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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설탕 그리고 혁명
유재현 지음 / 강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대략 1-2년의 기한을 두고, 남미 장기 여행을 준비하는 중이다.
같은 목적으로 관련 책을 구매한 친구의 협찬(?)으로 이미 여행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쿠바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보아야 할 책이다.
살아있는 쿠바의 현지정보가 꿈틀꿈틀한 것도 매력이지만,
우리가 쿠바에 가서 무엇을 보고 배워야 할지,
무엇을 생각하고 좀 더 고민해보아야 할지 이 한 권에 다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터.
처음엔 저자가 소설가 맞아?-할 정도로 문장이 거칠고 난삽했다.
그런데 소설가 맞더라.
작가적 호기심과 해석이 돋보이는 일화가 넘쳐나고,
독특하고 참신한 비유와 문구들도 돋보인다.
10일간의 여행이라니.... 10년을 산 사람처럼 글을 썼다.
물론, 10개월전에 이은 두번째 방문이라서 그렇겠지만,
무엇보다 그만큼 작가가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다.
결코 날치기해서 얻을 수 없는 세계 역사, 정치, 문화 등에 관한 풍부한 배경지식도 믿음직하다.
쿠바를 바라보는 그의 애정과 관심은 결코 잠시 머물다 떠날 '쿠바'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천국도 지옥도 아닌, 몰락을 면하고 여전히 지구상에 존재하는 현실사회주의국가일 뿐인 쿠바.
지구 반대편의 이 이상한 나라를 부에나 비스트 소셜 클럽 이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우리에게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쿠바의 시선으로 쿠바를 보면 그 너머에
우리 안의 일상화된 잔혹함과 비인간성의 음습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꼴을 볼 수 있다.
그 그림자가 주는 영감으로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좀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렇게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회주의적 영감이 사라진 자본주의만큼 참혹한 체제는 없는 법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
그렇다.
우리가 여행을 하고 다른 문화를 배우는 것은
그 다른 문화를 일방적으로 찬양하거나 비하하는 그 이상이어야 한다.
우리는 어느 곳을 여행하든, 어느 곳에 반하고 빠지게 되든, 그 관심과 애정은
결국 나의 일상이 뿌리 내린 그 곳으로 끊임없이 돌아오게 마련이다.
못나든 잘났든 그 '거울' 속에 있는 건 바로 '내'가 맞다. '우리'가 맞다.
작가는 낭만주의적 시각을 피하면서도 굉장히 포용적이고 열린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이 단순히 사회주의나, 쿠바나, 체 게바라를 찬양하는 글이 아니라서 고맙다.
때문에 우리는 이 글을 통해 진정 배울 게 많다.
고처 말해야 겠다.
이 책은 쿠바를 알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한국을, 더 나아가 세상을 알고 싶은 사람이 꼭 보아야 할 책이라고.
그리고 그 안의 인간과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방인의 미덕이란 그 한계를 인정하고 스스로의 발걸음을 한 발 뒤로 물리는 데 있다.
그저 볼 뿐이다.
끌려들어가서도 참견해서도 돌 하나를 옮겨서도 안 되는 존재가 이방인이다.
그래서 멈추지 않고 걸어야 한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