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이는 엄마 잘 먹는 아이 - 첫 수유, 첫 이유식, 첫 밥, 첫 간식
유정순 지음 / 유노라이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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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는 갓 태어났을 때부터 잘 먹지 않아서 고민인 적은 드물다. 되려 너무 먹어 우량아가 되면 어쩌지, 염려되었다. 영유아 검진 때 의사선생님이 통통한 신랑을 흘끗 보더니 아기도 체중조절을 해야 되니 밀가루 먹이지 말라고 해서 충격을 받았었다. 다행히 그후 몸무게는 늘지 않고 키가 쑥쑥 커 지금은 보통 체격이 되었지만 신랑과 내가 살이 쉽게 찌는 체질이어서 우리딸도 평생 관리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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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봄이🌸 유아식을 먹으면서 점점 취향이 생기나보다. 예전에는 잘 먹던 음식도 안 먹겠다고 고집을 종종 부리기 시작한다. 한끼 굶어도 탈 나지 않는다고 마음을 다 잡다가도 애가 타는 건 어쩔 수 없다. 남긴 음식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시간과 정성을 쏟아 열심히 만들었는데 사랑을 거부당한 기분까지 든다. 주변에 아이가 잘 먹지 않아 고민인 지인들이 많았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마음은 겪어보지 않고는 아무도 모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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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베이킹을 좋아해서 빵이나 과자를 자주 만든다. 그래서 봄이🌸가 다른 아이보다 좀 더 일찍 이런 음식에 접하게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참 많다. 또한 언제부터 식사예절을 가르쳐야 하는지, 국에 밥을 계속 말아줘도 괜찮은지 등등 평소 궁금한 게 참 많았는데 이 책을 읽으니 어느정도 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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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모유, 분유, 이유식, 유아식까지 모든 단계 망라하고 있다. 문답식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목차를 보고 우리 아이가 해당하는 문제를 바로 찾을 수 있어 좋다. 1부에서는 식습관에 대한 긴급처방전, 2부에서는 나같은 초보 엄마들을 위한 단계별 식습관 가이드, 마지막은 알레르기나 아이가 아팠을 때, 아기영양제 등 아이의 건강에 관련해서 어떻게 먹여야 하는지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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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무나도 아쉽다. 나는 모유가 적고 봄이🌸가 오른쪽으로는 젖을 물지 않으려고 해서 정말 고생이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모유에 그렇게 집착할 이유가 없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못난 엄마가 된 듯 의기소침했을까. 책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빠르게 대처했을텐데. 모유를 시작해서 분유를 먹이고 이유식을 시작하는 한걸음마다 나는 항상 극도로 긴장했다. 혹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는 않을지, 내가 맞게 하고 있는 건지 돌아보고 또 돌아봤다. 돌이켜보면 실수한 부분도 분명 있다. 식사는 아이의 놀이이자 성장이자 사회화의 발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수하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싶다. 이렇게 계속 공부하는 게 딸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책장을 만지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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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리허설이 없다 - 잘 키우고 싶은 엄마를 위한 6가지 성공 기술
조경희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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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겪은 작은아이와의 갈등을 읽으면서 엄마와 나의 지난한 싸움이 떠올랐다. 아빠를 닮아서 감성적이고 예민한 나를 현실적이고 무던한 엄마는 이해하지 못하셨다. 딱히 검사를 해보지 않아도 엄마와 나의 성격차이는 한눈에 보였다. 나 역시 나를 별난 아이 취급하는 엄마에게 반발하여 사춘기 때 폭팔된 싸움은 내가 자취를 해서야 종식 됐다. 아빠는 왜 둘이 붙어 있으면 원숭이와 개가 만나듯 원수처럼 싸우냐고 혀를 끌끌 차셨다. 그런 엄마와 내가 지금은 친구처럼 각별히 지내고 있으니 사람 일은 참 모를 일이다. 하지만 모든 부모와 자식 간이 우리처럼 잘 풀리지는 않겠지. 어디가에서 오랜 상처로 아파하고 있을 서로를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지나고보니 10대 시절 나는 호르몬에 영향인지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예민하게 곤두서 있었고 삶의 허망함을 깨달은 우울에 약간 미쳐 있었다. 그때의 내가 참 안타깝지만 우리딸이 나와 똑같이 굴면 그걸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오죽하면 지금부터 사춘기는 제발 아빠와 같아라, 빌고 또 빈다. 우리딸이 3살, 지금 22개월에 들어섰는데 고집을 피우고 떼를 쓰면 어떻게 훈육해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있다. 엄마와 나처럼 싸우면 어떡하나, 걱정부터 앞선다. 나의 성장이 너무나도 아팠기에 딸은 그 과정이 조금은 수월하고 내가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는 걸 언제나 믿고 알아주며 자라길 바란다.
아동복지시설의 아이들 뿐 아니라 보통의 가정에서 자라도 애착 형성이 덜 되어 감정표현에 서툴 수 있다. 때문에 저자가 아동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겪은 경험은 특별하지 않고 보편적이다. 그래서 나의 마음에 와 닿는 일화가 참 많았다. 나는 칭찬만 하며 키우기, 당근과 채찍으로 아이를 움직이는 것, 무분별한 조기교육에 회의적인데 그 무용론을 조목조목 설명해 준다. 하지만 성격이 불 같고 급한 내가 인내를 갖고 화 없이 딸의 성장을 믿고 기다릴 수 있을 지 자신이 없다. 책 제목처럼 육아는 리허설이 없고 시간은 오직 한번 뿐이기에 어느 길이 맞는 지 모르는 나는 더욱 더 조급해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우리를 위해 공부를 한다. 책을 읽으며 딸이 나와는 다른 한 인격체임을 존중하고 공감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테두리 안에서 키우면서 자기조절을 할 수 있는 힘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하니 무조건 아기가 원하는 대로 두지 않고 안 되는 것은 따끔히 알려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저자의 말대로 자식을 내버려 두는 것을 기살리는 것으로 절대 착각하지 말아야지.
우리 때는 실패하면 안되다고 배웠다. 그런 교육때문에 무언가를 성취하지 못하면 다른 길이 없다는 절망감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로지 대학시험에 맞춰져 있는 표준화 교육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실패하면 어때. 사는 데는 많은 길이 있다는 걸 알고 스스로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내가 되지 못한 어른이 되길 바란다면 큰 욕심일까. 행복도 강요하면 안되는 서글픈 시대에 태어난 우리 딸이 마음 단단히 잘 자랄 수 있길, 엄마도 같이 성장하도록 노력해야지. 읽으면서 비단 이 책에 나온 ‘상대방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다정한 말’, ‘함께하는 시간’, ‘사려 깊은 선물과 봉사’, ‘애정을 담은 친밀한 스킨쉽’은 육아 뿐 아니라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필요한 가르침이었다. 남편을 대하는 내 태도에 큰 반성이 들며 금실 좋은 부부야 말로 아이에게 좋은 가정문화일테니 언제나 고운 언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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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과 수업 Stylish Cooking 29
명지은 지음 / 싸이프레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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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다과나 화과자를 보면 어쩜 이렇게 다소곳이 예쁜지 감탄하게 된다. 손재주가 다소 부족하지만 차향 가득한 조용한 작업실에서 정갈히 빚고 싶다. 나는 떡이나 다과에도 관심이 많은데 조금씩 시작해 보려고 할 때 결혼과 출산이란 삶의 큰 변화를 겪으면서 손을 놓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다과 수업이라는 책을 만나 다시 한걸음 떼고픈 충동을 느끼게 된다. 책은 크게 베이직 가이드, 기본고물과 앙금 만들기, 전통 다과 만들기, 화과자 만들기, 음료 만들기로 나뉜다. 베이직 가이드에서는 쓰이는 도구와 재료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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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고물과 앙금 만들기에서는 눈에 익은 통팥 앙금, 고운 흰앙금 뿐 아니라 처음 보는 살구, 단호박, 흑임자 앙금이 나온다. 굉장히 다양한 맛의 앙금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나하나 차근히 만들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테지만 사실 시간을 들이는 일이니 쉽지 않을테다. 책 곳곳에 시판재료로 대체하는 방법을 알려주니 큰 벽이 있다고 느끼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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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다과 만들기에서는 매작과, 호두정과, 개성주악, 견과류 밤초, 딸기 찹쌀떡, 오쟁이떡, 마블 바람떡, 구름떡이 소개된다. 작가의 말처럼 구하기 힘든 재료나 도구가 필요 없는 레시피 위주로 실려 있는 듯 하다. 매작과는 중학교 가정시간에 만들었는데 꽤 잘 만들어 칭찬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다시 만들고 싶어졌다. 개성주악도 떡을 처음 배웠던 곳에서 참 예쁘게 보아서 만들고 싶었는데 책에 실려 있어 반가웠다. 디저트를 소개하면서 이름의 유래나 히스토리가 짧게나마 소개 된 점도 책의 좋은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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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과자와 떡을 모두 가리켜 와가시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자표기 그대로 읽어서 화과자라 부른단다. 따뜻한 말차와 함께 곁들여서 기름은 거의 들어가지 않고 단 것이 특징이다. 시작은 다양한 양갱이다. 나도 양갱은 몇번 만들어 봤는데 간단해 보이나 예쁘게 만드는 게 은근 어려웠다. 책에 소개 된 양갱이나 코하쿠토는 마카롱이나 다쿠아즈의 속재료로 활용해도 좋을 듯 하다. 화과자의 꽃중의 꽃인 네리끼리는 고운 앙금에 찹쌀 반죽을 섞어 만든다. 모양이 너무 예뻐 나같은 곰손이 만들 수 있을까 조금 두려워진다. 딸아이 태몽이 벚꽃이어서 연분홍 빛이 고운 벚꽃 모양 네리끼리는 꼭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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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다과에 어울리는 음료가 마지막 장에 소개 된다. 말차 팥 라떼나 통팥 프라페는 그 맛이 궁금하다. 음료의 베이스가 되는 청, 콩포트, 시럽도 짤막하게 알려준다. 다과에 대해 잘 몰라 과정이 정확한지 잘 모르겠으나 어렵게 느껴지는 정서적인 방법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집에서도 따라할 수 있게 개량하여 소개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고 한다. 하나하나 천천히 따라해 봐야지. 특히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활용하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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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자어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한자어 속뜻 사전 잘난 척 인문학
이재운 외 엮음 / 노마드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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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는 사전이 국어사전, 한자어사전, 영어사전 이렇게 세권이 필요했다. 사전은 꽤나 두꺼워서 들고 다닐 수 없었다. 그래서 학교와 집에 각각 한권씩 비치해 두었었다. 그러다 전자사전이 나왔고 스마트 폰이 생기면서 점차 사전검색이 쉬워졌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두꺼운 사전을 보기가 어렵다. 갑자기 일본 영화 ‘행복한 사전’이 떠오른다.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언뜻 보면 매우 느리게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뜻을 찾는다. 그에 비해 스마트 폰에서 검색하는 단어의 뜻은 무척 간단해 보인다. 사실 나는 포털사이트 사전을 그닥 믿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종이사전은 내가 찾던 단어 뿐 아니라 아래 위로 훑으면서 다른 단어의 뜻도 엿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기를 낳은 후 책을 읽을 시간이 없고 말을 나눌 사람이 없으니 어휘력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기분이다.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이 드는데 책 이름이 마음에 든다. ‘알아두면 잘난 척 하기 딱 좋은 우리 한자어사전’. 나중에 딸아이에게도 잘난 척 좀 하고 싶어 꼭 앍고 싶었다.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다음 세대는 중국어인 한자를 배울 필요가 없다는 교육계의 주장으로 한자수업이 없어졌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는 참 바보 같은 주장이다. 우리말에 깃든 한자는 외국어가 아니라 우리말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와 문화가 담겨 우리말을 더욱 찰지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 있는데 근본 없는 정화사업에 밀려 요즘 아이들이 한자를 모르는 게 안타깝다. 작가의 말처럼 쓰고 보기 어려운 한자 표기를 알아야 하는 게 아니라 한자어를 순 우리말로 바꾸더라도 그 어원이 무엇인지 알아야 말의 쓰임이 풍부해진다는 것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장은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한자어 1031가지, 2장은 알쏭달쏭 주제별 한자어 1233가지이다. 책을 받고 사전 다운 두께에 깜짝 놀랐다. 단어 밑에 한자 하나하나를 해석한 본뜻, 단어 자체의 뜻을 쓴 자구해석, 시간이 지나면서 바뀐 뜻, 예시를 보여주는 보기글이 실려 있다. 한자어사전이라고 해 언뜻 옥편을 떠올렸는데 전혀 아니다. 보기도 쉽고 찬찬히읽으니 단어 하나하나에 역사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생각없이썼던 단어가 틀렸다는 것도 깨달았다. 저자가 이 책 뿐 아니라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도 출간 했다고 하는데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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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코쿠엔스의 음식이야기 - 세계 음식 문화를 만든 7가지 식재료
제니 린포드 지음, 앨리스 패툴로 그림, 강선웅.황혜전 옮김 / 파라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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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코쿠엔스' 는 요리하는 인간이라는 의미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어째서 요리를 하게 되었을까. 책은 머리말부터 흥미로워 책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돼지고기, 꿀, 소금, 칠리, 쌀, 카카오, 토마토 이 일곱가지의 식재료에 대한 기원, 이름의 유래, 문학, 종교 등등 인문학이 맛있게 버무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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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식재료는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돼지다. 돼지를 최초로 사육한 지역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중국으로 추정된다. 집을 뜻하는 한자어인 家가 돼지豕와 지붕宀의 조합이다. 그만큼 중국인의 삶에 돼지는 가깝고도 중요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몇몇 종교는상한 음식이나 배설물까지 먹어치우는 돼지가 불결하다고 여겨 먹는 걸 금기시 한다고 한다. 때문에 그 종교를 믿지 않는 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돼지고기를 먹기도 했다는 재밌는 역사를 알 수 있었다. 나는 고향이 제주도인데 재래식화장실 아래에 돼지를 키웠던 게 기억이 난다. 이상한 소리를 내며 빙빙 도는 돼지가 무서워 화장실 가기 싫었었는데 지금은 제주똥돼지라는 말이 유명하다니 시간이 많이 지난 게 실감난다. 책에는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이나 돼지를 도축하는 과정이 감긴 책이나 구절을 알려주는데 그 묘사가 무척 흥미로웠다. 베이컨, 소시지, 햄 등이 어디가 유명하고 어떻게 만드는 지 설명해 주는데 유럽 곳곳을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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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식재료는 값싼 설탕에 밀렸지만 풍미에서 한참 위인 꿀이다. 꿀벌이 멸종 되면 모든 식물들이 번식하지 못해 결국 인류는 멸망한다는 풍문을 들은 적이 있다. 2만 종의 벌중에 꿀을 만드는 꿀벌은 단 7종이라니, 귀하고 또 귀하다. 꿀의 매력 중 하나는 근처 꽃과 나무에 따라 그 색과 향 그리고 질감이 매우 다양하게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책에 처음 듣는 단화꿀들이 소개되는데 한번쯤 꼭 먹어보고 싶다. 나는 아카시아 꿀, 밤꿀, 잡꿀 등등 많은 꿀을 먹어 봤다. 이름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니 참 놀랍다. 빵이나 과자를 만들 때 꿀을 종종 쓰기도 하는데 밤꿀은 향이 진해서 보통은 아카시아 꿀을 추천한다. 꿀은 감미료 뿐 아니라 다양한 질환에 약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돌이 지나지 않은 아기에게 꿀을 먹여서는 안된다. 꿀에 들어 있는 보툴리누스균의 포자가 만든 독소가 아기에게 매우 위험해서 자칫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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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식재료는 오늘날에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한때는 지위와 부, 힘의 원천이었던 소금이다. 소금은 양념으로도 쓰이지만 보존하는 성질이 있어 미이라를 만들 때도 사용되었다. 생선이 상하지 않도록 소금을 치거나 젓갈로 만드는 것도 다 이 보존력 때문이다. 책에 무척 다양한 소금의 종류와 생산되는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다. 그중에 나는 천일염, 히말라야 소금, 플뢰르 드 셀을 먹어 보았다. 천일염은 시중에 쉽게 구할 수 있어 일반 요리할 때 쓴다. 히말라야소금은 핑크색에 입자가 굵다. 고기를 구울 때 갈아서 뿌려 먹었다. 플뢰르 드 셀은 책에서도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서 설명할 만큼 고급 소금이다. 나는 주로 베이킹 할 때 썼는데 일반 소금의 뒷맛이 약간 텁텁하다면 이 소금은 산뜻하다. 사실 10여년 전만해도 일반 소금과 맛의 차이가 극명했는데 요즘은 소금이 참 다양하게 나오다보니 그 차이가 좁혀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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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는 칠리, 즉 고추에 관해서 나온다. 매운맛은 흔히 통각으로 맛은 아니라고 한다. 매운 걸 먹으면 엔돌핀이 나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니, 고통을 오히려 쾌락으로 승화하다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운 걸 좋아하는게 삶에 찌들어서인가 싶어 조금은 씁쓸해졌다. 다섯번째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쌀이다. 쌀의 종류는 그 찰기와 모양에 따라 나뉘는데 우리네가 먹는 건 찰기가 많은종이다. 레시피에 비빔밥이 들어 있는 게 흥미로웠다. 저자는 아시아의 음식에도 일가견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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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와 일곱번째는 우리나라에서는 식재료로 좀 생소한 카카오와 토마토다. 먼저 카카오는 제과제빵이나 음료에 많이 쓰인다.때문에 우리 전통 음식과는 접점이 없다. 예전에는 주로 음료의 형태로 즐겼다는데 주로 사회 엘리트층이 즐기던 품위 있는 음료였다. 산업 혁명으로 카카오 가공방식이 바뀌면서 우리가 아는 딱딱한 초콜릿이 탄생했다. 쇼콜라티에라고 초콜릿을 다루는 기술자를 이르는 프랑스 단어가 있는데 이는 프랑스에서 초콜릿이 역사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진 것을 반영한다. 나는 제과제빵을 좋아해서 초콜릿 테크닉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초콜릿은 온도에 매우 예민하고 템퍼링이라는 다소 까다로운 작업을 알아야 해서 지금도 어렵게 느껴진다. 책에 일련의 과정이 간단하게 나오는데 아는 부분이라 반가웠다. 토마토 역시 스파게티 소스나 케첩의 재료로 많이 알려져 있지 흔한 재료로 쓰기에는 거리감이 있다. 말려서 오일에 절여 놓던가 화이트식초와 오일에 마리에이드 해 먹어도 맛있다. 어릴 때 토마토가 채소라는 게 참 이해되지 않았는데 관세로 인해 채소가 되었다는 일화는 읽고 그 연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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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읽었던 책들 중 제일 재밌게 읽었다. 삽화도 섬세해서 보는즐거움을 더했다. 그리스로마시대에는 배부르지 않고 미식을 즐기기 위해 씹고 바로 뱉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들의 멸망이 신의 저주라는 우화를 어디선가 들었었는데 옛부터 미식을 탐닉하는 건 죄악이라고 하지만 일상의 큰 즐거움인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식재료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종류 등등을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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