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예술 기행 - 뉴욕보다 강렬하고 파리보다 매혹적인 매혹의 예술여행 4
이수영 지음 / 시공사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언젠가 스위스에 살면서 스위스 미술관들에 관한 책을 써야지....했다.

그래서 지난 겨울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반가움과 실망이 반반이었다.

(젠장, 선수를 놓쳤다 ㅋ)

 

남한의 반 정도, 인구는 800만(고작 부산 경남 인구 정도?)이 안되는 이 조그만 나라에

크고 작은 미술관(박물관도)이 엄청 많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 크고 작은 미술관의 소장품이나 기획 전시 내용이 정말 알차다는 것이다.

(눈이 휘동그레지다 못해 괜히 트집 잡고 싶을 만큼, 배가 아플 만큼 많고 좋다) 

 

스위스가 중립국이 된 것은 

열강(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에 휩싸인 가난한 소국에서 '생존 전략'이었다. 

한국에서 이완용 등이 '현실'과 '대세'를 핑계삼아 나라를 팔아 먹을 때도,

스위스의 지도부는 나치제국이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들 때 조차 '현실 실용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을 꾸짖으며

'중립은 곧 독립국가로서의 존속을 의미한다'며 꿋꿋하게 버텼다.

 

힘 좀 쓴다는 조폭들이 내 집을 빙 둘러싸고 서로 지나가겠다고, 서로 자기 편 안들면 죽인다고 협박인데...

어디 왠만한 강심장이나 굳은 의지 없이 밤에 두 발 뻗고 잠이나 잘 수 있겠는가. 

밥도 목구멍으로 안 넘어 갈 것 같다.

 

실제로도 스위스는 그렇게 두 발 뻗고 잘 수 없었으며, 심지어 목구멍으로 넘어갈 '밥'도 없을 만큼 가난했다.

오늘날 1인당 GDP가 5만불에 육박하고 있는 부자나라 '스위스'는 결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고 있으므로 각설하고..^^::)

 

암튼, 그런 맥락에서 스위스의 예술환경을 해석해야 한다.

열강의 아귀다툼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스위스가 수많은 지성인과 예술가들의 '게토'가 되었던 것도 그런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자가 서문에 밝히듯이 외국인으로서

"미술관을 관람하는 것이 스위스가 가진 부를 조금이라도 누릴 수 있는 방법이다"

"스위스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적은 돈으로 값진 보물을 마음속에 담아 가는 것이다."

 

물론, 미술이나 건축 등 예술분야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보람과 감동이 더욱 크리라.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정말 '보물지도' 같다.

 

스위스에서 직접 살면서, 또 미술공부를 하면서, 현재도 그쪽으로 생업을 사는 사람으로써 쓴 책이라

그냥 지나칠 데가 없을만큼 책의 내용은 알차다.

배운 것도 많고, 새로운 발견을 많이 해서 무척 보람 있었다.

 

간략한 여행정보와 조언도 확실한 목적 의식을 갖고 여행을 해 본 사람의 노하우가 묻어난다.

가끔 작가의 지나친 '낭만주의적 감성'에 닭살이 돋기기도 했지만, 솔직히 글솜씨가 좋다고 칭찬해야 겠다.

 

방문하고 싶은 미술관이나 흥미로운 여행 정보를 체크하면서 책을 보다보니 다음과 같은 사태가 일어났다.

^^;;;;



 

그만큼 나에게는 커다란 '숙제'를 안겨 준 책이다.

 

다행히 내가 이용하는 은행 직불카드로 대부분의 미술관을 무료 입장할 수 있어서

(국립 미술관은 요일별 시간별로 무료 관람시간대가 따로 있다)

조만간 발품과 기차삯을 팔아 하나하나 둘러 볼 작정이다.

 

이미 둘러 본 곳도 많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꼭 다시 한 번 가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새로운 감성과 지식으로 무장한 나, 갈 길이 멀다.

 

끝으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얻는 것은 단순히 스위스의 값진 미술관 리스트나 예쁜 사진만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은 빛난다.

 

"그렇다. 내가 잠잠하지 않고 내 속의 풍랑과 파도가 거세다면 어느 것도 담아낼 수 없다.

그 어떤 비전도 내 속에 비치지 않으며 그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사람과의 관계도 예술과의 관계도 먼저 내가 잠잠해야 넉넉히 품을 수 있는 것이다.

그 소중한 진리를 깨달은 이 여행을 통해 이제 한층 성숙해진 나를 되돌아본다."

(맺는 글, 317쪽)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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