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얼굴들
황모과 지음 / 허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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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얼굴들 #황모과 #허블

            
📍 어둠 너머 잊혀진 얼굴, 잊혀진 이름, 잊혀진 역사, 잊혀진 당신의 눈빛, 마음, 두손에 잡히지 않던 바람냄새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가닿을 수 없는 당신에게 기억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어둠이 우리에게 빛으로 와닿았음을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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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고에 뭘 넣어놓았는지 가물가물하다. 찾는 물건이 거기 있나 싶어 오래된 문을 열고 어두컴컴한 공간으로 들어서면 잠깐 시야가 잠긴다. 닫힌 시각이 다시 열리기를 기다려주는 그 짧고도 긴 시간 머리털이 쭈뼛 서고 오한이 든다. 창고의 물건은 모두 내가 아는 물건이고 그대로 있었고 내가 찾을 때까지 먼지를 두르고 기다릴 뿐인데 어둠이 눈을 가리면 안의 물건들이 무섭다.
하나하나 둘러보며 여기에 이게 있었지 물건을 뒤적이면서 잊혀진 사물의 이름을 생각한다. 사물의 서사가 기억난다. 사물의 형태를 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어둠 밖으로 나갈 때엔 물건이 주는 고요함이 썩 마음에 든다. 그러고 또 잊겠지.
✒ 여섯개의 단편이 실린 이 책의 제목은 밤의 얼굴들이다. 밤의 얼굴들은 어떤 단편의 제목도 아니지만 모든 단편을 관통한다.
​모든 단편에는 가장 고통스럽고 어두운 순간을 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산자기도 죽은자기도 하고, 실재하기도 가상속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고통을 안고 잊혀진 사람들에게 이름을 묻고 얼굴을 만들어주고 존재를 확인해주는 글은 읽을수록 서럽고 다정하다.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는 의문사 유족들의 DNA데이터베이스와 대학살 증강현실 이용으로 일본의 한 무연고 묘지에 묘비명을 새겨넣을 수 있게 되고,『당신의 기억은 유령』은  메모리분열증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치매 환자인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메모리에 침투한 리즐의 기억이 사후 메모리형태로라도 도달하고 싶은 그곳에 가고자 희망한다.
​『탱크맨』에서는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을 눈앞에서 목격한 자의 지워질 수 없는 죄책감과 신념이,『니시와세다역 B층』 에서는 인체실험으로 머리 없이 매장된 수백의 피해자의 얼굴을 찾아주고 싶어했던  유골분석가의 이야기가,『투명 러너』에선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난 일본인 니상(형님)과 한없이 가깝다고 느끼면서도 가닿을수 없는 먼 거리감의 묘사가, ​『모멘트 아케이드』에선 사람들의 모든 순간을 가공해 체험할수 있도록 파는 모멘트 아케이드 안에서도 서로를 돕는 모멘터들이 있다.

​어둠 안쪽에서 뽀얗게 먼지를 덮고 잊혀진 얼굴, 이름, 역사, 당신의 눈빛, 고민과 헌신이 넘어가는 책장을 따라 어슴푸레 눈에 익는다.  웅크린 기억들의 이름과 얼굴을 찾아주는 것은 어둠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하지 않겠다는 의지고 앞으로도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놓지 말자는 연대의 다짐이다.
무엇을 잊었나. 수많은 밤이 얼굴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 조차 잊었는지 모른다.  내가 어디를 딛고 섰는지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도  종국에 내가 누군지도 잊더라도 사랑했던 감각이 남아 나를 지탱해줄 것이다. 각자의 섬에 다리를 놓으며 늦게라도 기억해야 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 모멘트 아케이드는 4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이미 읽었던 작품이라 나머지 단편의 분위기도 비슷할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첫 작품부터 충격이었어요. 일제강점기 과거사 규명과 SF 가 이렇게 만난다구요?? 증강현실과 영혼이 만난다구요??
탱크맨은 어떻고요. 스크린에 뜬 가상 뉴스에 장르 호러인줄 알았어요. (역대 최장임기 전두환대통령 평화상 수상이라뇨!!. 이명박근혜공동총리라뇨!! 아베랑 경제합일체 조약체결이라뇨!! 찐 호러네호러) 니시와세다역의 유골분석 데이터를 자신의 블로그 데이터 유입 늘리는데 쓰는것 밖에 생각 없는 에즈라가 비단 그 하나뿐일까 억장이 무너지고요.... 현대사와 일제강점기와 가정폭력과 SF라는 이 본적없는 조합은 모멘트 아케이드를 잊게 했어요.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이 새벽에 잠못자고 독후감을 두들기는 이유가 있습니다요. 추천 추천 추천!!!!!! ,SF싫으신 분도 읽다보면 SF였나 다시한번 표지를 보실거에요. 나 언제자..ㅠㅠ
 
🔖 믿기 힘든 이야기일 수 있어요. 하지만 감춰진 이야기를 밝혀내는 것은 역사나 제도가 남긴 공백을 메우는 것, 상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믿어요. P.41
🔖 이제 이름을 가진 비석이 되었어요. p.35
🔖 모든 것은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품고 있다. 들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생략된 목소리가 색깔을 빛낸다. 세상의 이야기가 다양한 냄새를 풍긴다. p.81
🔖 나는 철강 덩어리보다 무거운 죄책감에 짓눌렸다. 결코 내가 갖는 죄책감을 저들이 강요하는 죄책감으로 혼동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속죄는 다른 방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p.101
🔖 사람들의 얼굴을 되살리고 싶었어. p.133
🔖 이름 없는 사람들, 얼굴 모르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 엄마 같은 사람을 끝끝내 연민하고 싶은 마음, 동생처럼 세상에 상처 입고 만 사람을 떠올리는 마음이었어요. 고립된 사람들을 기억하려는 결심이었어요 p.200​
​🔖 의식불명자가 다른 의식불명자의 치료를 돕고 있다니,특별한 시간 속에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모멘트를 추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니 우리가 그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고 있다니 우리가 돌봐야 하는 존재라고, 심지어 누군가는 자원 낭비라고 오만하게 품평했던 존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있었다니. 제게도 손을 내밀어 주셨다니.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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