교를 비판하고 실천을 중요시 한 청교도, 혹은 개혁적인 신교들의 손을 들어준 듯한 해석도 가능한지라 아마 정치적으로 꽤나 힘들지 않았을까 유추해본다. 정치와 종교가 일치하는 시절에 종교를 비판하고 직접 설교를 다닐 만큼 열정적이었던 작가가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었을 터, 그가 불법설교를 죄명으로 감옥에 있을 때 탄생한 작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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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망의 도시에 사는 크리스천이 순례길을 떠나 고난과 환란을 겪고 같은 신자를 만나 의지하며 천성(天城)의 문을 열고 들어가기까지의 일과 대화를 묘사한 1부, 크리스천과 떠나지 않은 그의 아내 크리스티애나와 네 아들이 남편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순례길을 떠나 역시 천성에 당도하는 2부로 구성되어있다.
멸망의 도시에서 떠난 크리스천은 사망의 골짜기에서 믿는자를, 허영의 시장에서 선의의 해석자로 복음전도사를 만나게 된다. 그 사이 타락한 목사, 속세의 현지, 완고, 우유부단, 까마귀 아볼루온, 돈좋아, 세상지배와 같이 성서에 반하는 인물들에게 끊임없이 방해받지만 믿는자, 복음전도사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들의 믿음이 공고해진다. 같이 떠나지 않았던 아내와 네 아들의 여정이 2부에 나오고  2부의 주인공 크리스티아나(아내)는 자비와 담대한마음을 만나 동행을 이룬다. ​
1부와 2부가 비슷한 형식을 가진 연작으로 보이는데, 1부는 남성,  2부는 여성에게 요구되던 덕목 위주로 에피소드/단어선정이 이루어져서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2부는 1부의 단호함 보다는 포괄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의 결말을 가지고 있다.
✒ 읽는 동안 성경구절의 인용이 정말 많고 어투와 사용하는 단어들이 비 신자 혹은 나같은 무신론자들에겐 낯설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천로역정이 기독교적 교리가 굉장히 강하다고 해서 앞뒤안보고 넘겼는데, 이번 번역은 문학적 관점으로 번역하셨다고 하였으나 역시 나같은 무신론자에겐 머릿속에 물음표만 가득 떠다니는 구절이 많았다. 거기에 종교에 대한 의문을 끊을 수가 없었는데 그 몃가지 생각을 적자면, 순례가 도대체 종교인들에게는 무슨 의미인가. 제목으로 쓸 만큼 순례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뿐이고, 두번째론 반복적으로 나오는 '의심하지말라'라는 구절이었다. 모든 진리는 의심과 궁금증으로 시작되고 발전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맹목적인 믿음을 주입받는것 같아 의심이 봉인된 믿음이 진실된 믿음인지 믿을 수 없었고, 세번째는 종국에 얻는다는 영생과 영광이 세속적 기준에 맞춰져 묘사된 것이었다. 세속의 모든 것이 소용 없다는 과정을 지나 결국 얻는것이 세속의 모든 것이라는 이 아이러니는 나를 당황하게 했고 신의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인물들에게 동화하기 힘들었다.  이것은 내가 유물론자에 가까운 무신론자이기 때문에 근원적 이해가 어렵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  대부분 주인공의 이름이나 지명이 이해하기 쉬운 (ex- 배교시에 사는 변절. 감언이설 마을의 돈좋아 등등) 직관적 단어로 설정했고, 교리문답식의 대화법, 간증과 다름없는 서사구조를 가졌기에 교인이거나, 혹은 성경에 관심이 있다면 성경과 함께!!(비유가 원체 많아서)읽어보시기를 권한다. 구약이 뭐고 신약이 뭐에요 수준이라도 읽는데 무리가 없었지만 공감하고 받아들이기엔 아무래도 무신론자는 버거울 수 있다. (경험)


그러나 종교적 파고가 높았던 17세기 영국에서 교리를 바탕으로 인간 본연의 선을 추구하고 행함을 우화형식으로 써내기란 쉬운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가장 필요하지만 함부로 언급할 수 없었을 17세기의 시대정신을 문학으로 그려낸 작품이기에 천로역정이 을유 세계문학전집에 선정된 것일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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