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책 제목이 잘 못 되었다.
여행이고, 그것도 자전거 여행인데, 길 위의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자전거 여행에 대한 대목은 서문에 잠시 나올 뿐 본문은 목적지에 대한 감상과 '지역정보'만을 담고 있다. 저자가 본문에 언급한 대로, 백과사전과 지역정보지, 항해지, 전문서적 등을 펼쳐 놓고 책상에 앉아서 쓴 글일 따름이다. 여행서는 어디까지나 '길 위에서' 쓰여져야 한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 경로 하나 묘사되지 않은 지역 개념도는 오히려 비싼 책 페이지만 차지 하고 있다. 적어도 독자들 중에는 자전거 여행을 꿈꾸고 어느 길로 어떻게 가면 좋을지에 대한 정보를 기대하고 책을 구입한 이가 있을터이다. 책 제목으로 독자를 우롱한 파렴치한 행위다.
더구나 편한대로 차에 자전거를 실고 다니며 맘 내키는 곳만 자전거로 이동하는 게 무슨 자전거 여행인가. 책 제목이 '김훈의 산문모음집'나 '한국 일부 지역 답사기' 정도였다면 오히려 본문이 보다 훌륭해 볼일 것 같다. 그의 정지된 시선은 자전거를 달려 쓴 글이 아니다.
한편, 그의 문장력이 좋다고 세간에 소문이 파다하다.
내게는 그 만큼 겉멋에 넘친 공허한 미사여구로 치환되는 소문이었다.
작가가 이름이 좀 알려지면 별별 책이 다 나올 수 있다는 씁씁한 출판 현실까지 돌아보는 것은 좀 오바일까?
그나마 '칼의 노래'는 몇 장 보다가 집어던져 버렸는데
그래도 이 책은 선물 받은 거라고 절반 이상은 매우 열심히 읽었다.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폼나는 문장을 놓치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읽었다.
그렇게 열심히 읽다보니, 등대나 숲에 관한 '예찬', '감상'에서는 꽤 마음이 동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책장을 펼 때부터 덮을 때까지 내내 든 생각은
'참 지루하다', '참 재미없군'이었다.
다만 내게 흥미 없는 지역 정보라서 그런것일까?
말과 글, 공허한 감상의 홍수로 힘겨웠다.
하지만 좀 더 나이가 먹고, 세월의 이끼가 좀 쌓인 뒤에 다시 한 번 읽어보자고 다짐해본다.
단순히 책 제목 때문에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것일지도 모르지 않나...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