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여행, 길 위에서 꿈을 찾다
이시가와 나오키 지음, 양억관 옮김 / 터치아트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머리 좀 식힐까 하고 집어 들었다.

젠장, 머리가 더 뜨거워졌다. ㅠ.ㅠ

 

일단은 사진이 반인데다 심도 있는 기행문도 아니고 가볍게 읽기 좋을 것 같았다.

사진도 좋고 가볍게 읽기 좋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모험은 자신의 피부 1밀리미터 앞에 죽음을 끌어들여 그것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인간적인 행위이다. 사자나 오징어는 모험을 좋아 하지 않는다. 그들 동물은 생식을 위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먹이를 구하기 위해 활동할 따름이다. 그것은 죽음을 저편으로 끊임없이 밀쳐내어 엔트로피를 한없이 제로 상태로 유지하려는 생명의 자연스러운 짓거리라 할 것이다. 우리의 일상이 바로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나는 스스로 모험가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어쩌면 앞으로도 그런 타이틀을 갖기는 힘들지 싶다.

균형감각도 모자란데다 속도와 높이에 공포를 느끼는 나는 자전거도 맘 놓고 못 타는데다가 스키나 기구나 익스트림 스포츠는 '노 땡큐'다. 그러니 남극과 북극을 스키로 이동하고 아메리카 대륙을 페달로 내달리거나, 기구를 타고 태평양 한 가운데로 곤두박질 치는 저자를 흉내 낼 생각은 꿈에도 없다.

 

다만 그 열정과 용기만은 정말 본 받고 싶다.

 

책을 다 본(이 책은 '읽었다'기 보다 '봤다'고 말이 더 적합할 것 같다) 후에 딱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그대로 하고 있는 옮긴이의 말을 조금 더 옮겨보자.

 

우리는 많은 것을 잊고 있다. 가물가물 기억의 영역을 벗어나려 하는 원체험의 시간을 지금 여기로 끌어내는 삶, 그것이 바로 모험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글이다. 때로 그런 여행이나 모험 없이도 의식을 원체험의 상태로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후에 알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역자도 그런 사람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옮기면서 체험에 대한 심한 목마름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이 글을 읽게 될 독자 또한 나처럼 심한 목마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름답고 힘차면서, 먼 기억을 불러내고, 우리에게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부드러우면서 겸손하지만, 어느 날엔가 독자들을 길 위로 몰아낼 그런 글이다. 

- ‘옮긴이의 말’ 에서


 

 

 

이 책은 나보다 한 살 많은 저자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작한 단독 인도 여행을 기점으로 북극에서 남극 종단기, 일곱 대륙의 최고봉 점령기, 카누로 강과 바다를 건너는 이야기, 열기구 태평양 횡단 도전기, 그리고 기타 잡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행 정보를 얻는 책이 아니라, 여행을 위한 에너지를 얻는 책이라고 할까.

 

설렁 설렁 읽다보면 내가 어설프게나마 경험했던 지난 날의 여정과 앞으로의 여정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막연하지만 확실히 계획하고 있는 우리 부부의 세계 여행에 대한 테마와 의미를 다시 고민해본다.

 

지금 무엇을 체험할 것인가, 어디로 갈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마음을 뿌리 째 뒤흔드는 뭔가로 향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지금 여기에 있는 현실에 머물면서도 위대한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여기가 아닌 다른 장소에 몸을 던짐으로써 비로소 여행을 실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 본문 213쪽


 

그래, 지금 앉아서 고민하고 계획한다고 위대한 여행이 실현되지는 않을 터. '지금 여기에 있는 현실에 머물면서도, 그리고 여기가 아닌 다른 장소에 몸을 던짐으로써도' 나의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고, 또 이어질 것이다.

'마음을 뿌리 째 뒤흔드는 뭔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만 확실하다면....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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