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다 - 무더운 여름을 이겨낼 시원한 빙수 55가지
김보선 지음 / 스타일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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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어릴 때는 빙수를 좋아하지 않았다.

공장에서 만든 팥을 싫어할 뿐더러

불량식품 같은 색색의 토핑들이 입맛에 맞지 않아

그저 달기만 한 얼음덩어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얌체처럼 찹쌀떡만 쏙쏙 골라먹었다.

내가 나이가 들면서 빙수도 성장했나보다.

과일빙수가 신제품이던 시대는 이제 옛날이 되었다.

밀크티 빙수, 녹차 빙수, 치즈 빙수 등등등

얼음 위에 올릴 수 있는 건 다 동원되어서 색다른 빙수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 중에 나는 우유를 갈아서 만든 얼음베이스에 달지 않은 수제팥과

큼직한 찹쌀떡을 듬성듬성 썰어 아무렇지도 않게 올려 투박한 유기그릇에 올린 빙수가 좋다.

 


<내가 맛있게 먹었던 빙수 사진>

 

하지만 빙수시장이 커지면서 가격이 많이 올랐다.

보통 구천원에서 만원을 훨씬 넘는 가격이다.

빙수를 팔아본 적이 없어서 이게 제대로 된 가격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자주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그래서 집에서 만들어 먹고 싶어졌다.

 집에서 만들면 내가 원하는 만큼, 원하는 대로 넣을 수 있고 깨끗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맛이 사먹는 만큼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험부담이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집에서 맛있는 빙수를 먹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을 빙氷 수다에서 찾아봤다.

 

 

표지가 내가 좋아하는 비쥬얼의 빙수다.

뭉개져있지 않고 낱알이 살아있는 팥조림이

씹는 재미가 톡톡해 보인다.

 

 

빙수의 기본 중의 기본, 단팥 삶기와 찹쌀 경단 만들기가

사진과 함께 자세히 나와있다.

 

 

빙수를 맛있게 만드는 기본 원칙, 그 비법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밀크티 빙수를 좋아해서

정말 먹고 싶었다.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준 다음에

 

 

이렇게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알려준다.

덧붙여 맛내기 포인트를 알려주는데

뭔가 비법을 전수 받는 느낌이다.

이런 소소한 팁, 배려가 책을 읽는 재미를 살려주는 동시에

성실한 책을 만들어 주었다.

 

 

책은 빙수의 기본을 제외하고

기본빙수, 과일빙수, 슬러시빙수, 영양빙수, 19금 빙수, 재미빙수

이렇게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한 파트 안에는 열개 정도의 빙수가 있으니

모두 60여가지의 빙수를 우리는 책을 통해 소개받을 수 있다.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서

이제는 빙수계절이 지나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낮은 뜨겁고 빙수를 꼭 여름에만 먹으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계절 독특하고 멋진 빙수를 집에서 먹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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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츠 마이 웨딩
이경재 지음 / 미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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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외국 시트콤을 볼 때 결혼식을 올리게 된 여자가 엄청 두꺼운 스크랩 북을 꺼내며

'내가 꿈꿔 온 결혼은 여기 다 있어.'리고 말한다.

그 스크랩 북은 한 여인네의 결혼에 대한 로망의 역사이다.

그런데 이런 장면을 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틈틈히 보았다.

그래서 외국의 여자들은 다 이렇게 결혼에 집착는 걸까, 나는 굉장히 의아했다.

나는 결혼을 꿈꾸지만 결혼식은 관심이 없다.

사랑하는 토끼님과 같이 사는 걸 상상하면 행복한 미래가 보이지만

결혼식을 꼭 해야되나 싶다.

혼수, 예단 등등 이런 말만 들어도 골이 아파오고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다.

예단비를 주었다가 다시 되돌려 받는 것도 이상하고

시어머니한테 보석 세트를 세개나 받고 더해 명품백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우습다.

나는 장신구를 좋아하지도, 잘 하지도 않고

더군다나 명품백은 뭐가 뭔지 모르고 보관할 줄도 모르기에

굳이 해주시고 싶으면 엄청 큰 오븐 해달라고 했더니

토끼님 어머님께서 웃으셨다 한다.

여기저기 눈치보면서 이리저리 비교 당하는 결혼식도 귀찮을 뿐더러

나는 그저 토끼님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고 내 주방 한켠 생기는 게 기쁠 뿐이다.

스.드.메로 일컬어지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도 꼭 분에 넘치게 해야되는 지도

그게 그렇게 중요한지도 잘 모르겠다.

분에 넘치는 결혼식은

현실에 없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왕자와 행복하게 결혼을 했다고 쓰여는 있지만

그 이후 둘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반쪽짜리 해피엔딩.

식보다는 식 이후에 어떻게 둘이 사는가가 더 중요한게 아닐까?

스튜디오에서 공산품 만들어 내듯이 똑같은 포즈와 의상으로 찍는 사진도 싫고

말도 안되게 비싼 드레스 대여비와 메이크업 비용도 마음에 들지 않으니

나는 결혼식에 정말 부정적인가 보다.

솔직히 토끼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결혼 그 자체마저 흥미가 없었을텐데….

사랑하는 토끼님하고 어찌됐든 같이 살아가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결혼식을 해내야겠지.

아,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정말 결혼식을 싫어하는 듯 보이는데

나는 '우리가 요즘 흔히들 하는 이 결혼식'이 싫다는 말이다.

그동안 뿌린 축의금을 회수해야한다며

나를 정말 축하해줄 사람이 아닌,

음식만 먹고 갈 사람을 부르고 싶지도 않다.

다음 식순에 밀려 허겁지겁 식을 올리고 싶지도 않다.

이것저것 나열하며 정리해보니 내가 나 모르게 생각한 결혼식은 '작은 결혼식'이었나보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결혼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

 

 

도움을 얻고 싶었다.

우리만의 스타일로 꾸미는 웨딩 D.I.Y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토끼님이랑 나는 의외로

개성과 주관이 뚜렷한 편이라서 자기만의 색이 있다.

결혼에 관심 없는 나와는 달리

토끼님은 자기만의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있다.

 

 

누군들 쫓기듯 하는 판에 박힌 결혼식을 올리고 싶을까.

여유로운 결혼식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꽉 짜여져 있는 예식장이 아닌 공간을 찾아야 한다.

책에는 예식 공간을 대여해 주는 곳이 알차게 나와있다.

하지만 주로 수도권 위주라서 많이 아쉬웠다.

 

 

몰랐는데 보통 대여되는 드레스는 서너번 쓰이고 수명이 다한다고 한다.

엄청나게 많은 웨딩드레스가 소비될텐데 환경문제가 되기도 하겠지.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라는 곳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소재로 웨딩드레스를 만든다고 한다.

청첩장도 한번 읽히고 버려질텐데 너무 많이 인쇄되어서 환경문제를 야기한다고 한다.

솔직히 나는 모바일 청첩장은 성의없다고 여겼는데 이런 문제가 있는 지는 꿈에도 몰랐다.

예전에 아는 언니가 손수 쓴 편지와 청첩장을 같이 보내주었는데 감동이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좀더 환경을 생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보고자 생각 중이다.

책에는 귀한 어른을 초대할 때 손수건청첩장을 추천해주었는데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 꼭 해보고 싶다.

 

 

토끼님은 꼭 웨딩촬영은 셀프로 해야 한다고 우긴다.

솔직히 나는 드레스, 메이크업, 헤어를 내가 준비해야 된다는 게 막막하고 귀찮다.

그러면서도 스튜디오 촬영은 싫다니 참으로 어리석다.

웨딩촬영은 주로 신부가 주도 하지 않나?

책에 나오는 부부들의 사진이 꽤 예쁘게 나와서 갑자기 혹해서

지금 마음이면 그냥 토끼님 하라는대로 따라갈 생각인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이런 꼼꼼한 식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있는 결혼식을 하면 좋겠다.

식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챙겨야 할 일이 많아서 어려우려나?

토끼님이랑 우리 결혼에 대해서 이것저것 뜬구름 잡듯이 자주 대화하지만서도

우리가 어떤 결혼을 할 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책에는 열다섯쌍이 넘는 커플의 개성넘치는 결혼이 자세히 나와있다.

기회가 된다면 저자인 이경재님에게도 상담을 받으러 가고 싶다.

그럼 아무 것도 모르는 나조차도 저렇게 아름다운 웨딩마치를 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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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분 샤샤정의 알파벳 필라테스 - 연예인 몸매 만드는 시크릿 운동법
샤샤정 지음 / 비타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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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일년 내내 다이어트에 열광하면서도 정작 여름에는 '내가 왜 지난 봄, 가을, 겨울에 몸매 관리를 소홀히 했을까', 후회를 하곤 한다.

그리고 여름 시작에는 바짝 살을 빼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다가 장마와 무더위에 운동은 서서히 뒷전이 된다.

이런 사이클을 나는 왜 반복하고 있을까.

원래 걷는 운동을 좋아하는데 장마가 시작되면 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그래서 집에서 요가도 해보고 제자리 뛰기도 해봤는데 신통치 않다.

그러던 차에 '샤샤정의 알파벳 필라테스'란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저자 샤샤정님은 태권도 선수로도 활동했으며 여러 유명연예인의 필라테스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책을 처음 보았을 때는 생각보다 두껍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장한장 읽으니 매우 알차게 만들어진 책이다.

이렇게 꽉 짜여지고 성의가 넘치는 책을 받을 때면 기분이 좋다.

필라테스의 정의, 장점, 방법, 효과 등을 자세히 말해주고 있다.

필라테스도 요가처럼 호흡을 중요시 하더라.

이 두가지는 얼핏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요가와 필라테스는 엄연히 다른 운동법이다.

요가는 인도에서 유래한 건강법으로 다양한 스트레칭과 호흡법, 명상을 중심으로 한다.

반면 필라테스는 요가, 웨이트 트레이닝 발레 등의 원리를 종합한 건강법이다.

요가가 주로 매트 운동을 위두로 한다면 필라테스는 리포머, 캐딜락 등과 같은 기구와 매트, 볼, 밴드 등의 소도구를 사용한다.(p29)

 

 

  필라테스소도구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책에서는 주로 짐볼과 밴드가 필요하다.

찾아보니 그리 비싸지 않아서 부담없이 구할 수 있겠다.

책에 나오는 운동법은 여섯 파트로

 '잘록한 허리와 납작한 복부 만들기' H라인,

'탱탱하고 볼륨감 있는 힙라인 만들기' W라인,

'옷태 살리는 볼륨있는 가슴라인 만들기' U라인,

'뒤태가 아름다운 섹시한 보디라인 만들기' S라인,

 '걸그룹 부럽지 않은 쭉 뻗은 다리라인 만들기' I라인,

 '가들고 매끈한 팔과 어깨라인 만들기' T라인으로 나뉘어 있다.

 둘다 가지고 있지 않기에 소도구가 필요없는 동작을 따라해 보았으나

뭔가 어정쩡하고 생각보다 어려웠다.

한파트가 20분이라고 되어있는데 자세에 익숙해져야만 하겠다.

 

 

  파트가 익숙해지고 하루 40분씩 운동할 시간이 나면

 H라인과 S라인, W라인과 I라인, U라인과 T라인을 연결해서 하면 훨씬 빠른 시간 안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 한다.

 일단 나는 자세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에 한 세트를 하루 잡아서 일주일 중 6일을 운동하고

좀 익숙해지면 두가지 라인을 하루에 하면서 운동량을 늘릴 계획이다.

내가 하는 자세가 맞는 건지, 어디가 이상한 건 아닌지 우려가 되지만 일단 열심히 해 볼테다.

 

 

 

이렇게 QR코드가 있어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점이 좋다.

세심하게 신경쓴 티가 역력하다.

이번에는 중단하지 말고 끈기있게 열심히 해보겠다 다짐한다.

필라테스는 다이어트 뿐만 아니라 자세 또는 체형 교정에도 좋다고 하니

다리 길이가 조금 다르거나

척추가 비틀어진 기분이 드는 분들에게도 효과적이겠다.

책에 나오는 말대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몸매는 여자가 나이듦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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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사진을 말하다 토트 아포리즘 Thoth Aphorism
조세현 엮음 / 토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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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사진을 참 잘 찍으신다. 음악, 미술, 문학에도 조예가 깊으신데 같은 예술 분야라서 그런지 사진을 잘 찍으신다. 지금은 카메라를 잘 들지 않으시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반자동 필름 카메라로 삼남매의 성장을 담아주곤 하셨다. 하지만 나는 사진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집에 있는 필름카메라가 디지털카메라로 바뀌어 좀더 찍기가 편리해졌어도 '사진찍기'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다니던 대학교에 꽤 알아주는 사진학과가 있었다. 동기가 사진학과 선배랑 사귀고 나서 부전공으로 사진학과를 이수해야겠다고 할때도 '사진, 잘 찍을 수 있다면  폼은 좀 나겠네.'라고만 생각했다. 동기가 가져온 사진전공 책을 슬쩍 엿보았는데 기계로써의 카메라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빽빽하게 있어 기계치인 나는 혀를 내두르며 책장을 덮었다. 사진은 기계와 영혼이 절묘하게 맞물린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은 악기(사람의 목소리를 포함)가 있어야 하고, 미술은 미술 도구가 있어야하며 문학은 문자와 펜이 필요하다. 모든 예술은 예술을 행하는 사람과 그 결과물에 초점이 맞추어지지만 예술을 만들어내는 도구에 대해서는 간과하기 일쑤다. 음악, 미술, 문학 등의 예술에 비해서는 그 역사가 짧은 사진은 '사진기'가 발명되고 나서야 시작된, 어쩌면 인위적인 예술인지도 모르겠다.

    동기가 내게 사진모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졸업작품을 찍어야하는데 자기가 생각하는 그 분위기에 맞는 이가 나라고 했다. 나는 선뜻 해주겠다고 말했다. 사진 찍히는 걸 몹시 싫어했던내가, 그 어색함과 쑥쓰러움을 어떻게 이기고 승낙을 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그때 그 사진이 어찌 되었는지 알길이 없다. 하지만 그때 처음 본 DSLR의 번쩍임이나 친구의 요구에 갈팡질팡하면서도 애써 포즈와 표정을 지었던 게 무척 재밌었다. 이게 내 첫 모델경험이다. 사회에 나와서 영화동호회에서 활동했는데 그곳은 디지털 카메라 활동도 했었다. 돌이켜보면 막 DSLR의 붐이 일기 시작했던 때였다. 나는 카메라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는데 친구들이 예쁘게 사진찍어주는 건 즐거웠다. 내가 예쁘게 나오는 카메라 각도나 포즈도 알게 되었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지 자연스러운지도 배웠다. 그러다 사진에 찍히는 이가 아닌, 찍어주는 이가 되고 싶어졌다. 사진에 내가 원하는 바를 담고 싶어졌다. 그 욕심에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했는데 왠걸, 정말 내 취향이 아닌 거다. 바로바로 확인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건 그 즉시 휴지통에 버리는 그  편리함이, 내게는 너무나 가볍게 느껴지고 지루해서 몇번 찍다가 구석에 쳐박아 두었다. 덧붙이자면 생각만큼 내 마음대로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아서 삐치기도 했던 거다.

 

 

                                                        필름 카메라 시절 요시가 찍어준 사진

 

  문득 아버지의 필름 카메라가 생각났다. 필름 한통이 다 끝날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그 궁금함, 기다림이 큰 매력이었다. 그래서 필름 카메라를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도 몇년 못 갔다. 나는 생각만큼 사진찍기에 소질도, 그렇다고 엄청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서 깊게 배우고픈 끈기도 없었다. 그렇게 나와 카메라는 멀어져 갔다. 그렇지만 내 지인들은 여전히 사진을 찍는다. 내 소울메이트인 토끼님도 사진 찍는 일을 한다. 그래서 우리가 술자리를 가질 때면 사진에 대해서 심도 있는 토론을 하기도 한다. 나는 그곳에 깍두기마냥 끼어 쥐뿔도 모르면서 예술에 대해 술 취한채 떠들곤 한다. 여전히.

  사진을 잘 찍는 건 복잡하다. 카메라를 능숙하게 다루고 기계적으로 찍는다고 해서 사진을 잘 찍는 건 아니다. 카메라에 서툴고 처음 찍는 사람들이 사람들이 공감하는 사진을 뽑아내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그걸 감성사진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사진은 사진가의 무언가가 투영되어 나와야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카메라를 다루는 게 서툴다면 사진가가 자신이 말하는 바를 전달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사진가의 의식과 카메라기술이 잘 어우려져야 의미있는 사진이 나오는 듯 하다.

  여전히, 이 둘 중 어느 부분이 더 중요한지는 우리들 사이에서는 분분하다. 우리가 말소리가 높아질 때가 있는데 그건 '사진의 역할,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다. 이건 아직도 뜨거운 감자다. 사람들은 대체 사진을 왜 찍으며 그것에 열광할까. '사진가, 사진을 말하다'에서 많은 거장들의 정수가 담긴 명언을 읽으며 어느 정도 답을 찾은 듯 하다. 물론 거장들도 예술, 전쟁, 사회고발 등등 다양한 주제와 소명을 갖고 사진을 찍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사진을 말하는 바는 제각각이다. 그리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분도 있고 가슴에 와닿는 말을 하는 분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건 사진은 기록이라는 것이다. 예술사진이든, 신문사진이든 그 순간의 기록이 사진이다. 하지만 그 순간의 기록도 찍는 사람이 무엇을 찍고자 하는 게 다르고 보는 사람이 무엇을 보고자 하는 게 다르기에 객관적일 수는 없다. 그렇기에 사진을 예술로 보는 게 아닐까 싶다.

 

 

  읽다가 정말 마음 아픈 글귀를 발견했다. 케빈 카터라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포토저널리스트의 말이다. 이 분은 동아프리카의 극심한 기근을 취재하며 찍은 '수단의 굶주린 소녀'로 퓰리처 상을 받았다. 그 사진을 본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 전 소녀를 돕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비난했고, 그는 죄책감과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다가 수상 3개월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책 154p 中

 

                                                           케빈 카터의 '수단의 굶주린 소녀'

 

  이 사진이 바로 문제가 된 사진이다. 그는 사진을 찍고 나서 독수리를 쫓아 소녀를 구한 뒤 한없이 울었다고 한다. 그는 마음이 여린 사람이 분명했을 거다. 자기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서만 이 사진을 찍었다면 다른 이들이 비난을 한다고 해도 꿋꿋이 살아갔을 테다. 하지만 그는 수단의 처참함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소녀를 구하지 않고 셔터를 먼저 누른데에 죄책감을 누르는 순간부터 갖고 있었을 거다. 마음의 한점 슬픔이 다른 이들의 눈먼 비난에 점점 커져 비극적인 선택을 했는 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그가 포토저널리스트라는 걸 왜 간과하고 비난했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나와 비슷한 나이였던, 아깝던 그가 이제는 하늘에서 평안하길 기도한다.  

  명언과 함께 사진가의 대표 사진도 함께 엮어져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아무래도 저작권 문제가 복잡해서 못했겠지 싶다. 마음에 드는 '말'을 한 사람의 사진을 직접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겠다. 사진을 시작하는 사람보다는 사진을 어느 정도 찍다가 당최 거장들은 어떠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는지 , 사진이 뭘까 궁금한 사람들이나 사진이 처음과 같지 않고 매너리즘에 빠진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을 남기고 있겠지. 후에 한장의 사진이 어떻게 기억될 지는 모르겠지만 '남는 건 사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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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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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찾아줘, 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오래 전 읽었던 구해줘, 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구해줘는 마치 영화 같은 이야기로 당시 베스트 소설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허무맹랑한 액션과 로맨스가 뒤엉켜 있는 소설이라 이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데 왜 문득 떠올랐는 지는 당최 알 수 없다. 어떤 남자는 한 여자의 그림자를 찾기 위해, 어떤 남자는 한 여자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쓴다. 나를 찾아줘를 읽고 나니 이 소설 역시 영화 같다. 하지만 전혀 허무맹랑하지 않다. 내게 이런 일이 닥친다면 분명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걸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이 소설은 조만간 영화로도 개봉된다니 기대가 무척 크다.

  하버드 출신에 심리학자이자 베스트 소설 작가인 부모를 둔 아름다운 에이미는 가난하지만 유머있고 잘생긴 기자 닉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결혼 5주년에 에이미가 누가봐도 무슨 일이 생겼을 법한 흔적을 남기고 갑자기 사라진다. 결혼 기념일 마다 에이미는 닉에게 과거에 자신들의 특별한 장소에 선물을 남기는데 곳곳한 있는 그녀의 작은 선물은 닉을 그녀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녀의 부모가 그녀를 모델로 소설을 썼기에 유명인이었던 에이미의 실종은 큰 화제가 되고 곧 언론을 통해 크게 부풀려지기 시작한다.

  소설은 현재 닉의 상황과 아내의 일기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처음 닉과 에이미가 사랑에 빠지는 모습은 여느 커플들처럼 풋풋하고 설렌다. 둘은 서로의 외모와 유머에 끌렸고 서로에게 진정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결혼을 한다. 에이미의 일기를 읽어보면 처음에 그녀는 행복했었다. 하지만 닉이 신문사에서 잘리고 난 후 그녀의 삶은 부숴지기 시작한다. 가난한 닉은 부유한 에이미의 집안에 어느 정도 열등감이 있었는데 자신이 수입이 없어지는 상황이 되자 그 열등감이 폭팔한다. 아내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부부는 닉의 본가가 있는 곳으로 낙향한다. 몰락하여 살던 사람들마저 모두 떠나고 있는 곳이다. 거기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패배자들이다.

   에이미의 일기를 보자. 그렇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삶에도 에이미는 닉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닉은 에이미에게 무심하다. 심지어 술에 취해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다. 에이미는 비참하고 절망에 빠지지만 그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아기를 갖고자 한다. 그녀가 그토록 되고 싶지 않던 여자들처럼 남자의 사랑을 갈구하며 버러지처럼 발버둥친다. 게다가 그녀를 모델로 한 어린이심리동화 책으로 대박을 쳐 부자라고 생각한 그녀의 부모가 사실, 시들어진 인기와 무분별한 소비로 파산하였고 되려 그녀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구하는 현실에 그녀는 낙담한다.

  닉, 잘생긴 외모와 매력적인 웃음만 있는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남자. 우리 엄마는 항상 말씀 하셨다. 열등감 있는 남자를 만나서는 안된다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그 말을 뼈져리게 느꼈다. 아내가 가진 거액의 유산을 스스로 번 돈이 아니라며 조롱하면서도 그 돈이 필요하다고 아내에게 종용한다. 아내에게 도망치고 싶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용기는 나지 않자 어린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며 아내를 모욕한 비겁한 남자.

  닉은 정말 아내를 살해했을까?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녀를 완전히 이해 할 수는 없지만 나는 왜인지 그녀에게 동정이 간다. 서로에게는 소울메이트인 부모는 그녀를 이용해 돈을 벌며 그녀를 조종해서 완벽한 인형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런 유년시절은 그녀에게 가면을 씌웠다. 그러다 자신의 가면 밑을 사랑해 준 남자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는 자신의 가면만을 사랑한 것이다. 나도 한때 그랬던 적이 있다. 내 모든 걸 내보이면 사람들이 싫어할 거라고 스스로 벽을 만들었다. 이 사람은 나를 알아주겠거니해서 문을 열었다가 마음을 다치고 그 문마저 없애버렸던 시절이 있어 에이미가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그녀는 자신의 가면을 내려놓고 싶었지만 큰 상처를 받고 더욱 더 자신의 가면을 공고히 하고 복수를 다짐한 게 아닐까 싶다. 모든 게 완벽해야만 하도록 부모와 남편이 그녀를 만들어놓고는 오히려 그들이 그녀를 망가뜨린 벌이다.

  둘이 서로를 만나지 않았다면 각자의 이야기는 어쩌면 해피엔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만나면 안되는 사람들이 있다. 서로가 감정의 화약고에 불을 당겨 부싯돌이 부딪히는 파편의 열정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다 불이 나기 시작하면 상대를 태우고 끝내는 증오만 남는 관계가 있다. 인생을 살면서 모르는 게 좋을, 자신의 밑바닥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사람이 사랑하는 이라는 건 비극이다. 에이미는 자신을 꼭두각시로 만든 이들을 그토록 증오하고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결국에는 주위 사람들을 꼭두각시로 만들어 버렸다. 증오는 증오를 또 다시 낳았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누구나 자신의 진정한 모습도 알기 힘든데 더구나 상대의 진짜 모습을 알긴 힘들다. 상대의 말과 행동으로 그저 추측할 뿐이겠지. 나의 진짜 모습과 가면을 동시에 사랑해줄 수 이를 만난다면 큰 행운이겠다. 단지 우리는 '나는 당신이 가면을 쓰는 동안 얼마나 고통을 받았고 애써왔는 지 알기에 그마저도 사랑해', 따뜻한 말 한마디만 원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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