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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
최병수.김진송 지음 / 현실문화 / 2006년 4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면서 혀를 끌끌차면서 '허허' 웃다가, 울분이 울컥울컥 치솟으며 눈물이 고이다가도 이내 다시 웃음이 나고 흐믓했다.
재미있게 참 잘 써나갔다. (군데 군데 오타가 있는 게 좀 거슬렸지만)
인생을 바꿀만한 책이 있다면, 아마 이 책을 그 목록 제일 위에 넣어도 좋을 것 같다.
여러모로 귀감이 되는 글이었다.
먼 훗날 누군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사람이나 사건이 있냐고 묻는다면,
'최병수'와 '이 책을 읽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 그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아니, 그렇게 말할 수 있도록 살고 싶다.
2008년 4월
최병수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은 다르다.
그에게는 쉽게 말할 수 없는, 아니 도무지 어떻게도 풀 수 없을 것 같은 곤혹스러운 문제들이 여럿 담겨 있다.
아마 그 자신도 그렇게 된 이유를 잘 알지 못할 것이다.
그의 삶은 그리고 그의 작품과 그가 해왔던 많은 일들은 '사회적인 문제들'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그가 늘 이 사회와 정면으로 맞닥뜨려 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항상 그의 방식대로였다는 것
그리고 그가 이 사회와 마주하는 과정조차 사회적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으면 그에 대한 이야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한 개인의 출신과 배경 그리고 품성이 최병수처럼 그대로 사회적 관계 속에 복잡하게 엮여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아마 그에 대한 당혹스러움은 거기서 시작될 것이다.
그가 철저하게 그런 삶을 자청하고 나섰으며 도무지 거기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그가 갇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였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최병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그걸 누구나 알고 있을 거였다.
최병수는 화가다.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한다.
거기에 아무도 이의를 달 수 없다.
하지만 그는 화가의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있다.
그의 어떤 조건도 예술가로서 상투적인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가 미대를 나오지 않았다는 것, 게다가 국졸출신이라는 것, 마지막 직업이 목수였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의 작업의 내용과 방법에서도 그는 상투적인 화가의 조건에서 벗어나 있다.
격정의 시간이 저만큼 흐르고 모두가 또 다른 좌절과 침묵의 시간을 보낼 때도
여전히 그의 핏줄은 곤두서 있었으며
모두들 과거의 후광 속에서 현재를 만끽하고 있을 때도 그는 여전히 목말라 했다.
다른 편에서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끈을 풀어버리려 안달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는 여전히 어리석게도 자신을 더 단단한 끈으로 동여매고 있었다.
본문 12-14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