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피투성이 연인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0
정미경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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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잔인하고 일상은 꾸준하게 고통스럽고 차마 놓지 못한 타인의 온기에 손끝이 시린것은 무언가 남았을거란 당신과의 백일몽 덕분이다.>

 

『산다는 건 싸구려 픽션보다 더한 굴곡을 늘 이면에 감추고 있을 뿐이에요. 그것까지가 삶이에요.』- P.287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 어느해의 8월 첫주 주말. 딱 이무렵쯤. 아버지의 병실에 들렀다 돌아가는 밤 열시, 항만 옆 대학병원 앞 공기는 30도를 넘나드는 열대야에 끈적한 해무와 뿌연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보름만에 받아 든 병원비 정산 내역증은 양 어깨에 들러붙고 보험사와 통화할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부서질 것 같아서 텅빈 위장에 카페인을 들이붓다 그대로 게워냈다. 실로 게워낸 것은 털어내고 싶은 중압감, 그날의 피로, 아니면 물반 공기반에 중금속이 토핑된 미친 현실, 셋 다였을것이다. 그래도 심장이 뛰고 숨이 붙은 탓에 내 폐는 일을 하느라 숨쉴수록 갑갑한 공기를 열심히 받아들이고 있었고, 되도 않는 미세먼지 마스크 하나에 숨을 기대다 길바닥에 주저앉았던 어느해의 밤을 기억한다.

​올해도 비가 쉴 새 없이 내린다. 우산 하나에 기대어 걷는데 우산을 뚫고 비가 들이쳐 정수리가 젖어도 기댈데라곤 새는 우산뿐인, 그런 비가 내린다. 여섯개의 단편을 관통하는 작가의 세계가 낮이고 밤이고 비가 내리는 지금같다. 피하고 싶지만 아무도 피할 수 없고 멈출래야 멈출수도 없는 생의 굴레처럼.

 

* 사고로 죽은 남편의 노트북 속 일기에서 발견한 M의 흔적을 발견한 유선, (나의 피투성이 연인) 라디오 방송 진행자 윤미예의 원고를 쓰는, 그림자 여자, (호텔 유로 1204), 아이의 고통을 멈추는 선택을 한 아버지 (성스러운 봄), 상실해야만 존재를 인식하는 윤(비소여인), 사진을 정말 버렸음을 확인받기위해 사진을 만들어내야하는  X레이 기사 성민, 밋밋한 일상이 되지 못한 새드엔딩 미옥과  다시는 동화를 쓸 수 없게 된 동화작가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까지 여섯개의 세계는 모두가 볼 수 있는 기쁨 아래 아무도 보려고 하지 않는 거대한 덩어리의 고통과 생의 무게를 가감없이 던진다.

 

생은 그렇게 찬미할 것이 아니고, 기쁨은 크기보다 과대평가되었으며, 생의 전반에 걸친 고통과 인간의 질척한 욕망은 평가절하한다고 하여 크기가 줄어들지 않음을 보여주는 정미경의 글은 그래서 즐겁지 않다. 카페인까지 게워내야 했던 그날의 공기처럼 숨에 붙어 질척하게 마음에 들고 난다. 그럼에도 아직 같은 세상에서 숨쉬고 있음은 즐겁지 않은 것, 고통을 견디는 것까지도 삶이라고 하는 것 같아 체념을 닮은 인정을 할 수 밖에.

 

다행히 이면의 은근한 온기에 얼어죽을것 같지 않았다. 미옥과 최군의 외로운 생이 누군가에게 온기일 수 있음에, 따뜻한 햇살같다고 여긴 윤과 윤미와 윤조, 죽기전 주현이 사실은 연옥도의 입장권이었음에 고통과 견딤의 이면에 삶의 기쁨과 안온함이 있음을 어찌 모를 수 있겠나. 그래서 한장 한장 쉬이 넘기지 못한고 문장을 가만가만 쓰다듬으며 읽었다. 그래. 그래. 맞아. 차가운 금속 판에 손을 대고 있으면 어느새 미지근해지듯 나와 닮은 이 문장이 미지근해졌으면. 고통의 등허리 뒤로 삶의 미지근한 즐거움이 깃들기를 바라며 일찍 세상을 떠난 정미경 작가가 아쉬워 한번 더 쓰다듬었다.

 

* 제 베스트 단편은 성스러운 봄. 최고에요. 뭐라 말할 수 없이 울컥, 감동. 두번째는 마지막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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