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미술관 - 발칙함을 넘어 금기를 깬 천재 예술가들의 문제작
조이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한 마디로 말하면 거장(?)을 둘러싼 미술야사?

예술가를 둘러싼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함께 사회`정치`문화 역사와 배경을 두루 살펴본 저자의 박식함 덕분에 글이 술술 읽힌다. (다만, 번역문도 아닌데 '번역체가 두드러진' 난삽한 문장과 단어 선택이 자꾸만 눈에 거슬려 괴롭고 안타까웠다.)

이 책은 목차만 보아도 알 수 있겠지만, 카라바조, 프리드리히, 마네, 뭉크, 뒤샹, 보이스 등 여섯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새롭게' 조명한다. 적어도 나에겐 그저 무심코 지나치던 카라바조의 어두운 그림과 예술계의 기형아라고 단정짓고 있었던 요셉 보이스를 다시 보는 기회가 되었다. 짜증섞인 웃음으로 같지않아 했던 뒤샹의 변기 작품 조차 말이다. 뒤샹과 함께 꽤 비중을 다루어 조명한 워홀도 인상적이었다. 내가 팝 아트에 관심이 없어 간과하고 있었던 많은 의미를 되새겨주었다. 뭐니 뭐니 해도 삶 자체를 '행동하는 예술'로 승화시킨(적어도 이 책의 관점에 따르면) 요셉 보이스의 인생은 큰 감동과 인상을 남겼다(그를 완전히 허접 광대로 비아냥거린 글도 읽었기 때문에 더욱 인상적이었다). 

각자의 시대에 스캔들을 달고 다니던 천덕꾸러기 여섯 예술가가 '거장'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거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하는 테제와도 맞닿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혀 다른 성격의 글이지만 현대미술을 실랄하게 풍자한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나 <현대미술의 상실> 같은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2009년 11월 

 
아르놀트 하우저는 카라바조를 최초의 근대적 화가라 부른다. 그는 다음과 같이 쓴다. "카라바조의 이러한 실패가 사회학적으로 더 주목할 만한 점은, 그가 적어도 중세 이후로 자신의 예술적 특성으로 인해 실패했고, 훗날 예술가로서의 명성을 안겨 준 바로 그 특성 때문에 동시대인들에게 반감을 샀던 최초의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 본문 59쪽 

시대와 불화하는 천재. 사람들이 좋아하지도 않는 그림을 고집스럽게 그려야 하는 천재. 실망스런 현실에서 떨어져 나와 자신의 예술 세계에서 자유롭게 창작하는 고독한 천재. 이것이 바로 낭만주의자들이 생각한 천재다. 프리드리히의 생애를 살펴보면 그런 불행한 천재의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그려 볼 수 있다. - 본문 95쪽 

'사실의 기록으로서의 역사화'의 포기는 사진 발명 후 일어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진보다 나을 수 없고 또 사진이 있는데 굳이 그림에서 이를 반복할 이유가 없었던 거다. 그렇다면 그림이 '객관적인 사실을 기록하고 전달해 주는 사진'이라는 매체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바로 작가 개인이 사건을 주관적으로 해석하여 표현하는 거다. 내가 그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표현하는 것. 마네의 그림은 그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 본문 144쪽 

당시 살롱전에서 뭉크를 옹호한 화가이자 작가인 크리스티안 크로그는 '에드바르 뭉크야말로 제3세대 화가'라고 그를 옹호했다. 하지만 그 제3세대 화가는 너무 일찍 태어난 조산아다. 그 조산아는 '진실을, 분명히 진실을,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진실을 그림에서 보여주려'는 시도를 하지만 사람들은 이와 맞닥뜰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이 조산아가 살아남기 위해선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거다. - 본문 178쪽 

이제 예술가는 손 하나 대지 않고 단지 이미 나와 있는 물건들을 '선택'함으로써 일상의 사물까지도 예술로 변환시킬 수 있게 된 거다. 말씀만으로 세상을 창조한 신의 위치로 올라가고자 한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가 드디어 뒤샹에 와서 실현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그것을 예술이라 이름하니 예술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었을까? - 본문 222쪽 

우리는 뭐가 뭔지 해독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복잡한 그(요셉 보이스)의 칠판 낙서나 설치 작품보다는 하나의 근사하고 역동적인 작품이 되어 버린 그의 생애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낫다. 내 자신의 삶을 타인과 우주의 삼라만상과의 조화를 도모하면서 자신의 자유를 향해 창조력을 발휘하는 살아 있는 예술작품으로 만들려는 '존재미학'. 그것이 진정 그를 기억하고 계승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 본문 306쪽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