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깊은 집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5
김원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50년대 초등학교를 졸업한 모든 전후 세대의 자서전이다....고 어느 문학평론가는 말했다.

나는 어느덧 30년 후의 80년대 나의 유년/학창 시절을 추억하고 있었다.

기왓집은 시멘트 양옥으로 바뀌고, 땔깜 대신 연탄을 땠다는 것을 빼면....

우리의 80년대 정서는 50년대로부터 그다지 진보하지 않은 듯 했다.

 

좁은 마당을 둘러싸고 다닥다닥 붙어 살던 다세대 주택,

부엌문을 걸어잠그고 갈색 고무통에 물 받아 놓고 하던 목욕,

아침마다 열 서너 가구가 두 세 개의 공동 화장실 때문에 벌이는 전쟁,

쥐와 구더기가 버글거리던 푸세식 화장실,

하루에 두 번 갈아줘야 했던 연탄불,

그 연탈불에 태워먹던 솥,

그 연탄불에 일산화탄소 중독이 되던 밤,

다섯식구가 겨우 다리를 뻗던 단칸방,

비가오면 이마로 빗물이 떨어지던 곰팡이 낀 다락방,

하루종일 뼈빠지게 일해도 늘 돈 걱정을 하던 어른들,

땟물 콧물 흐르던 꼬질꼬질한 동네아이들,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고함소리, 매질소리, 울음소리,

나는 분명 주워 온 자식이 분명하다고 소리죽여 울던 밤들,

추운 겨울 날, 기름 곤로를 들여놓고 다 같이 죽자고 울부짖던 밤....

 

그렇게 80년대가 갔다.

나의 유년시절은 갔다.

 

세월은 필시 가속도가 붙었다. 

50년대를 살아보지도 못한 내가 50년대를 추억할 수 있는 반면,

밀레니엄 세대는 80년대를 상상하지도 못할 것이다.

 

<마당 깊은 집>은 전후 50년대 실향민들의 억척스럽고 모진 삶을

대구의 한 동네를 배경으로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미군과 미국문화의 유입, 피난민들, 간첩이나 빨갱이 소동, 상의용사들, 품팔이와 신문팔이, 끔찍한 교육열....

그리고 가난! 가난! 가난!

어머니 세대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일까.... 시대의 아픔에 그렇게 고스란히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그렇게 '깊은 마당'의 추억, 또는 기억이 있으리라.

그리고 누구나 무엇이든 그곳에 두고 온 것이 있으리라.

그래서 우리는 그 마당을 좀처럼 잊을 수 없는 것이리라.

이제는 주차장이 되어버린 그 마당을 말이다.

 

2007년 10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