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 - 프랑수아 를로르 장편소설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누이트(Inuit) : 알래스카주, 그린란드, 캐나다 북부와 시베리아 극동에 사는 에스키모족 원주민

카블루나(Kabluna or Kabloona) : 백인, 유럽인, 이누이트가 아닌 사람을 뜻하는 이누이트 단어

이니보크 : 세상에서 버림받은 사람을 뜻하는 이누이트 단어

이누크(Inuk) : 이누이트 개인을 일컫는 이누이트 단어




 본래 북극에는 오직 이누이트만이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탐사를 목적으로 카블루나가 들어왔고, 그들과 공존과 배척을 반복하는 사이 북극의 이누이트족이 유네스코 지정 인류문화유산이 되었다. 이에 따라 카블루나측에서 이누이트에 대해 알려줄만한 이누이트의 대사 한 명을 보내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고, 우리의 주인공 울릭이 이누이트 대사로서 카블루나의 나라로 떠나게 되었다.


 다소 보수적인 이누이트에게서 선뜻 나오기 힘든 용기와 적극성이었지만 울릭에게는 그만한 사연이 있었다. 사실 그에게 이누이트 대사직은 벼랑 끝에 마주한 동아줄같은 것이었다. 오래 전, 사냥으로 유명을 달리한 울릭의 아버지와 그 후 눈물바람 속에 살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버린 울릭의 어머니 탓에 이웃 삼촌의 이글루에서 더부살이를 했던 울릭. 그래도 그 때까지는 괜찮았다. 삼촌 가족과 부족 사이에서 겉돌던 어린 울릭은 외로움에 못 견뎌 탐사를 온 카블루나들의 기지를 자주 방문하게 되어 부족 내에서 따돌림이 더 심해졌지만 그래도 아직 괜찮았다. 가족같은 개를 죽인 정체불명의 곰을 응징하기 위해 부족의 법칙을 깨고 곰 두 마리를 연달아 죽인 탓에 하나 뿐인 사랑 나바라나바와 강제로 파혼하게 되면서 울릭은 괜찮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울릭은 사랑하는 나바라나바를 되찾기 위해서 추장과 단판을 짓고 이누이트 대표로 북극을 떠나 카블루나의 나라로 오게 된 것이다.


 카블루나의 나라로 온 울릭을 가장 괴롭힌 것은 외로움이었다. 어찌 되었든 북극에 있었을 때에는 늘 이누이트와 함께였다. 아주 가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잠깐 가까운 곳으로 홀로 사냥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것 외에 늘 다른 이누이트와 함께여야만 하는 그런 사회의 일원이었던 탓에 카블루나의 나라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이니보크의 하루하루와 같았다. 울릭은 이누이트의 대사로서 해야 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북극으로 돌아가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나바라나바와 결혼할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그 와중에 이누이트와 카블루나의 차이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비교하고 이해해가며 서서히 카블루나의 나라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초반에 울릭은 자신을 <시골 쥐와 도시 쥐> 이야기에 나오는 시골 쥐 같다고 생각하며 주눅 들어했다. 하지만 자신의 담당 가이드인 마리 알릭스와 적극적인 교류를 하며 서서히 카블루나의 세계에 익숙해져 갔다. 

 음... 울릭이 조금씩 카블루나의 세계에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마음이 참 복잡미묘했다. 어린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뿌듯하면서도 씁쓸하게 지켜보는 모습? 울릭 본인과 이누이트 전체를 생각했을 때에 카블루나의 세계에서 배울 점을 잘 찾아내 익힌 다음 자신의 부족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란 건 알지만 그래도 참 입맛이 썼다. 특히, 겨우 돌아간 북극과 이누이트의 달라진 모습은 정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 - 프랑수아 를로르 장편소설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명의 발달이 정말 좋기만 할 걸까? 혹시 그 사이에 뒤로 미루고 미루다 잊혀져버린 것은 없을까? 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Fever Dream : 고열에 시달리는 환자가 꾸는 선명한 꿈, 

                                                  오히려 너무 선명하고 화려하기 때문에 불쾌감을 느끼게 됨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습관처럼 표지 뒷면을 먼저 살폈다. 어린 딸과 함께 시골로 휴가를 보내러 왔다가 병원 침대에 누워 죽어가는 젊은 도시 여인 아만다가 그 시골 마을 소년 다비드와 나누는 대화만으로 내용이 전개된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나니 제목인 '피버 드림'의 뜻이 궁금해졌다. 대충 우리말로 하면 '열이 들뜨다' 정도 될 것 같다. 너무 열이 심해서 헛것을 본다는 말과 같은 말이 아닐까? 이렇게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문득 생각난 건데, 죽기 직전에는 주마등을 본다는 게 우리 나라에만 있는 말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이 이야기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죽어가고 있는 아만다가 다비드에게 이제까지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설명해주며 '왜 이렇게 되었는가'를 서서히 깨달아가는 이야기니까...


 처음에는 다비드가 천재 소년인 줄 알았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영리한 다비드가 별안간 쓰러져 죽어가는 아만다의 이야기를 들으며 '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를 밝혀내는 스릴러 추리 소설이 아닐까 싶었다. 얼마 가지 않아 그 생각은 흔적도 없이 사그라들었고 그 자리를 채운 건 미스터리 오컬트 소설인 건가 하는 생각이었다. 갑자기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의사가 아닌 '녹색 여인'을 찾아가는 엄마 카를라,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아이의 혼을 아이의 몸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녹색 여인, 그 말대로 했더니 어째서인지 낯선 사람처럼 느껴지는 살아움직이는 아들 다비드... 솔직히 약간 오멘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리쏭했다.


 물론 중간중간 실마리가 있기도 했지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실하게 알아차린 건 후반부에서였다. 아만다와 다비드가 먹은 '독'이 어디서 왔고,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으며 왜 다른 사람들은 '독'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속 시원하지 못한 구석은 많았지만 동시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납득이 되기도 했다. 아마 10년쯤 후에야 마을 사람들이, 국민들이 지난 30년간 그 마을에서 일어난 일들의 원인을 깨닫고 경악하는 동시에 분노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지 않을까... 어쩌면 실제로 어느 마을에서 일어났던 일을 모티브로 시작된 소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정말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과학의 폐해에 대한 무지가 만연한 어느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찜찜하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주변의 위험 상황을 모두 통제한다는 건 가능한 일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 죽음에 이르는 가정폭력을 어떻게 예견하고 막을 것인가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시공사 / 2021년 3월
평점 :
일시품절


 언제부터인가 당연하지 않은 일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했던 여자들이 "그건 당연하지 않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껏 한번도 이런 지속적인 대규모 반발을 받아본 적이 없는 가해자 사회는 크게 당황하면서도 이제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위협적인 목소리로 "여자가 뭘 알아! 그건 당연한 거야!"라고 으르렁거렸지만 학습된 대로 주춤거리며 물러서는 여자들의 뒤를 또다른 여자들이 든든하게 받혀주면서 버티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다른 피해자들의 태도에 당황한 가해자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그들은 한발 한발 천천히 내딛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런 책이 나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느 날부터 새삼스럽게 부상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빼앗는 사회적 이슈들이 몇 가지 있다. 21세기가 도래하며 새롭게 생겨난 문제들일까? 아니. (아마도)인류 역사와 함께 해온 문제들일 것이다. 사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것들은 늘 낭중지추였다. 누구 하나 대놓고 문제 삼은 적은 없었지만 다들 그게 문제라는 걸 눈치껏 알고 있었다. 때로는 학습된 오류로 인해 그게 문제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 그랬다. 그게 문제라는 걸 알지만 적어도 내 눈과 귀가 닿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라서, 한낱 개인에 지나지 않은 내가 피로, 법으로 단단하게 엮인 인연들을 어찌할 도리가 도무지 보이지 않아서 외면했다. 그랬던 내가 '새삼스럽게' 가정 내 폭력에 대해서 재인식하게 된 계기는 COVID-19으로 인해 자가 격리, 외출 금지가 빈번해지면서였다. COVID-19으로 인해 가정 내 폭력이 부쩍 증가했으며 한탄스럽게도 COVID-19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여전히 한 지붕 안에 내버려두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기사들을 통해서였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후속기사들을 많이 볼 수 없었지만 그 기사가 말 그대로 '터지고 나서'도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을 그러지 못한 경우가 열 손가락을 훌쩍 넘겼으리라.





 사람이 가장 비참해질 때가 언제일까? 모두에게 당연한 것이 자신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때이지 않을까? 아무리 오늘날의 가족관과 결혼관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모두에게 '가족'과 '결혼'이란 단어가 가지는 보편적인 이미지와 울림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그런 '이상적이고 평범한' 가족과 결혼생활을 구사하기를 희망하며 살아갈 것이고, 나머지는 그럴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포기하고 살아갈 것이다. 누구 하나 '따뜻하고', '웃음이 넘치는', '든든한 내 편이 있는' 집을 바라지 않으며 살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가 취재한 이 책 속 피해자들은,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럴 만한 기회를 잡지 못해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피해자들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보편적 행복을 단 한번의 실수로 강탈 당했다. 거기다 모자라 수시로 납득 불가능한 이유로 피가 터지고 뼈가 부러지도록 얻어맞으며 목숨을 위협 당하고 있다. 때때로 이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 한 줄기 빛처럼 공권력이 스며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전보다 더 한 절망감만 안긴 채 스러지기 일쑤였다. 가족도, 법도 버팀목이 되지 못하는 상황의 연속.




 안타깝게도 이 책은 그저 가정 내 폭력의 사례들만 전달해줄 뿐이지만, 부디 이 책이 그 어떤 책보다도 많은 관심을 받아서 내 주변이 아니더라도 지금 이 순간, 이 세상 어딘가에 이렇게 부당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이 흐느끼며 도움을 청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당함을 인식한 피해자들과 일부 가해자들에 의해서 하나둘 바뀌어가고 있는 지금의 사회 속에서 또다른 변화를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