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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의 7가지 상상력 프로젝트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3월
평점 :
진중권의 미학 서적들은 그렇다. (적어도 내가 읽은 네 가지의 책은) 친근하게 말을 걸듯 농을 섞어 풀어나가는 가벼운 문체와 '그래도 나 미학 전문가 맞아요'라고 의식하듯 내 뱉는 전문 용어들. 잊을만하면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는 진보적 철학 담론들.
그의 글은 지나치게 심각하지도, 지나치게 가볍지도 않아서 좋다. 진지하게 성찰하고, 화끈하게 성토하고, 신랄하게 까발리되, 결코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그의 태도. 나는 그것을 닮고 싶다.
상상의 혁명은 논리적, 추론적, 선형적 사유를 배제하지 않는다. 외려 그것을 전제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을 뿐이다. 그것은 합리성에 대한 무차별한 공격이 아니다. 합리성이 창의성을 억누르는 지점에서 행하는 즐거운 반역이다.
본문 362페이지
이 책은 그러한 상상의 혁명으로 가득차다. 물론 책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이미 진부하고 오래된 것들이 많다. 그러나 그 오래된 상상을 통해서 무한한 미래를 상상해본다. 음... 정말 골때리는 군.
미래의 생산력은 아직 없는 것을 상상하여 기술로 실현하는 이른바 '기술적 상상력'에서 나올 것이다. 기술은 배울 수 있으나 상상력은 배울 수 없는 것. 배울 수 없는 것은 다만 되찾을 수 있을 뿐이다. 창조적 인간이 되고 싶은가? 그럼 성숙의 지혜를 가지고 어린 시절이 천진함으로 돌아가라. 본문 373페이지
작은 것에 감동하고 놀라고 즐거워하던 어린 시절. 확실히 지금은 많이 무뎌지고, 약아지고, 냉소적이 되었다.
예술이든, 인생이든... 더이상 새로운 것이 있을까... 라는 비관적인 냉소주의.
그것은 사실 내 창의력과 상상력에 대한 의심이 아닌가.
그래, 나의 상상력을 한 번 믿어보며... 어디 한 번 신나게 놀아보자.
2006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