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95
장 피에르 모리 지음 / 시공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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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구는 돈다'

 

갈릴레오의 지동설과 종교재판은 세간에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목숨을 부지하고 후일을 내다본 갈릴레오의 '융통성' 또는 '지조없음', 또는 '현명함'은

'악법도 법이다'는 소크라테스의 '고지식', '신조', 또는 '어리석음'과 대조된다.

(어떻게 해석할지는 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실상 그 유명한 '스캔들'의 철학적, 사회적, 역사적, 정치적, 그리고 과학적 배경에 대해서

우리가, 아니 내가 아는 바는 매우 피상적이었다.

 

사실 400년 전 갈릴레이의 시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언제나 피상적일 수 밖에 없다.

 

가령, 기독교(종교)가 절대사명이던 시대에 종교재판에 회부된다는 것의 의미.

그것은 명예나 지위의 실추, 재산 압수는 물론, 고문과 화형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갈릴레오가 지동설에 확신을 가질무렵 불과 9년 전,

지동설 가설을 내세웠다가 화형을 당한 조르다노 부르노라는 철학자가 있었다)

 

400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명왕성을 이제는 행성이 아니라고 선포할 수 있는 현대에

우주의 중심은 지구이며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졌던 사람들의 심리와 충격은 말그대로 '상상'만 할 수 있을 따름이다.

 

사실 지구가 중심인 이유도 다 성서에 그렇게 나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지구가 하나님의 창조물인데 그것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의심자체가 대단히 불경한 사상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나날이 발전해가는 과학기술과 특히 수학과 천문학의 업적이

어떻게 기존의 신학사상과 성직자와 교황의 권위와 기득권을 위협했는지....

그것이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떠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될지...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으로 길바닥의 동전도 찍어내는 현대를 사는 우리가

겨우 10배, 20배 확대해주는 갈릴레오의 만원경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실로 피상적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이 가볍고, 읽기 쉬운, 그리고 재미있는, 그림이 반을 넘는 책은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가 다 그렇듯)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보여진 그 빙산의 일각 아래 어떤 거대한 실체가 존재하는지, 

그것을 볼 수 있거나, 또는 보려고 하거나... 그것은 개인의 몫이다.

 

한 때 과학잡지<뉴톤>을 구독하며 우주와 별에 빠졌었던 열정을 추억하며,

400년 전 갈릴레오의 세상을 상상해본다.

열정적인 한 천문학자의 고난과 영광을 그려본다.

 

이 책은 불경한 천문학자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시대를 앞서갔던 선각자의 이야기이며, 현실에 발을 딛고 상상하고 꿈을 꿔야하는 모든 이의 이야기다.

 기득권의 보수성과 권위에 맞서고, 또 타협하는 이야기이며,

과학과 신의 존재를 대립으로 보지 않았던 신념의 이야기이며,

 미지에 세계릉 향한 탐구정신, 모험과 열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빙산의 일각'을 보고 빙산의 실체를 되새기고 고민해야 하는... 그런 책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얇고 짧은 이야기 책 한 권에 이토록 많은 말잔치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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