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 독립한다 - 지금 독립을 꿈꾸는 여자들에게
윤하 외 지음 / 미디어일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머리털 나고 책 한 권 다 읽기는 처음이다"
작년 여름 이 책을 덮으면서 친정 엄마가 하신 말씀이다. 그만큼 갹팍하고 고단한 삶을 살았단 반증이기도 하지만, 그런 분에게도 끝까지 읽힐만한 글이란 뜻이기도 하다. 이 책 이후로 친정 어머니는 끝까지 다 보시는 책이 점점 늘어갔다. 그만큼 예전보다 먹고 살기 편해졌단 뜻이기도 하지만, 책 읽기가 TV 드라마만큼 어렵지 않고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신게다.
그녀들의 이야기가 남 이야기 같지 않다. 그런 생각한 사람이 어디 나 뿐이랴. 먼저 이 책을 독파한 친정엄마부터 한 세대를 넘어 나까지 여자들이 '독립하는' 이야기는 짠하고 울컥하고 기특하고 멋지다. 여자들의 독립을 권하지 않는, 아니 원천봉쇄하려는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시대가 달라졌다한다. 그 반증인양 주변에 다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예전보다 많이 보게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여성들은 여전히 '부모'에게서 '남편'으로 주소지를 옮기며 살아갈 뿐이다.
<나, 독립한다>는 그런 세태 속에서 여러가지 이유와 우여곡절 끝에 독립한 여성들의 '탈출기'다. 동시에 진정한 '홀로서기'의 의미를 온 몸으로 부딪힌 사람들의 '생존기'다. 그런 의미에서 각기 다른 환경과 세대를 살아 온 여덟 명이 들려주는 여덟 가지 이야기는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그러나 이 책이 단순히 '부모'나 '남편'을 박차고 나온 '탈출기'와 '생존기'라면 술자리에서 늘어 놓을만한 "왕년에 내가 말이야~~" 모험담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진정한 독립이란 홀로서기를 통해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 짧지만 지난 삶을 돌아보며 과연 나는 홀로서기에 성공했는지, 그럼으로써 함께 사는 법을 터득했는지 물어본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삶이란 그렇게 살아서 살아지는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2009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