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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10년 전에 읽었던 소설을 다시 만나다.
'세월'이라 해도 부끄럽지 않을 10년의 시간이 흘렀고, 나도 차곡차곡 나이를 먹었다.
때문에 10년 전과는 사뭇 다른 감상과 감동이 밀려드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럽다.
공지영의 소설은 내가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가 많아서 좋다.
7-80년 대에 '선배 세대'가 이룩한 민주화 운동, 노동 운동에 대한 부채의식,
여전히 차별과 편견으로 점철된 여성의 삶,
역사의식과 양심이 실종된 기득권층과 무지하고 억압된 소외집단의 갈등
지행합일의 괴리감에서 오는 지식인의 자괴감과 절망
생명과 그 생명을 살리는 '자아'의 중요성....
그리고 ....
이번 작품 속의 주인공인 '착한 여자', '똑똑한 여자', '능력있는 여자' 속에서
나는 진저리치도록 나의 어머니와 누이, 동료, 그리고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때문에 나는 계속 그녀의 글을 읽고, 찾게 되고, 또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10년이란 시간이 가져온 삶의 무게는 질풍노도의 표류하던 배에 굳건히 닻을 내린듯하다.
나는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치기어린 열정과 대책없는 낭만주의적 감상, 쾡한 허무주의나 비장함을 넘어서,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타인'과 함께 가면서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할 인생의 의미를 말이다.
2007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