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언어 The Body Speaks
윤진섭 지음 / 터치아트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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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가 진짜보다 더 실제같은 '시뮬라시옹'의 시대.
이 책도 시뮬라크르(simulacre)다.
즉,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때로는 존재하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인식되는 예술품과 예술가, 글과 책. 

 그래서인지 이 글, 너무 현학적이다.
미학에 관심있다면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온갖 큰 이름들과 큰 이론들, 철학은 물론 소설 귀퉁이에서까지 인용한 근사한 문구들, 한껏 멋을 낸 기막힌 표현과 문장들, 감탄들! 

 그렇게 멋들어지게 썼는데 막상 읽고 나면 공허하게 남는 게 없다.
글 속에 소개된 이미지만 축적되었을 뿐이다.
독자의 내공이 부족한거라면 할 말이 없다만....
그렇다면 이 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책인가 물을 수밖에. 

 신문에 연재하던 칼럼을 책으로 엮었기 때문일까.
한 권의 책이 가지는 완성도보다 감각적인 칼럼 짜집기, 그 이상은 아니다.
신문의 제한된 지면에 맞게 다듬고 다듬었을(그래서 닳고 닳은) 글을 책으로 읽어나가기엔 '여백'이 너무 크다.
서문과 목차에서 심어준 갈증을 풀어주지 못해 끝까지 목마르다. 
정말 아쉽다. 

 
'몸'이라는 주제로 엮은 18명의 한국 작가를 주요작품과 함께 만난다는 것, 그것만이 이 책의 의의다.
 

 



참, 편집부에 딴지 하나....
한국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글일텐데 작품 이름을 모두 영어로 실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한국예술가들이니 영어 제목 이전에 한글 제목부터 지었을 법 한데...(외국 작품을 소개할 때도 원문과 함께 한글로 번역해주는 게 한글 독자들에 대한 배려다) 한글을 영어로 번역해 올리고, 독자는 그걸 다시 한글로 상상해야 하는 불필요한 수고라니...설마 편집부마저 이 현학적인 글에 호도된 것일까. 아... 이 현학적인 글을 읽을 정도의 독자라면 영어 작품 제목 정도는 문제 없기 때문에? 에이, 예술하는 사람, 예술 읽는 사람이 따로 있나? 허허허.....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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