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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어먹기 좋은 빵 ㅣ 세계사 시인선 95
노혜경 지음 / 세계사 / 1999년 8월
평점 :
품절
누군가 내게 말했다.
"노혜경을 시인으로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그 사람의 발언은 노혜경의 시 만큼 엉뚱하고 유치한 것이다.
노혜경이란 이름.
잘알지도 못하면서 그 이름에 무게를 두고 그의 저서 중에 하나를 고른 것이 바로 이 시집이다.
포스트모던 이후의 글쓰기?
아무튼.......그의 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부르는 그런 시와는 달랐다.
그래서 어려운건지....유치한건지.....
수준이 높은 것인지...그저 말장난인지.....
좋은 건지, 나쁜건지도 구분이 잘 안간다.
암튼, 처음엔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다가고
어느 순간엔 '아....'하고 가슴이 울리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그러다 이내 그의 '말장난'에 짜증이 나기도 하고,
익숙해져있던 '정형미'에 대한 향수가 나기도 하고.
대중가요나 로맨스영화 같은 시를 찾는 이라면 그의 글잔치들은 무슨 데쓰메탈이나 컬트무비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집은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흥미로워진다.
그의 말장난에 익숙해져 갈 때쯤, 오히려 그 말장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뒤의 시아닌 시, 레이스마을의 이야기나, 희곡 '성모의 기사'는 기묘한 조화로 이 시집을 완성하고 있다. 이제 나는 시집 뒤에 꽤 장문으로 실려 있는 해설집을 더 어렵게 읽고 있다. 노혜경의 난해한 말잔치를 이해하고자 파고든 해설글이 더욱 난해하다.
나중에 내 지식의 계곡이 더 깊어지고 물이 차면 다시한번 읽어보리라 다짐하게 된다. 실망이나 질책은 그때해도 늦지 않으리라. 좀 더 뜯어먹기 쉬워질 그 때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